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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민영화]고객에서 주주로…유진PE, 현 체제 조력자 될까2009년 유진그룹 위기 당시 우리은행서 소방수 역할…손태승에 '우호적' 관측

고설봉 기자공개 2021-11-23 07:55:20

이 기사는 2021년 11월 22일 1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은행 기업금융부문 고객인 유진그룹(유진PE)이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멤버로 참여한다. 유진그룹은 23년만에 이뤄지는 우리금융의 민영화 조력자로서 지분 4%를 확보한 과점주주에 오르게 된 동시에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 선임권을 얻게 됐다.

유진그룹이 우리금융 지배구조에 미칠 영향을 두고서는 아직 해석이 분분하다. 주주로서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만큼 그 행보를 장담하긴 어렵다는 평이 나온다. 다만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우호세력 역할을 해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금융위원회는 22일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보유하고 있는 우리금융지주 지분 매각 결과를 발표했다. 유진프라이빗에쿼티(PE)가 4%를 낙찰받았다. 이외 KTB자산운용(2.3%), 얼라인파트너스컨소시엄(1%), 두나무(1%), 우리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1%)이 낙찰자로 선정됐다.

유진PE는 우리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9.80%), 국민연금(9.42%), IMM PE(5.57%)에 이은 4번째 주주로 등극했다. 특히 유진 PE는 지분 4% 인수를 통해 사외이사 추천권까지 확보했다. 우리금융 경영에도 직접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주주로 등극한 셈이다.


유진PE는 유진그룹 계열 사모펀드다. 유진그룹 핵심 법인인 유진기업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유진그룹은 유경선 회장이 이끄는 중견그룹사다. 주력인 건자재 기반의 사업구조를 바탕으로 금융, 물류, 공익, 레저·엔터테인먼트, 환경·에너지, IT, 부동산자산운용 등으로 외연을 확장해왔다.

금융권에선 이번 유진PE의 우리금융 지분 인수가 단순 투자 목적만은 아니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유진그룹은 과거부터 우리은행과 끈끈한 관계를 맺어오고 있다. 우리금융 핵심 자회사 우리은행은 전통적으로 기업금융부문 강자로서 유진그룹에 다양한 방식으로 유동성을 공급해온 주요 은행이다.

특히 유진그룹은 2009년 유동성 위기때 우리은행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 유진그룹은 2007년 하이마트를 인수할 당시 우리은행으로부터 3000억원을 차입했다. 하지만 인수 후 경영권 분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2009년 3000억원의 만기가 도래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유진그룹은 보유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섰지만 자산가치가 급락해 전체 목표금액의 30%를 확보하는데 그쳤다. 유진그룹은 유진투자증권 등 알짜 계열사를 급매물로 내놓으며 급한 불을 껐다.

그룹사가 흔들릴 수 있던 상황에서 숨통을 터 준 건 우리은행이다. 총 3000억원 가운데 2200억원의 만기를 연장해주며 유진그룹이 시간을 벌 수 있도록 기다려준 셈이다. 덕분에 위기를 넘긴 유진그룹, 이를 전폭적으로 지원했던 우리은행은 지금껏 수천억원대 채권·채무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2009년 우리은행이 만기 연장을 해주지 않았다면 현재의 유진그룹은 없었을 수도 있다”며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유진그룹이 나서 우리금융 민영화 성공과 지배구조 안정화에 직접 나서준 셈이다”고 말했다.


고객사였던 유진그룹이 주주로 진입하면서 우리금융의 지배구조는 큰 변화가 맞이하게 됐다. 우선 올해 7월 동양생명 지분 매각으로 5대 과점주주 체제로 축소됐던 우리금융 지배구조는 다시 6대 과점주주 체제로 돌아간다. IMM PE(5.57%), 푸본생명(3.97%), 키움증권(3.73%), 한국투자증권(3.77%), 한화생명(3.16%) 등 5대 주주에 이어 유진PE까지 6대 과점주주 체제가 갖춰지게 된다.

특히 새로운 과점주주의 등장은 우리금융 이사회 구성의 변화를 부르는 신호란 점에서 관심을 끈다. 유진PE는 4% 지분 확보로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 1명 선임권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2021년 9월 말 현재 우리금융 이사회는 사외이사 4명, 비상임이사 1명, 사내이사 2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노성태(한화생명 추천), 박상용(키움증권 추천), 정찬형(한구투자증권 추천), 장동우(IMM PE 추천), 첨문악(푸본생명 추천), 전지평(동양생명 추천) 등 6명의 사외이사가 선임됐지만 첨문악·전지평 사외이사가 중도 사임했다.

이를 두고 시장 일부에선 우려의 시선도 있다. 유진그룹이 손태승 회장에 대한 우호 세력이 아닐 경우 현 CEO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에 균열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과점주주 추천 이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는 우리금융의 현 이사회는 손 회장에 대한 지지도가 상당히 높다. 손 회장이 사모펀드 사태로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 처분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3월 그를 2연임 시켰다. 이를 두고 소송을 제기했던 손 회장은 올 10월 법원으로부터 금감원 징계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이사들에게 그들의 신뢰가 틀리지 않았다는 근거를 확실히 준 셈이다.

이런 가운데 손 회장 임기는 2023년 3월 만료된다. 아직 3연임에 도전할 기회가 남아 있다. 손 회장 입장에서는 유진그룹이 현 체제를 지지해준다면 연임 행보를 이어가는데 보다 유리해진다. 손 회장은 내년 한 해 동안 경영 보폭 확대에 보다 힘을 쏟아야 한다. 비은행부문 강화를 위한 공격적인 M&A 및 투자활동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이사회의 안건 의결을 통한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금융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유진PE는 손 회장 체제 유지에 대한 기존 사외이사들과 이견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안정화된 이사회 및 지배구조가 한층 더 단단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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