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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우물 파기'의 힘과 교훈 [thebell note]

김진현 기자공개 2021-09-15 13:23:09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3일 07:5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파라'는 속담이 있다. 무슨 일이든 이루기 위해서는 한 가지를 꾸준히 하라는 말이다. 한 우물만 파면 때때로 '미련하다', '부질없다'는 힐난에 부딪히기도 한다. 그 가치를 알아주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서 뚝심과 지구력은 필수다.

최근 VIP자산운용이 내놓은 롱온리 전략의 사모펀드는 판매 창구를 통해 500억원 넘는 자금을 모았다. 라임·옵티머스 사고 이후 간만에 리테일 시장에서 큰 자금이 몰렸다.

다섯 달 전 내놓은 상품이 두달만에 목표 수익률을 달성한 덕이라고는 하나 그간 VIP자산운용이 꾸준히 한 우물을 파며 걸어온 걸 아는 이들은 '그럴 만하다'는 반응이다. "VIP자산운용 펀드는 지루하지만 성과는 확실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투자자들의 믿음은 강하다.

VIP자산운용 사례뿐만 아니다. 라임·옵티머스 사고 이후 그나마 판매 채널에서 팔리는 펀드를 물어보면 꾸준히 한 우물을 파온 회사들의 이름이 거론된다. 환매 중단 사고가 있건, 코로나19가 찾아오던 묵묵히 제 할 일만 하던 운용사들이다.

한눈을 팔았거나 궁여지책으로 이것 저것 손댄 하우스들은 부침을 겪었다. 수탁은행도 판매사도 투자자도 외면했다. 그러는 사이 소위 '한 우물 하우스'들은 꾸준히 몸집을 불려가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그 결과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은 이제 다시 35조원 고지를 넘보고 있다. 라임·옵티머스 사고 전 전성기였던 2019년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 규모가 35조원이다.

다시 본궤도에 오르기 일보 직전이다. 물론 넘치는 유동성이 갈 곳을 잃고 헤지펀드 시장에 흘러들어왔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돈 10원도 믿지 못하면 쉽게 맡기기 어려운 마당에 단순히 유동성 덕분에 시장이 회복했다고만 말하긴 어렵다. 꾸준히 자신들의 일만 해왔던 운용사들이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얻으면서 이뤄낸 성과다.

앞으로도 국내 운용사들이 허튼 곳에 한눈 팔지 않고 꾸준히 파던 우물을 마저 파길 바란다. 업계에서는 제 깜냥에 비해 무리하는 운용사는 곧 무너진다고 말한다. 무리해서 운용 규모를 늘리고 운용을 위해 인력을 채용하다 보면 악순환이 시작된다는 거다.

고정비를 벌기 위해 또 다시 무리해서 운용 규모를 늘리고 또 인력을 늘리고 악순환이 반복된다. 물론 이 과정이 무리 없이 이뤄진다면 성장한다. 하지만 상당수 운용사가 순간의 욕심을 이기지 못하고 한눈을 팔며 속절없이 무너진다.

그렇기에 한 우물을 파는 일이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우물에 물이 고이면 다른 우물도 파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게 인간의 심리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한 우물을 팔 이들에게는 갈채를, 이제 막 우물 파기에 나선 이들에겐 응원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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