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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공기관 재편 논란]산업은행-수출입은행, 반복되는 통합 논의정권마다 정책금융기관 재정립 요구…민주·국힘 관련 논의 가능성

김규희 기자공개 2022-02-04 07:14:39

이 기사는 2022년 01월 28일 16: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책금융기관 재편 논의는 해묵은 주제다. 대통령 선거 전후로 정부조직 개편 논의가 시작되고 뒤이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역할 및 기능을 점검한다.

이번 대선에서도 비슷한 흐름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3월 선거가 치러지는 점을 감안하면 올 중순 무렵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올해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통합 논의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재임 중인 산업은행장이 수출입은행과의 합병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현직 정책금융기관 수장이 직접 안건을 꺼낸 건 이례적인 일이다.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통합론’ 제안

이 회장은 지난 2019년 9월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정책금융이 분산화 되어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지금은 정책금융도 구조조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면밀히 검토해 산은과 수은의 합병을 정부에 건의할 생각”이라며 "산은과 수은이 합병함으로써 더 강력한 정책금융기관이 나올 수 있고 이렇게 되면 될성부른 혁신기업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도 가능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사견을 전제로 얘기했지만 이 회장의 소신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통합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간 업무 중복에 따라 정책금융 효율성이 저하된다는 판단이다. 두 기관이 통합되면 지원 인력을 줄여 영업 현장에 파견하는 게 가능해진다. 가용 예산도 늘어 이를 정보기술 설비 강화나 혁신산업 투자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이 회장이 던진 이슈는 곧바로 금융권과 정치권으로 확산했다. 당시 은성수 전 수출입은행장이 금융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수출입은행장 자리가 공석이어서 논란이 크게 번졌다.

물론 수출입은행의 강한 반발과 함께 상위 기관인 금융위, 기획재정부 등에서 반대 의견 개진하자 논란은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당시 청와대에서도 “전혀 논의한 바도 없고 논의할 계획도 없다”고 일축했다.


◇ 정권마다 반복되는 논쟁, ‘정책금융 비효율’ 해소 목소리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통합 논의가 의미 없는 건 아니다. 정책금융을 직접 경험한 국책은행 수장이 이슈를 던졌다는 건 현장에서 느끼는 비효율이 크다는 방증이다. 과거에도 정책금융기관 통폐합 얘기는 계속해서 등장했다.

2011년 당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취임 후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정책금융기관 통폐합을 거론했다. 정책금융공사의 중소기업 지원, 수출기업 지원 등 업무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기존 기관과 중복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당시에는 정권 후반기여서 논의는 흐지부지 됐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 본격적인 논의가 있었다. 신제윤 당시 금융위원장은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태스크포스(TF)’를 열고 정책금융의 현황과 문제점을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정책금융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방안을 마련하고자 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정책금융공사 등이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각자의 역할을 강조하며 치열한 공방을 벌였고 당국은 회의 끝에 정책금융공사를 쪼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 편입하기로 정리했다.

각종 연구 보고서에서도 정책금융기관의 업무·기능 중복에 따른 비효율을 지적한 바 있다. 물리적 통합이 어렵다면 지주회사체제로 통합해 효율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더좋은미래는 지난 2018년 11월 ‘정책금융기관, 통합형 체제로의 근본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당시 김기식 더좋은미래 정책위의장은 보고서를 통해 정책금융기관을 지주회사형태로 통합해 신용평가나 기술평가와 같은 공통적인 업무는 지주회사 내부에서 일원화·효율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책금융기관을 지주사 아래 자회사 형태로 두게 되면 공통 업무를 한 곳에서 수행하고 그로 인해 생기는 여유 인력을 다른 분야에 투입할 수 있게 된다. 이로 인해 물리적 통합으로 인한 인력 구조조정 문제나 조직 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앞서 지난 2014년 금융연구원도 보고서를 통해 정책금융기관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정책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해 업무중복을 해소하고 해외 대형 프로젝트 사업 협력 강화를 주장했다. 대외비로 작성된 해당 보고서는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내 경제혁신특별위원회에 보고됐다.


◇ 대선 이후 ‘역할 재정립’ 논의 가능성은?

제20대 대선 이후 정책금융기관 재편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이 높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더좋은미래에서 정책금융기관의 근본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만큼 민주당은 향후 인수위 과정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소속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아직 논의를 할 단계는 아니지만 향후 충분히 얘기해볼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도 정책금융기관 통합 논의가 있을 개연성이 크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기능 중심의 슬림한 정부를 구상하고 있는 만큼 효율적인 정책금융 실현을 위해 기관을 재편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 캠프 관계자는 “정부조직 관련 얘기는 기초 단계 수준에서 논의 중”이라며 “향후에 충분히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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