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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 2세 김준영, 지분승계 '부당지원' 꼬리표 기로 공정위 '올품' 일감몰아주기 제재 파장, 후계구도 정당성 훼손 우려

이효범 기자공개 2021-11-02 07:36:45

이 기사는 2021년 10월 29일 15: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림그룹이 부당지원을 바탕으로 창업주 장남의 지분 승계를 실시했다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수년간 조사를 바탕으로 최근 이같은 결론을 낸데 따른 것이다. 2세인 김준영 씨 소유의 올품을 향한 계열사들의 지원 행위를 근거를 들었다.

하림은 이번 제재로 김홍국 회장에서 아들 준영 씨로 지배력을 이양하는 승계 구도에 상당한 부담을 안게됐다. 앞으로 경영능력을 검증받아 그룹 후계자로서 입지를 다져야 하는 오너 2세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올 5월 1일 기준 준영 씨는 올품과 한국인베스트먼트를 통해 하림지주 지분율 24.6%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올품 지분 100%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알려져 있다. 올품은 또 한국인베스트먼트를 지배한다. 이처럼 우회적으로 가진 지분율은 부친인 김 회장이 직접 보유한 하림지주 지분율 22.9%를 웃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장남 김준영 씨, 유튜브 계정 화면 캡처>

이는 하림그룹의 지분승계가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20%를 넘는 상장사 지분만 확보해도 오너십을 발휘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 준영 씨가 이처럼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던 시작점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 회장은 100% 지분을 보유한 개인회사 한국썸벧판매 지분 전량을 아들에게 증여했다.

한국썸벧판매는 동물용의약품을 판매하는 업체로 100% 자회사인 한국썸벧이 관련 의약품을 제조한다. 김 회장은 당시 한국썸벧을 통해 당시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던 제일홀딩스 지분 7.49%를 갖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한국썸벧판매를 증여한 것은 제일홀딩스 지분을 장남에게 넘긴 게 됐다.

공정위가 발표한 하림 그룹본부의 ‘회장님 보고자료 한국썸벧 및 지분이동(2010.8.19.)’ 일부 발췌 내용을 살펴보면 그 배경이 드러난다. 문서에는 'K소유 법인(한국썸벧)에 증여하는 것이 미성년자인 자(子)에 증여하는 것보다 과세 당국의 관심을 덜 유발시킬 수 있음'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과세당국의 조사를 피하기 위해 한국썸벧판매를 증여하는 방식으로 승계에 착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2013년 한국썸벧판매는 하림그룹 지주사 제일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양계·축산업체 올품을 흡수합병해 현재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한 올품으로 변모했다. 준영 씨가 지분을 증여받기 전인 2012년말 한국썸벧판매은 연결기준 매출액이 861억원에 그쳤으나 이듬해 3464억원으로 대폭 불어났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후계자의 개인회사인 올품에 하림 계열사들의 부당지원 행위가 있다고 본 것이다. 대표적으로 배합사료를 제조하는 계열 사료회사들이 사료첨가제를 제조사로부터 직접 구매했으나 2012년 초부터 기능성 사료첨가제 구매방식을 올품을 통해 통합구매하는 것으로 변경한 점에 주목했다. 이 과정에서 올품은 제조사로 부터 한층 낮은 가격에 사료첨가제를 구매해 계열사들에 재판매하는 과정에서 이익을 얻었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이를 통해 "한국썸벧판매가 그룹 경영권 승계의 핵심 회사가 됐고, 하림그룹에서는 한국썸벧판매 지원을 통해 상속재원을 마련하고 그룹 경영권을 유지 강화하려는 유인구조가 형성됐다"고 해석했다.

공정위는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하림 소속 계열회사들이 올품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49억원을 부과했다. 과징금 자체를 놓고보면 하림그룹의 부담이 큰 것은 아니다. 70억 부당지원에 따라 부과된 49억 과징금 중 38억원 가량은 계열사들이 분담한다. 김 씨가 100% 지분을 가진 올품이 부담하는 금액은 약 11억원이다.

하림그룹은 그동안 공정위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온 만큼 억울함을 표시하고 있다. 특히 수년째 조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누적된 피로감에도 불구하고 일관성을 갖고 소명해온 만큼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올품과 계열사들의 거래는 지원행위라기 보다 통합구매 등을 통해 오히려 경영효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올품이 제조사로부터 저가에 사료첨가제를 구매해 높은 가격에 재판매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거래 당사자들간의 협상을 거쳐 결정된 정상적인 가격이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공정위의 제재는 하림그룹은 2세 승계 과정의 정당성 측면에서 뼈아픈 타격을 입혔다. 1988년생인 준영 씨는 2018년부터 하림지주에 입사해 과장 직급으로 근무해오다 현재는 퇴사한 상태로 알려졌다. 다만 그는 김 회장의 자녀 1남 3녀 중 장남으로 여전히 적통 후계자로 평가된다.

그룹 지배를 위한 지분 확보를 사실상 마무리했지만 준영 씨는 후계자로서 경영능력도 입증해야 한다. 공정위의 제재로 부당지원 꼬리표를 달게 된 점은 향후 경영활동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하림그룹이 공정위의 제재를 받아들일 경우 후계 승계에 불공정한 지원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 그동안 공정위의 조사과정에서도 부당지원 행위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만큼 이번 제재를 두고 법적대응도 불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림그룹 측은 공정위 결정에 대해 "공정위의 조사와 심의과정에서 올품에 대한 부당지원이 없었다는 점을 충분히 소명했는데도 과도한 제재가 이뤄져 매우 아쉽다"며 "특히 승계자금 마련을 위한 부당지원 및 사익편취라는 제재 사유들에 대해 충분히 소명했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또 "공정위의 의결서를 송달받으면 이를 검토해 해당 처분에 대한 향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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