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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vs 전문 경영인' 볼빅의 운명은 [thebell desk]

박상희 차장공개 2022-03-25 07:00:51

이 기사는 2022년 03월 23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너 경영인 vs 전문 경영인. 어떤 경영 체제의 성과가 더 좋을까. 누구도 쉽게 이것이 정답이라 단언할 수 없는 논쟁이다. 처해 있는 입장과 상황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는 영화 제목처럼 특정 상황에선 정답처럼 여겨졌던 선택이 돌이켜보면 반드시 성공적이었다고 단언할 수도 없다.

오너 경영인과 전문 경영인 체제의 장단점은 갈린다. 자본을 소유하는 자본가이면서 동시에 회사를 경영하는 오너 경영인은 상대적으로 리스크 부담이 큰 대규모 투자를 뚝심 있게 추진할 수 있다. 대규모 자금이 수반되는 투자나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장기 프로젝트는 대개 오너 경영인 체제에서 힘을 발휘한다.

그렇다고 오너 경영인이 뚝심 있게 밀어부친 결정이 항상 성공적인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 전문적인 경영 역량 부족으로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반면 전문 경영인은 기업 운영에 관한 한 전문성은 뛰어나지만 제한적인 임기로 인해 단기 성과에만 함몰될 위험성이 크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기업을 운영하기보다는 본인의 임기 내에 결실을 볼 수 있는 단기 성과 창출에 급급한 경향이 강하다.

골프공 제조업체 ‘볼빅’은 2008년 문경안 회장이 인수한 이후 줄곧 오너 경영 체제였다. 철강유통 회사인 BM스틸을 경영하던 중 볼빅 인수에 나선 문 회장은 골프 애호가로 알려졌지만 골프 사업에 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호기롭게 시작한 사업의 초기 성과는 좋았다. 2010년 컬러공 출시 이후 흰색공이 점령하고 있던 골프공 시장에 파란을 일으키며 점유율 2위로 뛰어올랐다.

2010년 120억원을 기록한 매출은 2017년 처음으로 400억원을 돌파하는 등 계속해서 성장 스토리를 써왔다. 그러나 골프공에서 다른 골프용품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골프뿐만 아니라 배드민턴 등 다른 스포츠로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수익성에 빨간 불이 켜졌다. 적자가 난 상황에서 2020년 팬데믹의 발발은 볼빅을 유동성 위기로 몰아넣었다. 급기야 지난해는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보고서 ‘의견 거절’을 당하기도 했다.

최근 볼빅은 TS인베스트먼트로부터 약 220억원의 자금을 유치하면서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났다. TS인베스트먼트가 볼빅 유상증자에 제3자배정 형태로 참여한다. 볼빅이 유상증자를 위해 발행하는 전환우선주는 615만8519주에 달한다. 증자 이전 발행주식총수(418만3333주)를 넘어서는 규모다. 전환우선주는 보통주와 동일한 의결권을 갖는 조건이다.

볼빅은 이번 투자유치로 급한 불은 껐지만 향후 경영 상황은 안갯속이다. 문 회장의 1대주주 위치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상당한 자본금을 투입한 TS인베스트먼트 측은 경영 전권을 행사하고 싶어하고 문 회장은 볼빅 경영에서 손을 뗄 수 없다고 버티는 모양새다. 볼빅이 2008년 이후 계속된 오너 경영인 체제를 이어갈지, 전문 경영인 체제로 변모할지 갈림길에 서 있다. 뭐가 정답일지는 알 수 없다. 골프공 명가로서 볼빅의 위상이 다시 한번 우뚝 설 수 있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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