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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5조 어닝 쇼크]'전시 상황' 마주한 박헌규 CFO의 추가 전략 '외상'⑧오는 5월부터 관련 규칙 개정으로 전기 매입 '외상' 가능···현금 유출 지연 '기대'

양도웅 기자공개 2022-04-27 08:27:05

[편집자주]

'전력 공룡'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손실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이 자그마치 5조2200억원에 달한다. 웬만한 대기업이 이익으로 내기 힘든 숫자를 손실로 냈다. 원인은 의외로 단순하다. 급등한 원자재 가격을 전력 판매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답은 '전기 요금 현실화'이지만 정부와 시민사회는 어느 때와 다름없이 뜨뜻미지근한 모양새다. 사용자가 부담해야 할 책임과 비용을 대신 짊어진 한전을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4월 21일 08:05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재무조직과 예산조직 등을 총괄하는 박헌규 미래전략기획본부장(부사장)은 지난해 5월 말 '전시 상황'과 다름없는 때에 선임됐다. 회사는 9717억원의 영업적자와 665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1분기보다 더 악화한 실적을 2분기에 낼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실제 선임 한 달 만에 그가 받아든 2분기 실적은 1조333억원의 영업적자와 1조1202억원의 순손실이었다. 3, 4분기엔 더 참담했다. 4분기 영업적자는 4조1811억원, 순손실은 3조3751억원이었다.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제한하는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실적 악화를 피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계속된 조 단위 순손실로 현금이 유입되지 않자 박 본부장이 꺼낸 카드는 '회사채 발행'이었다. 그는 선임된 지 약 보름 만에 한국전력채권(한전채)를 발행해 총 2500억원을 확보했다. 이후 추가로 75차례 더 발행해 지난해 총 10조4300억원을 조달했다. 영업흑자와 순이익을 낸 2020년과 비교해 약 10배 큰 규모였다.


박 본부장은 전기요금 현실화가 이뤄지지 않는 올해에도 현금 확보 전략으로 한전채 발행을 택하고 있다. 새해가 들어선 지 나흘 만에 채권시장을 찾아 35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 19일 한전채 발행까지 합해 올해 총 65차례 발행해 8조4500억원을 확보했다. 올해 1분기 순손실은 지난해 연간 순손실(5조원대)과 유사할 것으로 점쳐진다.

한전채 발행은 최대주주인 정부의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박 부사장이 취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현금 확보 전략이다. 유휴 자산 매각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한전채 발행만큼 조 단위의 자금을 확보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 은행 대출은 채권 발행보다 절차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덜 수월하다.

다만 올해 들어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다른 현금 확보 전략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박 본부장이 선임될 무렵 0.50%였던 기준금리는 4차례 인상을 거쳐 현재 1.50%다. 이에 따라 지난해 발행한 한전채의 평균 금리는 2.18%였으나 올해는 3.11%로 100bp 가까이 상승했다. 그만큼 이자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박 본부장 입장에서 다행인 점은 지난 18일 한전이 전력거래대금 지급을 한 차례 미룰 수 있도록 정부와 전력거래소 등이 관련 규칙을 개정했다는 점이다. 한전은 매달 4차례 전기 매입비용을 치른다. 운영자금과 필수 설비투자금을 한전채 발행으로 확보하는 상황에서 공식적으로 '외상'이 가능하도록 바꾼 점은 자금 운용에 숨통을 트이게 하는 조치다.

(출처=한국전력공사 홈페이지)

엄밀히 따지면 외상, 즉 매입채무는 현금 확보 전략이라기보다는 현금 유출을 막는 전략이다. 단 대금 지급 시점을 연기함으로써 당장 빠져나가는 현금이 없기 때문에 현금 확보 전략과 동일한 효과를 낸다. 이미 박 본부장은 선임 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외상을 늘리며 현금 유출 최소화에 공을 들여왔다.

지난 2월 한전이 전기 구입에 사용한 현금은 7조5000억원이 넘는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전년동월 대비 90%(3조6000억원) 가량 증가한 규모다. 하지만 이번 규칙 개정으로 조 단위 현금 유출을 지연할 수 있게 되면서 박 본부장의 현금 확보 선택지가 넓어졌다. 규칙 개정은 오는 5월1일부터 적용된다.

한전 관계자는 "박 본부장은 사내에서 기획부사장으로 불린다"며 "이사회에 상임이사로 참여하고 있고 직급으로 봐도 정점에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1962년생인 박 본부장은 광주 동신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2021년 미래전략기획본부장에 선임되기 전 △전력시장처장 △감사실장 △상생발전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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