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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대받는 한라홀딩스, 자본배분 전략 '설득력 부재' [K-행동주의 물결]④5% 배당수익률에도 주가는 횡보…VIP, 자사주 매입 제안

양정우 기자공개 2022-03-30 08:18:26

[편집자주]

행동주의 투자에 나선 토종 헤지펀드 운용사의 기세가 거세다. 국내 대표 하우스부터 신생 운용사까지 각양각색 접근법으로 저평가된 주가를 개선시킬 묘안을 제시하고 있다. 행동주의라는 푯대는 동일하지만 목표 달성을 위한 방법과 전략도 다양하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주축 전략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기지개를 켜고 있는 'K-행동주의'의 현황을 더벨이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3월 29일 06: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VIP자산운용이 행동주의 액션에 나선 한라홀딩스는 저평가가 익숙한 국내 지주사 중에서도 추가 할인이 가해진 기업이다. 현금 창출력이 충분한 계열사를 거머쥐고 현금 배당을 실시하면서도 과도한 시장의 저평가가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운용업계에서는 시가총액 저평가의 최대 원인으로 자본배분(capital allocation) 전략의 설득력 부재를 꼽는다. 근래 한라홀딩스는 잉여 현금을 FI(재무적투자자)성 투자에 투입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물론 이들 투자가 잭팟을 터뜨릴 수도 있으나 투자사가 아닌 이상 지속가능한 이익 창출의 창구일지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적어도 주가 흐름 측면에서는 명백하게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자사주 매입 카드처럼 잉여 현금이 주주의 영속적 이익으로 전환되는 곳에 투입됐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라홀딩스, 굵직한 캐시카우에도 저평가…5% 배당책 불구 시장서 소외

한라홀딩스는 지난 5년 간 주가 흐름이 코스피를 큰 폭으로 밑돌고 있는 상태다. 단순 비교를 해도 2017년 주당 7만원을 넘어섰던 한라홀딩스의 주가는 현재 4만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2000 초반에서 2730으로 26.5% 가량 상승했다.

국내 지주사는 핵심 계열사를 대부분 상장한 상태여서 이미 시총에 '더블카운팅' 이슈가 내재돼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에 못 미치고 주가수익비율(PER)도 10배를 넘는 곳이 드물다. 이런 지주사 가운데 저평가 정도가 한층 더 심한 곳이 바로 한라홀딩스다.

한라홀딩스는 추정 PER(NAVER 기준)이 3.51배, PBR이 0.39배로 각각 집계됐다. ㈜SK의 추정 PER과 PBR은 11.78배, 0.64배로 나타났고 삼성물산(14.2배, 0.6배)과 ㈜CJ(7.73배, 0.56배), ㈜효성(5.22배 0.64배) 등 여러 지주사도 주요 지표의 성과가 크게 우월했다.

한라홀딩스 주가 흐름. 출처:NAVER

한라홀딩스의 핵심 계열사는 자동차부품(제동장치, 조향장치, 현가장치 등) 제조사인 만도다. 만도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357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165.7% 증가했다. 6조원 수준의 연간 매출 볼륨을 유지하면서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중견 건설사인 ㈜한라 역시 견조한 영업 실적을 쌓아가고 있다. 지주사로서 실적의 원천은 계열사 로열티 수익과 지분법 손익이다.

현금 배당도 나쁘지 않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라홀딩스의 기대 배당수익률은 5% 정도로 여겨진다. 자동차 부품 업체 중에서 배당금이 단연 최대 수준이다. 오너가 주주 환원 정책을 아예 무시하는 경영 기조를 고수하는 기업이 아닌 셈이다. 변동성 장세에 배당주 투자가 각광 받는 시기이지만 한라홀딩스의 주가 흐름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코스피(KOSPI) 주가 흐름. 출처:구글

◇WCP 등에 유동성 투입, 지속가능성은 의문…'시장 납득' 자본배분 전략 절실

이런 저평가 국면이 장기화되고 있는 건 자본배분 전략에서 불확실성이 점증된 탓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자본배분은 주주의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용처에 기업의 자원을 배치하는 업무다. 선진 자본시장에서는 자본배분이 최고경영자(CEO)에게 최우선적으로 요구되는 의사결정 사항이다.

한라홀딩스는 지주사 중에서 지분투자나 사업양수도 등 자금수지의 변동성이 큰 축에 속한다. 2016년 세인트포CC와 주변 부지 개발사업에 투자했고 2017년 한라스택폴 지분을 일부 매각해 939억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지난해엔 한라홀딩스가 옛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현 에이치엘클레무브)의 지분 50%를 현금 825억원에 만도로 매각하는 이벤트도 발생했다.

운용업계에서 주목하는 건 한라홀딩스가 유동성 재원을 배치하는 패턴이다. 무엇보다 비상장기업의 지분 투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장 최근엔 2차전지 분리막 제조사인 더블유씨피(WCP)에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이미 기업가치가 수조원 대로 올라선 비상장사여서 10% 미만의 소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WCP 투자는 비상장기업의 프리IPO 단계에 단행된 투자다. 물론 회사측에서는 단순히 투자 차익을 넘어 공동 영업망 구축 등 시너지를 꾀한다는 입장이다. 한라홀딩스는 WCP뿐 아니라 닥터카, 비마이카(BeMyCar), 디앤디파마텍, 마이쉐프 등 각종 스타트업에 투자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FI성격의 투자는 물론 잭팟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다. 하지만 투자의 기대수익률과 리스크는 동전의 양면이듯 비상장투자는 실패의 확률도 높다. WCP가 시장의 기대처럼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상장에 100% 성공할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유휴 자본을 지속가능한 이익에 배분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라홀딩스는 이미 과거 세인트포CC와 주변 부지 개발사업에 투자해 재무 부담이 대폭 늘어난 전력도 있다. 2016년 말 별도기준 순차입금은 4113억원까지 확대된 것으로 집계됐다. 그 뒤 한라스택폴 지분을 일부 매각한 것도 자체적으로 차입 부담을 완화하려는 시도로 읽히기도 했다.


◇'행동주의 맏형' VIP운용, 자사주 매입 제안…주식 소각, ROE·EPS 영구적 효과

지난 2월 기준 한라홀딩스 지분 5.09%를 쥔 VIP운용은 공개적으로 한라홀딩스에 행동주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시장에서 홀대 받고 있는 한라홀딩스를 상대로 구체적 타개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VIP운용의 해법은 자사주 매입이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 수순은 단기적으로 주가를 부양할 때 쓰는 일시적 당근책이 아니다. 기존 사업 투자, 인수합병(M&A), 부채 상환 등과 함께 CEO가 활용하는 자본배분 전략의 선택지다. 해외에서는 경영 천채로 불리는 헨리 싱글턴에서 시작해 자사주 매입으로 자본배분의 결실을 드러낸 경영자가 적지 않다.

자사주 매입도 결국 투자 행위다. 다만 투자처가 자기주식일 뿐이다. 투자 효과 측면에서는 비상장투자 이익 창출의 경우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과 소각의 경우 자기자본이익률(ROE)와 주당순이익(EPS)을 높이는 방향으로 영속적 이익을 주주에게 안긴다는 것이 VIP운용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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