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5월 24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올들어 현대엔지니어링과 원스토어, SK쉴더스(옛 ADT캡스) 등 대어들이 수요예측에서 냉대를 받고 IPO를 철회했다. 불과 1년 전만해도 상상 하지 못했던 그림이다.IPO 사상 최대 호황기였던 작년 이 맘 때 투자은행(IB)업계에선 올해 분위기도 낙관하는 시각이 있었다. 악재인 미국 금리인상이 점쳐지긴 했지만 당시 증시에 대거 몰린 유동성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올 분위기가 전년만은 못하겠지만 대어들을 소화할 여력은 있다고 봤다.
그 만큼 증시 변동성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 재확인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예기치 못한 변수에 미국 빅스텝(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상)까지 이어진 탓이다. 코스피 지수가 작년 하반기 이후로 줄곧 내리막이다. 조달에 실패한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급변한 시장 상황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그래서 최근 유독 떠오르는 기업과 CFO가 있다. 작년 9월 상장한 현대중공업과 IPO를 전담한 강영 재경본부장 부사장이다. 대기업 빅딜에선 이례적으로 전면적인 속도전을 펼쳤는데 결과적으로 옳았다.
현대중공업은 같은 해 1월 말 공시를 통해 IPO 계획을 밝혔다. IB들과 사전교감도 없이 불쑥 내놓은 카드였다. 이어진 일정은 속전속결이었다. 한 달 만인 2월 주관사를 선정했고 3월 킥오프 미팅을 가졌다. 그리고 6개월 만에 실사와 공모에 이어 상장까지 마무리지었다.
주관사에게 요구한 것은 명료했다. 당시 잠재 최대어였던 LG에너지솔루션보다 먼저 공모하는 것을 지상과제로 삼았다. 일각에선 현대중공업에게 곱지 않은 시선도 보냈다. 올드비즈니스(조선업)를 하고 있어 매력이 크지 않다보니 당시 초호황이었던 시장 분위기에 빠르게 편승하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실제 주관사 선정과정에서 일부 해외IB들은 같은 이유로 참전조차 포기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아랑곳하지 않고 뚝심 있게 밀어 붙였다. 공모에 임박해선 기업가치(밸류)도 최초 희망했던 6조원보다 7000억원 가량 낮춰 잡아 투심을 자극했다. 수요예측은 18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하며 크게 흥행했다.
이른 바 물들어 올 때 노를 저어 성공한 대표기업이 됐다. 증시 불확실성은 제어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렇다면 변수를 최대한 낮추는 길은 빠른 결단과 실행력이 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IB가 현대중공업과 강영 부사장에게 내리고 있는 평가다.
원스토어와 SK쉴더스는 IPO 계획은 일찌감치 잡았지만 시기를 관망했던 기업들이다. 모회사인 SK텔레콤(현 SK스퀘어)은 2020년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양사에 대한 IPO를 준비하고 있다 밝혔다. 이어 원스토어는 같은 해 8월 주관사 선정작업을 시작했다. 현대엔지니어링도 2020년부터 IB들이 IPO 움직임을 포착하고 물밑영업을 했던 곳이다.
불확실성은 어쩌면 CFO들이 항상 극복해야 할 과제다. 현대중공업과 강영 부사장은 남다른 통찰력을 발휘했다고 볼 수 있다. 시장 상황에 조달 실패의 모든 원인을 돌리는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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