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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나생명, 오렌지·푸르덴셜보다 비싸게 팔렸다 '6조' 밸류 어떻게 인정받았나…연간 순익에 美 상장 생보 PER 멀티플

이은솔 기자공개 2021-10-12 07:50:14

이 기사는 2021년 10월 08일 16: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라이나생명보험의 매각 소식이 전해지면서 보험업계의 관심은 '밸류에이션'에 쏠린다. 시그나그룹이 블록딜로 매각하는 자산 중 사실상 핵심은 국내 라이나생명이다. 이 때문에 전체 딜 규모인 6조8000억원 중 라이나생명의 밸류만 해도 6조원에 가까울 거라는 해석이 나온다.

우량 매물로 '오버페이' 논란이 일었던 오렌지라이프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이 2~3조원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가격이다. 시그나그룹과 처브그룹이 주가수익비율(PER)을 기준으로 밸류에이션을 결정하면서 규모는 작지만 수익성이 뛰어난 라이나생명에 유리한 조건이 됐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그나그룹이 처브그룹에 매각하는 7개 국가의 사업부문 중 국내 라이나생명이 차지하는 가치가 약 5조원에서 6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매각 과정에서 시그나그룹과 처브그룹은 미국 회계기준으로 세후 순이익을 계산했는데, 이중 한국 라이나생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었다.

이번 딜에 정통한 관계자는 "사실상 라이나생명이 6조에 가까운 밸류를 인정받은 것"이라며 "매우 좋은 조건으로 인수가 타결됐다"고 전했다.

이는 앞서 '대어'로 꼽혔던 다른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의 매각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오렌지라이프를 3조2500억원에,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을 2조3000억원에 인수했다.

심지어 라이나생명은 규모도 이들 생보사보다 훨씬 작다. 오렌지라이프의 매각 당시 총자산은 33조원, 전속설계사 수는 5000명이었다. 푸르덴셜생명은 경우 매각 당시 총자산은 21조원, 전속설계사는 1670명이었다. 반면 라이나생명의 총자산은 지난해 연말 기준 5조원, 설계사는 1150명에 불과하다.

높은 밸류에이션의 비결은 '수익성'이었다. 라이나생명은 매년 3000억원에서 4000억원 사이의 당기순이익을 내는 알짜회사다. 총자산수익률(ROA)은 7.3%, 자기자본수익률 (ROE)은 21%에 달한다. 국내 1위 생명보험사인 삼성생명의 ROE가 3%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규모 대비 수익성이 압도적이다.

처브그룹과 시그나그룹은 매각 과정에서 주가수익비율(PER)을 기준으로 가격을 매긴 것으로 전해진다. PER은 시가총액이 이익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모회사인 미국 시그나의 경우 PER이 약 9.5배였다. 라이나생명의 연간 순이익에 미국 상장 생명보험사들의 PER 멀티플 평균치인 9배~10배 내외를 곱하면 3조원에서 4조원대의 가격이 만들어진다. 여기에 나머지 국가의 가치와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6조8000억원이라는 가격이 산정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라이나생명에 매우 유리한 방식이다. 라이나생명은 자산 기준으로는 규모가 매우 작기 때문에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기준으로 하면 가치를 높게 평가받기가 어렵다. 국내 생보사 인수합병을 살펴보면 대부분 PBR 0.2배에서 0.6배 수준에서 움직였다.

지난해 말 기준 라이나생명의 자산은 5조600억원, 부채는 3조3000억원, 자본총계는 1조7400억원이다. 이번 딜에서 라이나생명의 가치를 보수적으로 잡아도 PBR은 1배가 넘는다. '고가 인수' 논란이 일었던 오렌지라이프의 최종 PBR은 0.93배, 푸르덴셜생명은 0.8배였는데 이보다 더 높은 멀티플을 인정받은 셈이다.

자산 규모는 작지만 수익성이 높은 라이나생명에 유리한 조건이었다. 라이나생명은 규모는 작지만 순이익은 중대형 생보사에 뒤지지 않는다. 매각 당시 오렌지라이프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2700억원, 푸르덴셜생명은 1400억원이었다. 라이나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570억원으로 앞선 두 회사보다 컸다.

업계에서는 라이나생명이 인정받은 밸류에이션에 놀라는 분위기다. 매각설이 나왔던 지난해 거론된 매각가도 2조원에서 3조원 수준이었는데 이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인정받았다.

생명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는 불가능한 가격"이라며 "라이나생명은 워낙 우량 매물이라 높은 밸류를 받을 거라는 건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언급했다.

시그나그룹은 34년만에 국내 시장에서 철수한다. 라이나생명은 1987년 외국계 생명보험사 최초로 한국에 진출했다. 시그나그룹은 그동안 수령한 배당금과 매각 대금을 더해 국내 진출 성과로 7조2000억원 가량을 챙겨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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