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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워치/현대차·기아]사업계획 타격, '반도체 내재화' 가속화하나코로나·반도체난 장기화, 내년 사업까지 영향…외부 의존 최소화, 자체 경쟁력 확보 '집중'

유수진 기자공개 2021-11-01 07:31:26

이 기사는 2021년 10월 28일 14: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와 기아가 26일과 27일 각각 기업설명회(IR)를 개최하고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성적은 나쁘지 않다. 양사 모두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늘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생산·판매 감소에도 믹스 개선과 고부가 차량 판매에 집중해 수익성 개선을 이뤘다. 그야말로 '악재 속 선방'이다.

이번 IR에서는 이전과 다른 점이 눈에 띄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반도체 공급 부족이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이 이끈 변화다. 현대차는 올해의 목표를 전면 수정했고 기아는 내년 사업계획의 변화를 예고했다.

이를 두고 현대차그룹이 '반도체 내재화'의 필요성을 재확인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내년 상반기 이후 일단락된다 하더라도 언제든 재발의 여지가 있는 이슈기 때문이다. 그룹 차원에서 가속페달을 밟는 계기가 될 지 주목된다.

현대차가 업데이트한 2021년 연간 가이던스. <출처:현대차>

현대차는 이번 IR 말미에 올해 연간 가이던스를 전면 업데이트해 발표했다. 주주환원과 관련된 부분을 제외하고 판매목표와 자동차 수익성, 투자 관련 내용을 몽땅 수정했다. 가이던스를 설정한 작년 말~연초 예상과 현재 시장 분위기간 격차가 숫자를 고쳐야 할 정도로 작지 않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도매 판매 목표대수를 기존 416만대에서 400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야심차게 '역대 최대'로 설정했던 연간 투자규모도 기존 8조9000억원에서 8조로 낮춰잡았다.

반면 자동차부문의 매출 성장률은 기존 14~15%에서 17~18%로 높였다. 4~5%로 예상했던 영업이익률 역시 4.5~5.5%로 재설정했다. 무엇보다도 마이너스(-)로 봤던 자동차 잉여현금흐름(FCF) 예상치를 플러스(+) 2조~3조3000억원으로 고쳤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고 그로 인한 반도체 수급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2분기를 보릿고개로 예상했으나 동남아 지역에 코로나 델타 변이가 급격히 확산되며 되레 3분기에 생산 차질 물량이 상반기보다 증가했다. 투자를 줄이는 이유 역시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유동성 확보를 위해서다.

자동차 FCF가 개선된 것 역시 마냥 좋기만 한 일이 아니다. 공장 셧다운 등 생산 차질로 가용재고를 몽땅 끌어다 쓴 결과기 때문이다. 고부가 차량의 판매를 확대하고 믹스 개선과 인센티브 축소로 수익성 제고에 힘쓰는 게 현재로서 할 수 있는 전부다.

기아도 별반 다르지 않은 3개월을 보냈다. IR에선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주우정 재경본부장(부사장·사진)이 이례적으로 현 상황에 대해 '앓는 소리'를 했다. 수요가 워낙 탄탄한데 공급 이슈로 판매에 지장이 생기고 있다는 점에서다. 4분기엔 상황이 나아지겠지만 재고가 워낙 말라 도매가 욕심만큼 채워지기는 어려울 걸로 내다봤다.

특히 내년 사업은 반도체 등 생산 차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는지가 관건이라며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언급했다. 기아는 현재 내년도 사업계획을 준비하고 있고 이제 마무리 단계다.

주 부사장은 "통상 사업계획을 짜다보면 본사는 물량 목표를 높이자고 욕심내고 현지 법인은 방어적 입장을 취하는 게 일반적인데 2022년은 반대였다"며 "워낙 수요가 많다보니 현장에선 더 달라고 하고 본사는 못 준다며 숫자를 낮추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까지 보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서 귀국한 정의선 회장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 회장은 27일 "반도체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기대한 것보다 성과가 못 나왔다"며 "내년 1분기는 돼야 완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이를 두고 현대차그룹이 '반도체 내재화'란 숙제를 재확인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외부 환경의 영향으로 사업 전반이 흔들리는 경험을 한 만큼 재발방지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단순 계열사가 아닌 그룹 전반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빠르게 변화가 시작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반도체 내재화에 돌입한 상태다.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올 초 현대오트론의 반도체사업부를 인수하며 첫 발을 뗐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종합적으로 반도체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특히 전기차 시대에 발맞춰 전력반도체 개발에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전력반도체는 전력을 변환, 제어하는 반도체로 전기차의 핵심 부품이다. 전기차에는 차량용 반도체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 내연기관차보다 3~5배 더 많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 역시 모비스와 별도로 반도체 내재화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반도체 자체 개발에 대한 의지는 주요 경영진의 입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인 호세 무뇨스 사장은 최근 외신들과 만나 "반도체는 많은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지만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라며 "현대차도 그룹 내에서 우리 자신의 칩을 개발할 수 있길 원한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배터리셀 합작공장 기공식 행사에 정의선 회장(앞줄 가운데)과 김걸 사장(앞줄 왼쪽), 조성환 사장(앞줄 오른쪽)이 온라인 화상 연결을 통해 참석했다. <출처: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은 비슷한 이유로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에도 뛰어들었다. 외부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전기차 시대에 자칫 주도권을 배터리업체에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현대차그룹 뿐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업계의 추세다.

그 일환으로 최근 인도네시아에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법인을 세우고 배터리셀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2024년 생산을 시작해 E-GMP가 적용되는 전기차를 비롯해 다양한 차량에 탑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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