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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탄탄한 인맥 갖춘 '연기금 간판 매니저' 박진호 NH아문디운용 본부장서울대 투자동아리 '스믹' 발기인 출신…NH아문디아이사랑·A연금가치주 책임운용

이돈섭 기자공개 2021-11-04 13:32:14

이 기사는 2021년 11월 02일 10: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진호 주식운용부문 주식운용1본부장은 NH아문디자산운용의 간판 매니저다. 서울대 유명 투자동아리 스믹(SMIC) 발기인이자 미래에셋자산운용 공채 출신인 박 본부장은 탄탄한 인맥과 대체불가 실력으로 업계 트렌드를 꿰뚫고 있다. 시원한 성격의 호인 이미지로 겸손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리서치 방면에선 날카롭고 예리하다고 알려져 있다.

박 본부장은 20년 이상 업력을 바탕으로 가치주와 성장주 혼합 스타일을 구사한다. 시장 흐름을 추종하면서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는 데 주력한다. 리스크 관리 기술과 모델 포트폴리오 구성 실력을 바탕으로 NH아문디운용을 연기금 운용 특화 하우스로 성장시키고 싶다. 그의 운용 스타일을 잘 드러내는 상품은 '아이사랑적립식 펀드'다.


◇ 성장스토리: "서울대 투자동아리 스믹 발기인 출신…운용업계 핵인싸"

박 본부장은 전남 여수 돌산 출신이다. 여수고 재학 시절 일곱 살 위 형님이 '개성은 없지만 졸업 후 할 게 많다'는 경영학과를 추천한 것을 계기로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도시 생활이 익숙지 않아 입학 후 2년을 조용히 지냈는데 군대 제대 후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아리를 시작하기로 했다. 때마침 최혁 경영학과 교수가 학과 내 실무색 짙은 동아리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한 터였다.

동아리 이름은 서울대 투자연구회 '스믹'. 황성환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대표와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 등 운용업계 걸출한 인재들을 배출한 유명 동아리다. 박 본부장은 2대 회장직을 맡아 스믹의 기틀을 잡는 데 일조했다. 주식운용 경험과 네트워크를 살려 미래에셋운용에 입사한 것이 1999년. 졸업도 전에 연수원에 입소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김 본부장은 공직 생활을 꿈꾸고 있었다.

산속 연수원 생활 중 김 본부장은 금융감독원 합격 통보를 받았다. 박 본부장은 당시 박현주 사장에게 사표를 내밀었다. 하지만 박 사장은 세상의 변화 양상을 설명하며 일개 사원의 사표를 반려했다. 박 본부장은 이야기를 듣던 중 어느샌가 박 사장에게 설득당한 자신을 발견했다. 그렇게 미래에셋운용 주식운용본부에서 운용업계 커리어를 쌓기 시작했고, 그곳에서 10여 년을 내리 일했다.

미래에셋운용에선 '3억솔로몬, 인디펜던스 디스커버리' 등 대표 펀드 운용을 도맡았다. 3억 솔로몬은 한때 운용규모가 9조원으로 불어나기도 했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가 대규모 환매를 겪으면서 어려운 시기를 보내기도 했지만, 손동식 미래에셋운용 국내주식운용부문 사장, 김태우 KTB자산운용 대표, 박건영 브레인자산운용 대표 등 당시 함께 일했던 사람들을 만난 귀한 시간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인물은 구재상 케이클라비스자산운용 대표다. 박 본부장의 운용 기술은 구 회장에게 배운 것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구 회장이 미래에셋운용을 떠나 케이클라비스운용의 전신인 케이클라비스투자자문을 설립할 때 박 본부장도 동행했다. 절대수익 펀드와 롱숏 펀드, 랩 자문 등에 주력하다 개인적 사정을 계기로 2015년 3월 NH아문디운용으로 이적했다.


◇ 투자스타일 및 철학: "성장·가치주 혼합 스타일"

박 본부장은 본인의 스타일을 가리켜 성장·가치주 혼합 스타일이라고 소개했다. 현재 박 본부장은 1조2000억원 규모 A연금 가치주 펀드와 565억원 규모의 아이사랑적립식 펀드, 100년기업그린코리아 펀드 등의 운용을 전담하고 있다. 운용 목표는 시장 대비 높은 수익률을 얻는 것. 그러려면 보텀업(Bottom Up·상향식) 리서치와 과학적 위험관리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해당 섹터가 차지하는 시장 비중 안에서 투자 비중을 유지하는 이른바 섹터 뉴트럴(Sector Neutral) 전략을 도입, 벤치마크 대비 높은 수익률을 장기간 꾸준히 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펀드 수익률이 벤치마크 대비 연간 3%포인트 높고, 이것을 10년간 꾸준히 유지하면 상위 10% 안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박 본부장의 설명이다.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데 안성맞춤 비히클이기도 하다.

"가치주를 사더라도 성장성이 전제돼야 합니다. 싸다는 이유만으로 사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지금의 상태를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있어야 합니다. PER이 100배이더라도 그 시장 자체가 100배 커지는 시장이라면 사는 식입니다. 자동차 시장 규모가 3조 달러고 앞으로 30년 동안 전 세계 자동차가 전기차로 바뀐다, 이 한마디면 끝나는 겁니다. PER 100배가 투자를 좌우할 수치는 아닌 것이죠."

