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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날 곳 없는 박재원, 두산중공업에서 날개 펼까 [MZ세대 경영인 분석]8년간 경영수업 받은 두산인프라 매각...벤처투자 성과 여부 주목

박상희 기자공개 2021-09-30 07:43:04

[편집자주]

전체 인구의 약 33%인 MZ세대는 사회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주요 기업 구성원의 60%가량을 차지한다. MZ세대와의 소통이 곧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재계 총수가 3~4세로 넘어가면서 오너 경영인들도 젊어지고 있다. 총수 자제 중에는 밀레니얼 세대인 1980년대생 대표이사 사장부터 1995년생인 신입사원 Z세대까지 MZ 세대가 포진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 디지털로 무장한 MZ세대 경영인들의 행보는 과거 세대와 어떻게 다른지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28일 16:1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그룹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이다. 1896년 설립된 두산은 창업주인 고(故) 박승직 회장이 서울 종로에 세운 '박승직 상점'이 효시다. 국내 재계에서 가장 먼저 4세 경영 시대를 열기도 했다. 4세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고(故) 박두병 창업 회장의 장손이다.

두산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4세만 10여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박재원 두산중공업 상무(사진)는 두산 4세 가운데 막내로 MZ세대에 속한다. 1985년생으로 두산 4세 중 유일한 30대다. 사촌 형인 박정원 회장이 1962년생으로, 박 상무와는 23살 나이 차이가 난다.

MZ세대에 속하는 박 상무의 행보는 다른 4세들과는 차이가 있다. 특히 2019년 ‘D20'을 설립을 기점으로 벤처투자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2013년 두산인프라코어 입사 이후 줄곧 전략가의 길을 걸어온 본인의 장기를 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이후 새롭게 두산중공업에 둥지를 틀게 된 박 상무는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여줄까.

◇'원'자 돌림 4세 가운데 유일한 30대

두산가(家)의 남자형제들은 3세가 '용', 4세는 '원', 5세는 '상'자 돌림을 쓴다. 박재원 상무는 ‘원’자 돌림을 쓰는 4세 가운세 가장 어리다.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두산가에는 전통적으로 외국 유학생활을 통해 견문을 넓히고, 두산이 아닌 다른 회사에서 녹을 받으며 일해 봐야 한다는 철학이 있다”면서 “그 철학에 따라 두산4세 막내인 박재원 상무 역시 해외 유학생활을 마치고 두산 계열사가 아닌 컨설팅회사에서 사회 초년 생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두산그룹은 대기업 가운데서도 유달리 컨설팅 회사를 선호한다. 1990년대 말 두산그룹이 소비재사업부를 매각하고 중공업 위주의 그룹으로 변모하도록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제시했던 컨설팅회사에 대한 좋은 기억이 20년 넘도록 지속되고 있다. 박 상무가 두산그룹에 입사하기 이전 컨설팅회사를 다녔던 것도 컨설팅 회사에 대한 두산가의 호의적인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박 상무가 근무했던 BCG는 2015년 수익성 난관에 부딪혔던 두산인프라코어(현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수익성 개선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산중공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과정에서도 일정 부분 역할을 담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 상무가 두산그룹에서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3년 두산인프라코어 전략팀 과장으로 입사하면서부터다. 박 상무는 입사 1년 만에 부장으로 승진했고, 2017년 말 그룹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하면서 입사 5년 만에 임원이 됐다. 초고속 승진이다.

4세 막내인 박 상무의 승진으로 두산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4세 모두 임원이 됐다. 2016년 4세가 그룹 총수가 오른 이후 2년 만에 4세 전원이 임원진에 합류하면서 4세 시대를 활짝 열었다.

◇상무 승진 이후 D20 설립 주도...벤처투자 의욕

박 상무는 두산인프라코어에 입사한 이후 컨설팅회사 근무 경험을 살려 전략가로서의 길을 걸어왔다. 과장으로 입사해 상무로 승진하기까지 줄곧 전략 부서에서 근무했다. 임원이 된 박 상무는 스타트업 및 벤처투자에 관심을 보이며 다른 4세들과 차별화 된 자신만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벤처투자와 스타트업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MZ세대 오너 경영인의 특징이기도 하다. 한화그룹 3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대표적이다. 한화그룹은 2018년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이 미국 수소트럭 업체 ‘니콜라’에 총 1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이 과정에서 김동관 사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 상무의 벤처 스타트업 투자는 단순히 수익을 노린 것이라기보다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영위하고 있는 건설 공작기계 사업과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박 상무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으로 스타트업을 점찍은 것이다.

