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4월 12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9년부터 작년까지 기업공개로 전환한 제약바이오 기업 57곳을 살펴보니 상장 3년 이내에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이탈한 곳이 12개에 달했다. 상장 후 10년이 지나도록 신약 출시 같은 기술 상용화에 근접하지 못한 곳이 부지기수인 점을 감안하면 바이오 기업에게 3년이 얼마나 짧은 시간일지 가늠할 수 있다.퇴사한 CFO들은 창업이나 전직을 선택하기도 했지만 적지 않은 이들이 비상장 바이오텍으로 자리를 옮겼다. 재무 전담 임원이 IPO를 마치고 다시 비상장사로 돌아가는 패턴은 유독 바이오 업종에서 자주 발견된다. 그만큼 인력풀이 한정적이라는 의미일 수 있고 신규 일자리가 꾸준히 만들어질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전의 안목이 필수인 바이오 기업에서 CFO 역할이 'IPO'에 집중되는 현상은 의아해 보인다. 바이오 기업들은 상장 과정에서 현재의 성과가 아닌 미래 성공 가능성을 끌어와 기업가치의 근거를 만들고 자금을 마련한다.
IPO 과정에서 내세운 약속을 지키려면 상장 후 재무 전략은 더없이 중요하다. 해당 시기에 재무 담당 임원이 회사를 떠난다면 유무형의 비용 부담은 불가피하다. 후임자를 찾기도 힘들뿐더러 신임 CFO가 회사 기술을 이해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만약 CFO가 스톡옵션을 행사하고 이직을 결정했다면 회사의 미래가치에 베팅한 투자자들은 혼란스러워진다.
이러한 현실을 두고 한 바이오텍 대표는 CFO가 '내부에 있는 VC'가 돼 버렸다며 씁쓸함을 표현했다. IPO 1~2년 전에 합류하고 상장 이후에 퇴사하는 모습에서 벤처캐피탈(VC)이 연상된다고 말했다.
물론 CFO 개인의 입장에서 이직은 새로운 경험을 쌓고 처우도 개선할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성장 기회다. 섣불리 모럴해저드라고 평가할 수도 없다. 회사의 기술력이나 리더십을 긍정적으로 보고 입사했지만 실상을 겪어보니 업무 형태나 보상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일찍 이탈했을 개연성도 있다.
인사결정권자라고 해도 재무역량을 키워줄 CFO일지 '내부 VC'일지 한눈에 적임자를 알아볼 방법은 없다. 그 결과 상장 이후 CFO를 공석으로 남겨 두는 바이오텍이 하나둘 발견되고 있다. 이런 의사결정이 밸류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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