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엔데믹시대, 가전업 재고 리스크 점검]악성재고 막아라…출하량 목표 줄줄이 하향조정①수요감소에 태세변환…중견가전 저가 마케팅 승부, 삼성·LG는 프리미엄 라인업 공략

손현지 기자공개 2022-07-27 11:00:06

[편집자주]

변화가 느린 가전업계에서 재고관리는 경영전략의 핵심이다. 타 업종에 비해 신사업을 쉽게 추진하지 않는 편이라 재고관리 역량은 수익 안정성과 직결된다. 최근 가전업계가 엔데믹 기조로 접어들면서 재고 리스크에 맞닥뜨렸다. 코로나19 이후 펜트업 효과(보복소비)를 기대하고 제조물량을 확대했지만 2분기 금리인상,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으로 소비가 위축되며 재고가 급증하는 추세다. 각사별로 재고관리 기조와 그에 따른 재무변화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25일 16: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삼성전자 경영진과 해외 법인장 240여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글로벌 전략협의회'에서 주요 논점은 '재고 건전화'였다. 일부 가전제품의 경우 보복소비에 대한 기대로 평소보다 재고 물량을 더 확보한 탓에 재고 리스크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가전제품은 연초까지만 해도 재고가 '없어서 못팔' 지경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가전제품 교체로 이어지면서(펜트업 효과) 수요가 폭발했던 것이다.

하지만 엔데믹 기조가 확산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거시경제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가전 소비심리는 얼어붙었다. 불과 몇 달 사이 공급망 위기 속 생산방안을 마련하던 기조에서 재고처리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전락했다.

◇믿었던 삼성·LG 마저 재고리스크…공급 조절 나선다

재고관리는 가전업체 실적을 좌우하는 요소다. 재고는 팔리기 전(매출로 연결되기 전)까지 창고에 대기하고 있는 자산(완제품+반제품+원재료)을 뜻한다. 재고를 관리하기 위해 창고 임대료와 보관료 등의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오랫동안 매출로 연결되지 않으면 마케팅 비용이 추가로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 가치가 떨어진 만큼 관련 충당금이 매출 원가에 가산돼 수익성이 악화되기도 한다.

일례로 제습기 제조사 위닉스는 과거 수요예측 오류로 재고를 대거 양산한 탓에 실적이 악화된 바 있다. 지난 2013년 제습기 붐으로 발주량을 대폭 늘렸지만 예상치 못하게 마른장마가 이어졌다. 한동안 재고를 처리하지 못했고 일부는 악성재고로 변모해 손실로 이어졌다. 위닉스 사례는 기후 변수를 예측하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일반화시킨 어렵지만 가전업계에 재고관리 중요성을 일깨워준 사례였다.

가전 재고 리스크는 사실상 대기업 보단 중견기업 타격이 더 큰 편이다. 삼성과 LG은 철저하게 주문생산(BTO) 제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수요를 예상해 제품을 만들어 창고에 쌓아두는 방식이 아닌, 주문 접수후 제품을 제조해 곧바로 선적을 통해 유통한다. 즉 완제품이 창고에 쌓일 틈이 없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삼성과 LG의 완제품 재고 부담은 온전히 유통사의 몫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가전 유통 4사인 삼성디지털프라자, LG베스트샵, 전자랜드, 롯데하이마트 등은 2분기 매출이 전분기 대비 적게는 5% 많게는 15%가량 줄었다"며 "제조 원가에 물류비, 원자재 비용 증가분이 포함된 탓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렇다고 대기업이 재고리스크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건 아니다. 원재료와 완제품 전 단계인 반제품 등 사전 주문물량이 남아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분기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은 49조5907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55% 증가했다. 해당기간 LG전자 역시 28% 증가한 10조2143억원에 달한다.

가전업계는 재고리스크를 감안해 출하량 목표치 자체를 줄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TV 출하량 목표치를 각각 4300만대, 2100만대로 당초 계획치(4500만대, 2400만대)에 비해 내려잡았다. 삼성과 LG의 작년 TV 출하량이 각각 4223만대, 2700만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수적으로 목표치를 설정한 셈이다.

중견가전업체들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일부는 재고처리를 위해 신제품 출시까지 미룬 상태다. 한 중견가전 관계자는 "삼성, LG은 패키지 형태로 끼워팔기 마케팅이라도 가능한데 중견기업은 이마저도 어렵다"며 "작년 판매 데이터, 유통사 프로모션 계획, 기후변화 등을 반영해 올해는 물량계획을 더 보수적으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소비 '양극화' 대응전략은…'가격을 높이거나, 아주 낮추거나'

최근 가전 수요가 크게 위축된 배경은 크게 두가지다. 우선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가전교체 수요가 줄었다. 지난 2년간 필수가전부터 비필수 신가전까지 교체가 잇달았고 지출처는 여행이나 레저 등 취미영역으로 옮겨갔다. 2분기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에서 가전 영역은 9.7% 감소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도 소비 위축현상을 부추겼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데 이어 물가상승률이 6%대에 이르자 가전구매는 '차순위'로 밀려났다. 가전 업계가 수 년간 진행한 프리미엄 전략으로 가전 평균 가격은 최고치에 달한 상태다. 비싼 가격표를 보고 놀라 소비를 줄이는 이른바 '스키커 쇼크'까지 현실화되고 있다.

상반기 오프라인과 온라인 매출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반기 연말 카타르 월드컵 이벤트와 글로벌 가전 판촉 행사 등 호재가 만발하지만, 판매확대로 이어질 지 미지수다. 업체마다 재고관리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판촉비용을 줄이거나 프리미엄 제품군 판매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한 가전업체 임원은 "경기가 악화되면서 미드레인지 가전 소비층은 이전보다 더 저렴한 제품을 찾고, 사정이 넉넉한 고객층은 하이엔드 제품을 구매하는 일명 가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원자재값, 물류비 폭등으로 무리해서 판매가를 낮추기 어려워 아예 프리미엄 고객층을 겨냥한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