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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을 맞으러 바다로 나가야 할 때 [thebell note]

김진현 기자공개 2022-07-11 09:01:24

이 기사는 2022년 07월 08일 09: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매해 여름 잊지 않고 찾아오는 존재가 있다. 바로 태풍이다. 태풍이 오고 비바람이 몰아치면 바다에는 강한 파도가 일렁인다.

태풍이 다가오면 파도는 배를 집어삼킬 듯 솟아오른다. 작은 배들은 태풍을 피해 항구로 모여든다. 반대로 항구에 있던 거대한 군함은 10미터를 가뿐히 넘는 파도를 헤치고 바다 한가운데를 향해 피항에 나선다.

언뜻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사실 군함은 바다로 향하는 게 더 안전하다. 오뚝이처럼 흔들려도 절대 넘어가지 않도록 설계돼 있어 바다 한가운데서 파도에 흔들려도 위험하지 않다.

크기가 큰 군함이 항구에 정박해 있으면 마구 흔들리다 항구에 부딪힌다. 프레임이 휘거나 구멍이 뚫릴 수도 있다. 항구에 정박해 있는 게 침몰 위험이 더 높다. 그래서 군함은 바다로 향한다.

연초 제2의 벤처 붐을 이야기했던 모험자본 업계도 태풍 속에서 정신이 없는 듯하다. 크기가 작은 어선들처럼 항구에 옹기종기 모여 태풍을 피할 준비를 하는 이들도 보인다. 하지만 반대로 군함처럼 바다로 나아가 피항을 준비하는 이들도 많다.

지난달 KDB산업은행, 한국무역협회 등이 주최한 '넥스트라이즈 2022 서울', 기업은행이 주최한 'IBK창공' 등 행사에서는 바다로 나아가 피항하려는 벤처캐피탈리스트를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벤처 투자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떠도는 말과 달리 행사장은 열기가 가득했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행사장을 찾았다. 사방에서 오가는 명함마다 연신 고개를 숙이는 이들이 일렁이는 물결처럼 보였다.

한 벤처캐피탈 업계 심사역은 요즘 상황에 대해 "한동안 말도 안 되는 밸류로 투자를 받았던 기업들도 있었다"며 "지금까지가 마구잡이 식으로 투자가 이뤄지기도 했던 시장이었다면 최근 몇 달은 오히려 정상화 되는 단계인 것 같다"고 말했다.

피항을 나가 흔들리는 바다 한가운데서 태풍을 맞고 버티다 보면 온갖 물건이 나뒹굴고 제대로 걷기조차 힘들다. 음식물을 먹긴 하지만 게워내는 게 반 이상이다.

하지만 피항의 고통을 견디고 태풍이 지나간 뒤 갑판으로 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바다는 평화롭다. 맑게 갠 하늘은 투명하고 푸르르다. 파도는 잔잔하게 일렁인다. 숨을 깊게 들이쉬면 폐 안 가득히 파란 하늘이 채워지는 듯하다.

이런 태풍의 순기능처럼 하락장도 순기능이 존재한다. 높은 밸류와 마구잡이식 투자를 걷어내고 시장을 정상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시기를 불황의 초입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현명하게 태풍을 맞으러 바다로 나가길 바란다. 강한 파도가 강한 승조원을 만든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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