2019년 4월 두산인프라코어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벤처투자 회사 ‘D20 캐피털’을 설립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설립 자금을 댄 자회사였다. 두산인프라코어가 'D20 Capital, LLC'을 100% 자회사로 두고 있고 D20이 투자 펀드(D20 CAPITAL FUND I, L.P.)를 운영하는 구조다. D20의 설립과 운영은 박 상무가 주도했다.

D20은 두산인프라코어가 현대중공업그룹으로의 매각이 결정된 이후 두산중공업에 귀속된 투자부문에 속했다. 이후 두산인프라코어부문이 두산중공업에 합병되면서 현재는 두산중공업의 100% 자회사가 됐다. 박 상무의 소속도 7월 1일자로 두산인프라코어에서 두산중공업 재무 벤처 투자 담당으로 바뀌었다. 벤처투자담당은 박상현 재무관리부문에 속한 조직이다.

두산중공업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매각 및 합병 이전 두산인프라코어는 ZIGG CAPITAL I, L.P. 외 2개 펀드와 투자약정이 체결돼 있다. 잔여 투자 약정금액은 총 208만8000달러(USD)다. 해당 투자는 D20에서 단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D20은 설립된 지 이제 2년 차 된 신생회사다.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어디에 투자해서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 알려진 바는 없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D20은 두산인프라코어나 두산중공업에서 영위하던 사업과 전혀 별개인데다 미국 현지에서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부에서도 자세히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박 상무는 매사에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로 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전략 파트에서 오래 근무해서인지 전략적인 사고방식이 업무 스타일에 배어 있다”면서 “어떤 업무도 허투루 하지 않고 꼼꼼이 살피는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두산중공업 지분 매입 '눈길'

박 상무가 두산그룹에 처음 입사했을 때 낙점된 계열사가 두산인프라코어였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의 부친인 박용만 전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 회장 직을 맡고 있었다. 부친이 2016년 그룹 회장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두산인프라코어에서 경영 수업을 받아왔다.

박용만 전 회장이 두산인프라코어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2007년 두산인프라코어 대표이사로 재직할 당시 두산밥캣을 인수하는 승부수를 던지는 등 두산그룹 핵심 계열사로 키워낸 일등공신이다.

안타깝게도 4세 시대가 열렸을 때 두산그룹 경영 상황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위기설이 터질때마다 단골처럼 등장했던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설이 올해 현실화됐다. 박 상무는 8년 동안 일했던 두산인프라코어를 떠나 두산중공업에 새 둥지를 틀었다. 두산 4세 가운데 유일하게 두산인프라코어에 몸담았던 박 상무도 두산중공업에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하게 됐다.
*두산중공업 주주현황
현재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두산그룹 4세만 하더라도 10여 명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할 때 박 상무의 미래를 예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형제 경영을 해온 두산그룹의 향후 승계 구도가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다.

4세 좌장 격으로는 박용곤 회장의 자녀 중에선 장남 박정원 회장이 있다. 박용곤 회장의 차남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 겸 두산중공업 대표, 장녀 박혜원 오리콤 총괄부회장도 경영 일선에서 뛰고 있다.

박용성 회장의 장남 박진원 두산메카텍 부회장과 차남 박석원 ㈜두산 정보통신BU 부사장, 박용현 회장의 장남 박태원 두산건설 부회장과 차남 박형원 두산밥캣코리아 대표, 삼남 박인원 두산중공업 부사장도 경영 참여중이다. 박 상무의 형인 박용만 전 회장의 장남 박서원 오리콤 최고광고제작책임자 겸 부사장도 빼놓을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박 상무도 두산 4세 경영인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끝이 어디일지는 알 수 없지만 본인의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무대는 두산중공업이다. 두산그룹의 두 축 가운데 하나이던 두산인프라코어가 매각되면서 두산그룹으로선 두산중공업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박 상무도 이같은 점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 상무는 지난해 856주(0.005)에 불과하던 두산중공업 주식을 9만201주(0.02%)로 늘렸다. 책임 경영에 대한 의지를 불태운 것으로 풀이된다. 박 상무는 두산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두산 지분은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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