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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그룹을 움직이는 사람들]'벌크선 전문가' 양진호 대한상선 사장, IPO '백업' 역할 자처⑤STX팬오션 출신, 6년간 해인상선 '창업' 경력...HMM 주식 0.53% 매입

김서영 기자공개 2021-10-05 07:40:27

[편집자주]

삼라건설에서 태동한 SM그룹은 창립 33년만에 자산 10조원을 돌파하며 대기업집단으로 이름을 올렸다. 올들어 SM상선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쌍용차 예비입찰에 참여하는 등 재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더벨은 SM그룹을 움직이는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30일 10:2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양진호 대한상선 사장(사진)은 해인상선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당시 "해인상선을 지속 성장과 영업이 가능한 100년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짧다면 짧은 6년간의 경영에 종지부를 찍고 지난해부터 대한상선에 적을 두게 됐다.

대한상선은 최근 벌크(Bulk)선 사업과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의외의 행보에 나서 해운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옛 현대상선)의 주식을 매입한 것이다. 그간 대선 사업을 통해 SM상선을 지원해왔던 대한상선이 이번에는 SM상선 기업공개(IPO)의 지원군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영업통' 양진호 사장, 해운선사 창업 경험..."신시장 개척할 것"

양 사장은 1965년생으로 한국외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30여년간 해운업계에 종사한 '해운맨'으로 특히 STX팬오션(현 팬오션)에서 오랜 기간 재직해 업계에서는 '벌크선 전문가'로 통한다.

STX팬오션에서는 신시장 개발본부장과 부정기선 영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해외 영업에 능한 인사로 글로벌 네트워크가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STX팬오션에서 실장까지 올랐다.

그러나 양 사장은 STX팬오션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2013년 6월 사직서를 제출했다. 앞서 STX그룹은 2004년 11월 범양상선을 인수해 STX팬오션으로 사명을 바꿔 해운업에 진출했다. STX그룹은 2011년 재계 순위 12위에 올랐으나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해운업과 조선업의 동반 침체 등의 원인으로 채권단 공동관리 체제를 맞게 됐다. 2013년 계열사에서 제외된 STX팬오션은 2015년 하림그룹에 인수됐다.

STX팬오션을 그만둔 양 사장의 다음 행보는 해운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2013년 7월 양 사장은 고향 친구인 싱크로해운 대표이사와 손을 맞잡고 드라이벌크선사 '해인상선'을 설립했다. 당시 출자한 자본금은 56억원. 창업 과정에서 STX팬오션 출신 영업 인력 13명이 해인상선에 합류했다. 그로부터 6년 뒤인 2019년 해인상선은 영업을 중단했고 한국선주협회에서도 나오게 됐다.

양 사장은 지난해 3월 1년 만에 해운업계에 다시 등장했다. 대한상선의 해운영업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되면서 SM그룹과 연을 맺게 됐다. 대한상선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었던 김칠봉 SM그룹 해운부문 총괄 부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지난해 8월 대한상선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대표이사 선임과 동시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양 사장은 STX팬오션에서 해외 영업을 발로 뛰었으며 직접 해운선사를 설립해 경영해본 경험이 있다. 이러한 배경으로 해운업계에서는 그의 경영 스타일을 '지식 경영'으로 불린다. 양 사장은 치밀한 시장 분석과 시황구조 변화에 따른 능동적인 대응 전략 개발을 위해 기업의 분석력 강화를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 모든 직원을 해운 전문가로 육성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대한상선에 대표이사로 취임할 당시 양 사장은 "해운사업 부문과 무역사업 부문의 효율적인 협업을 통해 ‘퍼플오션(신시장)’을 개척하고 수익구조를 확대해 대한상선을 종합물류회사로 거듭나게 하겠다"고 밝혔다.

◇HMM 주식 매입, 벌크선 집중과는 다른 행보...SM상선 IPO '백업'

대한상선은 △해운업 △무역업 △광업 △건설업 등 4개의 사업부문을 영위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해운업 매출이 전체 매출의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올 상반기 대한상선은 별도 기준 매출액 2232억원, 영업이익 255억원을 기록해 영업이익률은 11.4%로 나타났다. 지난 한 해 매출액(2206억원)과 영업이익(250억원)을 모두 웃돈 수준이다. 대한상선은 지난해부터 대선 사업을 영위하던 컨테이너선 10척을 매각하며 벌크선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컨테이너 선박 매각 자금이 유입되며 재무개선을 이루는 효과도 거뒀다. 대한상선의 부채비율은 2017년 367.1%까지 치솟았다. 2017년은 SM그룹이 한진해운의 미주노선 영업권을 인수해 SM상선을 설립한 해로 자금력이 부족한 SM상선을 대신해 대한상선이 컨테이너 선박과 컨테이너를 매입해 SM상선에 빌려주며 부채가 급증했다.

대한상선의 부채비율은 2018년부터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부채비율은 2018년 344%, 2019년 255%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177.4%로 떨어지면서 재무 건전성을 가늠하는 기준인 부채비율 200%를 밑돌게 됐다. 올 상반기 약 1300억원의 선박 매각 대금이 들어오면서 부채비율은 124.3%를 기록했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단위: 백만원, 연결 기준)
다만 대한상선은 지난달 벌크선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전략과 상반되는 결정을 내렸다. 컨테이너선사인 HMM의 주식 215만5221주를 사들여 0.53%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해운업계 일각에서는 SM그룹이 쌍용자동차 인수를 포기하는 대신 HMM 인수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으나 대한상선은 시세 차익을 거두기 위한 단순투자라고 선을 그었다.

대한상선이 HMM 주식을 매입한 배경을 들여다보면 SM상선의 IPO 이슈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마디로 컨테이너선 대선 사업을 영위했던 대한상선이 HMM의 주주로서 업계 동향을 면밀히 파악해 SM상선의 IPO 과정을 '백업'한다는 것이다. 대한상선이 IPO를 앞둔 SM상선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컨테이너선을 매각해 자산 규모를 늘려줬다는 해석과 같은 맥락이라는 게 해운업계의 시각이다.

대한상선 고위 관계자는 "HMM 주식 매입은 현재로선 단순투자 목적이며 취득한 지분 규모가 유의미한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SM상선이 IPO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같은 컨테이너선사인 HMM이 좋은 성과를 내고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져야 SM상선에 플러스 요인이 된다"며 "HMM 지분을 가지고 컨테이너선 시장을 적극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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