매수·매도 타이밍을 잡는 과정에서 집단 지성이 중요하다고도 강조한다. 기관투자자 정보 우위 시대는 지나갔다. 어딜 가나 쉽게 투자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 정보를 얻는 게 아니라 해석하고 트렌드를 읽어내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이 작업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여러 사람이 모여 토론에 토론을 거듭해야 한다. 해당 본부 소속 인원이 매일같이 모여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있는 이유다.

◇ 트랙레코드1 : 연기금 가치주 펀드 선정…장기운용 선도

박 본부장의 NH아문디운용 이적 첫해 성과는 NH아문디운용을 국내 대표 A연기금 가치주 펀드 운용사로 선정시킨 것이다. NH금융지주가 자산운용업 확대를 제창하고 있었던 당시 가치주 펀드 운용사 선정 건은 상당한 성과일 수밖에 없었다. 선정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실무 담당자는 박 본부장에게 '성장주 위주로 투자해온 매니저인 것은 알고 있는데 가치주도 운용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박 본부장은 "미래에셋운용에서 주력해온 펀드가 '3억 만들기 솔로몬'이었는데, 그때 성장주였던 종목들이 시간이 지나 현재 가치주가 돼 있고, 그 종목들을 적어도 10년 이상 봐온 경험이 있으니 잘 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그간 운용 경험을 녹여낸 대답에 실무자는 납득했다. 현재 A연기금 가치주 펀드 운용규모는 1조2000억원 이상. 지난달 21일 기준 누적 수익률은 89.1%, BM 대비 36.8% 아웃 퍼폼했다.

"NH아문디운용이 현재 강점을 보이고 있는 장기 운용 분야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는 것이 지금 현재의 목표입니다. 국내 주식 액티브 펀드는 상장지수펀드(ETF)와 해외주식 투자 확대로 과거에 비해 입지가 좁아졌죠. 이런 상황 속에서도 시장 지수를 웃도는 수익률을 꾸준히 내면서 퇴직연금과 국민연금 시장 등에서 이 분야 강자로 인정받기가 쉽지만은 않지만 여전히 좋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 트랙레코드2: 탄탄한 모델 포트폴리오에 ESG 전략 녹인다

'아이사랑적립식 펀드'도 박 본부장의 스타일을 잘 나타내는 상품 중 하나다. 아이사랑적립식 펀드는 박 본부장이 NH아문디운용으로 넘어와 처음 운용을 맡은 상품이기도 하다. 기업의 본질적 내재가치를 분석해 시장대비 저평가된 종목을 발굴한다는 콘셉트로 2005년 처음 설정돼 올해로 16년째 운용되고 있는 장수 상품 중 하나다.

해당 펀드는 NH아문디운용 리서치 모델 포트폴리오를 가장 충실하게 따라가고 있는 상품이기도 하다. 시장 벤치마크와 비교해 매년 3~4%가량 꾸준히 아웃퍼폼했다. 1일 기준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은 70.49%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공모펀드 판매가 둔화한 탓에 자금 유입은 뜸하지만 꾸준히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설정한 '100년기업그린코리아 펀드'도 애착 펀드 중 하나다. 이 펀드는 ESG 관점을 반영해 국내 주식에 자산의 60% 이상을 투자하는 상품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5대 제조 국가 안에 진입했지만, ESG 측면에서 보면 상당히 저평가된 종목들이 여전히 많다는 의견이다. ESG 투자 측면에서 국내 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시각이다.

"5대 제조 국가에는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독일이 포함됩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도 포함했지만 우리가 수출 규모에서 추월했습니다. 저변 기술 보유 측면에서도 상당한 우위에 있습니다. 다른 나라보다 먼저 ESG 생산 설비를 구축하면 상당한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ESG 분야 펀드를 집중 출시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죠."

◇ 업계 평가 및 향후 계획

운용업계에서 박 본부장은 성격이 좋고 겸손한 인품을 갖고 있다고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다. 그것은 시장 앞에서 유연하게 반응한다는 평가일 것이다. 박 본부장은 구재상 회장이 "서울대생이 안 되는 이유가 뭔지 아느냐. 내가 안다는 생각을 하니까 안 되는 거다"라고 말한 것을 기억한다. '시장이 항상 옳다'는 생각을 갖게 된 배경이다.

당분간은 몸을 추스를 때라고 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작한 대규모 재정정책과 유동성 확대정책이 점진적으로 축소되는 국면이기 때문이다. 최근 주식 밸류에이션 상승은 재정 정책이 기업 이익 성장을 견인한 영향이 큰데, 모멘텀이 둔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주식 시장은 내년까지 기간 조정을 겪을 것이라는 게 박 본부장의 전망이다.

다만 병목현상에 따른 이연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에 경기싸이클은 늘어진 형태로 천천히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기간 조정을 겪고 나면 한국 시장은 재평가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경제규모가 글로벌 10위로 앞섰고, 수출시장 점유율도 최상위권으로 올라섰다. 배당률이 금리보다 높아졌고 산업 구조도 잘 분산돼 안정성도 높아졌다.

앞으로도 장기운용 분야에서 성공 스토리를 써내려 가고 싶다. 금융자산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결국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시장 펀드를 지켜주는 자금은 연기금일 수밖에 없다. 연기금 전문 매니저로 살아가는 것은 어느 정도 정해진 수순이라는 것. 박 본부장은 "한국 경제는 충분히 더 올라갈 요인이 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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