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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단위' 시총 콜마비앤에이치, 합병 스토리는 '0점' [스팩 합병 상장사 분석]①IPO로 연구원 보상금 확보…임직원 '내부 정보' 악용

남준우 기자공개 2021-10-12 08:28:30

[편집자주]

스팩 합병을 통해 증시에 입성하는 기업이 점점 늘고 있다. 과거 스팩은 직접 상장을 추진하기 어려운 기업의 우회 상장 수단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알짜 기업들도 속속 스팩을 통한 상장에 나서면서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여전히 스팩 합병 상장사에 대한 편견이 존재한다. 최근 스팩 합병에 성공한 기업의 상장 전후를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0월 06일 07: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콜마비앤에이치(BNH)는 국내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 합병 상장사 중 몇 안되는 1조원 이상의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기업이다. 정부 기관과 함께한 '1호 연구소기업'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하지만 스팩 합병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내부 정보'를 악용한 첫 사례로도 회자된다. 관련 임직원들이 구속됐다. 중소 규모의 합병만 존재하는 국내 스팩 시장에서 랜드마크(landmark) 딜이 되기엔 너무나 큰 오점을 남겼다.

◇미래에셋제2호스팩과 합병…연구원 보상금 2980억

콜마비앤에이치는 지난 2015년 2월 3일을 기일로 미래에셋제2호스팩과 합병을 통해 코스닥에 상장했다. 당시 합병 신주는 총 6536만4311주였으며 모집가액은 2697원이었다. 상장 당시 약 2000억원 내외의 시가총액을 인정받았다.

스팩 합병을 통해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 중 몇 안되는 조 단위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곳이다. 코스닥 상장 직후 보름도 안돼, 공모가의 6배가 넘는 1만3000원까지 치솟았다. 일일 주식 거래량이 전체 공모주 수(650만주)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날도 있었다.

5일 기준 국내 스팩 합병 상장사는 상장 폐지된 우성아이비를 제외하고 총 97곳이다. 콜마비앤에이치는 한국비엔씨, 클래시스, 씨아이에스 등과 함께 조 단위 시가총액을 자랑한다. 최근에는 주가가 소폭 하락하면서 지난 1일 기준으로는 9927억원으로 코스닥 상장사 1512곳 중 63위를 기록했다.


콜마비앤에이치는 한국콜마홀딩스의 핵심 계열사답게 한때 코스닥 직상장을 추진했다. 하지만 당시 '다단계'의 편견을 넘기지 못했다.

콜마비앤에이치는 한국콜마홀딩스 계열사 중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등의 핵심 소재를 개발하는 소재 연구개발 전문기업이다. 천연물을 이용하여 개발한 소재를 사업화해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을 ODM/OEM 방식으로 생산·판매한다.

전체 매출의 60% 가량이 건강기능식품 사업에서, 30% 가량은 화장품 사업에서 창출된다. 제품 판매는 다단계 마케팅업체 애터미(Atomy)를 통해서 이뤄진다. 애터미는 콜마비앤에이치의 매출 85% 가량을 책임지고 있다.

당시 다단계가 무너지면 매출도 무너질 것이라는 생각에 국내 증권사들이 주관 업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팩 합병 업무를 주관한 미래에셋증권은 콜마비앤에이치의 기술력에 중점을 뒀다. 다단계는 유통 판매 채널일 뿐 핵심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콜마비앤에이치는 미래창조과학부 산하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제1호 연구소기업이기도 하다. 연구소와 기업이 함께 회사를 키우고 과실도 분배하는 구조다. 2006년 한국콜마가 자금을 대고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방사선 기술을 출자하는 형식으로 설립됐다.

핵심 제품인 면역력 증진 건강기능식품 헤모힘 개발 등으로 2014년 매출 1739억원, 영업이익 228억원을 기록했다. 콜마비앤에이치와 한국원자력연구원 입장에서는 연구원들에게 돌려줄 보상금을 확보해야 했다.

이전까지 연구원들은 기술 제공에 대한 로열티만 받는 것에 그쳤다. 2015년 1월부터 시행된 '새 국가 R&D 공동관리규정' 때문에 보상금 상한선도 생겼다. 20억~30억원은 40%, 30억~40억원은 30%, 40억~50억원은 20%, 50억원 초과는 10%로 연구자에게 주는 로열티 지급률을 단계별로 떨어뜨렸다.

이뿐만 아니라 건강소재 관련 임상실험, 비만개선소재 관련 개발장비 등에 대한 R&D와 세종 공장, 음성 제3공장 신설 등에도 자금이 필요했다. 스팩 합병으로 선회한 이유다.

콜마비앤에이치 주요 판매 경로
<출처 : 콜마비앤에이치 합병신고서>

◇내부 정보 활용 관계자, 시세차익 67억 남겨

호실적과 중국 진출 등으로 스팩 합병 이후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시가총액 1조원을 넘기는 대박을 터트리며 지분 16.1%를 가진 한국원자력연구원 몫으로 2980억원이 배정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상장 직후 보유 지분 4.2%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처분해 486억원을 확보했다. 작년 7월에도 지분 6.02%를 블록딜로 처분하며 990억원을 연구원 상여금으로 활용했다.

다만 국내 스팩 시장에서는 큰 오점을 남겼다. 내부 정보를 이용한 사전 거래 혐의가 적발되며 관계자 13명이 구속됐다.

합병 업무를 담당했던 콜마비앤에이치 재무 담당 김모 상무는 미래에셋제2호스팩 주식 3만여주를 미리 매수한 뒤 발표 이후 되팔아 2억2천만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미래에셋증권 이모 부장은 합병 정보를 구루에셋 윤모 대표에게 전달했다. 윤모 대표는 자신과 친인척, 회사 명의 등을 동원해 89만여주를 사들여 55억35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관계자 모두 대략 67억원 상당의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밝혀졌다.

김모 상무는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2억 2034만원을 선고받았다. 구루에셋 대표 윤모 대표 역시 같은 혐의로 징역 5년, 추징금 35억 4128만원을, 미래에셋증권 이모 부장도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미래에셋증권은 과징금 3억1200만원을 부과했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내부 정보를 악용한 첫 사례라 이후 스팩 합병사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며 "이례적인 대기업 계열사의 스팩 합병이라 랜드마크 딜이 될 수 있었지만 큰 오점 때문에 시장에서 아쉬움이 컸다"고 당시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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