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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식 없이 떠나는 정은보 금감원장, ‘짧고 굵었던 10개월’ 전임 원장들과 달리 짤막한 이임사만 남겨…형님 리더십·정은보 식 감독방향 '호평'

김현정 기자공개 2022-06-09 09:02:12

이 기사는 2022년 06월 08일 11: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사진)이 별도의 이임식 없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통상 전임 원장들은 금감원 대강당에서 이임식을 개최했는데 정 원장은 별다른 행사를 열지 않고 조용히 퇴임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형님 리더십’으로 금감원을 통솔했다는 평을 받는다. 법과 원칙에 따른 감독이라는 정 원장만의 금융감독 색채를 나타내며 자칫 혼란스러울 수 있는 시기에 조직을 힘 있게 이끌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 원장은 7일 오후 간단한 이임사만을 남기고 별도의 이임식 없이 금감원을 떠났다. 전일 신임 금감원장으로 임명된 이복현 새 원장이 취임식을 가졌고 이날부터 신임 원장을 위한 업무보고를 받는다.

당초 대부분 전임 원장들은 이임식을 갖고 퇴임했다. 윤석헌 전 원장은 물론, 정권 교체에 따른 수순으로 갑작스레 사퇴한 권혁세 전 원장이나 진웅섭 전 원장 역시 이임식은 가졌다.

권혁세 전 원장은 2011년 3월 취임했지만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 3월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새로 취임한 진웅섭 전 원장 역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함께 2017년 퇴임했다. 정 원장 역시 비슷한 케이스지만 이임사에 그간의 소회와 당부의 말을 눌러 담고 조용히 자리에서 물러났다.

10개월 간 짧은 임기였지만 부드럽고 온화한 성품과 업무 추진력으로 내부 직원들의 신망이 높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의 ‘형님’으로 불릴 만큼 리더십이 좋았다는 평도 많다.

애초에 정 원장의 취임을 놓고 시한부 임기라는 얘기가 많았다. 윤석헌 전 원장이 떠나고 2022년 3월 예정이었던 대통령 선거를 9개월 앞둔 상황에서 모두가 고사한 자리였다. 정 원장 취임 전까지 금감원장 자리가 최장 기간 비어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 원장은 작년 8월 취임한 직후 즉각 자신의 색채를 나타내며 조직 통솔에 나섰다. '먼지털이식' 종합검사를 없애고 정기·수시검사로 개편하는 등 전임 원장과 상반되는 시장친화적 행보를 보였다. 금융사 위규 사항 적발이나 사후적 처벌보다, 위험의 선제적 파악과 사전적 예방에 중점을 두는 세련되고 균형 잡힌 검사 체계로 개편하겠다는 포부를 밝혀 금융사들로부터도 환영을 받았다.

코로나19 시기를 거쳐 불안정해진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데도 주력했다. 상환능력 위주 여신심사 정착을 위해 차주 단위 총부채상환비율(DSR) 적용을 확대하는 등 작년 10월 발표한 ‘가계대출 관리 강화방안’을 다시 한 번 점검했다. 개인사업자대출 리스크관리를 비롯해 서민·취약계층의 실수요대출에 대한 충분한 한도 및 인센티브 부여 등의 방안들도 검토했다.

올 들어서는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소위 퍼펙트 스톰에 대비해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는 등 거시경제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차분한 그의 행보를 놓고 윤석열 정부가 본격 출범하면서 경제부처 수장들이 전원 교체되는 가운데서도 정 원장은 국내 금융시장 안정 등을 이유로 유임될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 원장의 다소 쓸쓸한 퇴장에 아쉬움을 표하는 직원들이 많다”며 “짧은 시기였지만 시장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금감원이 되는 방향을 많이 고민하고 빠르게 실행에 옮긴 인물”이라고 말했다.

정 원장은 전일 이임사로 그간의 소회와 당부의 말을 간략히 전했다. 그는 감독정책에 대한 시장의 예측 가능성과 법과 원칙에 기반한 감독 방향을 당부했다. 금감원이 신뢰받는 감독기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과도한 재량적 감독 대신, 원칙에 기반한 감독이 뿌리내려야 한다는 얘기였다. 이 밖에 시장과의 소통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금융회사의 바람직한 변화를 이끌어 내고 궁극적으로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시장과 소통해야 한다”며 “금감원의 영문명(Financial Supervisory Service)이 '서비스(Service)'로 끝나는 것은 감독의 본연이 일방적 지시가 아니라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에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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