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5월 12일 07:56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원그룹의 지배구조 재편이 순탄하지 않다. 동원산업 주주들이 지주사 동원엔터프라이즈와 합병 기준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코스피 상장사인 동원산업 가치가 비상장사 동원엔터프라이즈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게 요지다.복잡한 합병비율 산식을 차치하더라도 주주들의 반발이 몽니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순자산가치보다 낮게 형성된 주가가 합병가액으로 산정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주주들의 원성은 동원산업이 자초한 결과이기도 하다. 지난 3년간 동원산업 주가는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미만에 머물러 있다. 시장 평가가 그러려니 하고 넘길 문제는 아니다. 시장에서 수산물 어획과 가공·판매에 부여하는 프리미엄이 박하더라도 동원산업이 주주 소통과 주주가치 제고 활동으로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얼마든지 재조정할 수 있다.
그동안 주주총회 외에 이렇다 할 주주 소통 활동이 없었다. 1999년부터 IR 개최 공시는 전무하다. 상장사들이 으레 개최하는 분기 실적설명회도 열지 않았다. 동원그룹 다른 상장사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상장 이후 IR 개최 공시는 동원F&B는 4회, 동원시스템즈는 1회다.
동원그룹이 자진 철회하지 않는 이상 합병은 예정대로 마무리될 공산이 크다. 오는 8월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 안건 통과가 무난한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원산업 최대주주는 동원엔터프라이즈(지분 62.72%), 동원엔터프라이즈 최대주주는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지분 68.72%)이다.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들에게 주어진 최후의 보루는 주식매수선택권뿐이다.
합병비율을 두고 시시비비를 가리기도 어렵다. 자본시장법은 기준시가가 자산가치보다 낮은 경우 상장법인의 합병가액을 자산가치로 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열어뒀지만 원칙적으로는 기준시가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비상장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자본시장법,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에 의해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각각 1과 1.5 비율로 가중산술평해 합병가액을 산정했다.
동원산업은 합병 이후 사업지주사로 새 출발 한다. 엎질러진 물은 되돌릴 수 없더라도 실추된 주주 신뢰를 회복할 길은 열려 있다. 사업지주사 전환을 주주 소통방식을 바꾸는 터닝포인트로 삼으면 합병비율 논란을 불식시킨 모범 선례가 될 수 있다. 임기응변으로 넘어간다면 오너에게 유리한 합병비율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기업 리스트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선택은 김남정 부회장을 비롯한 동원산업 경영진 몫이다. 동원그룹 창업주 김재철 명예회장이 2019년 회장직에서 물러나며 남긴 당부를 이정표 삼아도 좋을 듯하다.
"正道(정도)로 가는 것이 승자의 길이란 것도 늘 유념하기 바랍니다."(동원 창립 50주년 회장 기념사)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이스트소프트는 지금]'알집' 신화로 세운 종합 ICT그룹 '경고등 켜졌다'
- '사랑의열매' OCIO, NH증권 수성 여부 촉각
- 다올운용 라인업 확대 '총력'…해외재간접 펀드 출시
- [스튜어드십코드 모니터]브이아이운용, 현대엘리 표대결서 이사회측 손들었다
- [스튜어드십코드 모니터]다올운용, 삼성전자 이사 후보 '리스크 관리 미흡'
- [성과연동 펀드판매 확산]당국 눈치보며 쉬쉬…법령해석 재확인후 '본격화' 조짐
- [동구바이오제약 신사업 전략]캐시카우만으론 역부족, 벌크업 기반 '오너 보증 차입'
- [LK삼양 뉴비기닝]그룹 오너 구본욱의 변신, 경쟁력 강화만 본다
- [루키 바이오텍 in market]김권 셀비온 대표"경쟁약 넘는 효능, 품목허가 꿈 도전"
- [Policy Radar]바이오시밀러 문턱 낮춘 유럽, 비용·경쟁 판이 바뀐다
김형락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기업집단 톺아보기]파라다이스, 원가율 70%대로 낮아진 이유
- [기업집단 톺아보기]코스피 이전 추진하는 파라다이스, 거버넌스 재편 과제
- [Board Index/BSM분석]롯데쇼핑, 기업 운영 경험도 이사회 필요 역량
- [Board Index/롯데그룹]이사진 출석률 100%인 상장사는 한 곳뿐
- [Board Index/롯데그룹]롯데지주는 부결 의안, 계열사엔 보류 의견
- [유동성 풍향계]CJ올리브영, 유보 이익으로 만든 FI 지분 매입 자금
- [Board Index/롯데그룹]사추위에 대표이사 두는 롯데케미칼
- [Board Index/롯데그룹]비상장사부터 시작한 대표·의장 분리
- [Board Index/롯데그룹]계열사 21곳 움직이는 이사진 147명
- [CFO는 지금]롯데하이마트, 자본준비금으로 배당 재원 쌓는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