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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을 움직이는 사람들]피크아웃 우려, '미래 경쟁력' 책임지는 김경배 사장①3고 위기 속 실적방어·매각작업 총대 중책, "더 큰 성장 위한 책임감 느껴"

유수진 기자공개 2022-08-01 13:47:38

[편집자주]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 HMM은 코로나 팬데믹 2년을 거치며 연간 수조원대 흑자를 내는 회사로 탈바꿈했다. 풍부한 현금유동성을 바탕으로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밝히며 미래 경쟁력 강화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이제 남은 건 채권단 관리 체제를 끝내고 건실한 새주인을 맞는 것 뿐이다. 더벨은 HMM 경영정상화에 앞장서고 있는 주요 인물들의 면면을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27일 15: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경배 대표(사장)는 HMM이 가장 '잘 나가는' 시기에 부임했다. HMM은 올 1분기 5조원 가까운 매출과 3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며 역사를 새로 썼다. 다음달 공개 예정인 2분기 성적에 대한 기대도 크다. 코로나 시대 국내외 해운사들을 웃게 만든 해상운임은 상반기 내내 견조히 유지되다 최근 꺾이기 시작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를 이끄는 김 사장에겐 적잖은 부담일 수 있다. 글로벌 물동량 등 업황이 실적을 좌우하지만 그의 성과로 해석되는 게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피크아웃 우려까지 겹친 상황에서 지금의 실적을 최대한 지키는 게 급선무다. 경영정상화를 거쳐 새주인을 찾는 작업 역시 김 사장이 선두에서 이끌어야 하는 과제로 꼽힌다.

◇취임 4개월, 15조 투자 계획 밝히며 본격 활동 개시

김 사장은 지난 14일 HMM 수장으로서 공식 데뷔전을 치렀다. 여의도 본사에서 '중장기 전략 설명회'를 개최하고 오는 2026년까지 15조원을 투자해 미래 경쟁력 강화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통해 사업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규모의 경제에 기반해 추가 성장을 꾀하겠다는 계획이다.

김경배 HMM 사장이 14일 중장기 경영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HMM>

3월 말 대표 자리에 앉은지 4개월 만의 본격 행보다. 취임 후 참모들로부터 각종 보고를 받으며 업계 현안 파악과 전략 구상에 집중해 왔다. 간혹 해운협회 행사 등 외부일정에 얼굴을 비췄지만 '업계 신입'이라는 점을 의식한 듯 최대한 발언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이젠 어느정도 자신감이 붙었는지 확신에 찬 목소리로 투자계획을 설명하고 미래를 그렸다.

이제 막 '새내기' 티를 벗었지만 최근 해운업을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은 결코 그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정확히 2년 전(2020년 2분기) HMM이 21분기 만에 적자행진을 끝내고 흑자전환했을 때와는 상황 자체가 다르다. 그땐 '좋아질 일'만 남았었지만 지금은 정반대다.

글로벌 경기를 강타한 '3고'로 경영상의 불확실성이 커졌고 실적을 견인하던 해상운임도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무엇보다 이젠 아무도 HMM을 '적자기업'으로 보지 않는다. 모든 이해관계자의 눈높이가 연간 수조원대 흑자에 맞춰져있고 김 사장은 높아진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이 같은 부담은 연초 발표한 취임 인사에서도 드러났다. 당시 김 사장은 "더 큰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는 막중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서도 "주주와 고객, 이해관계자들과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청사진을 그려갈 생각에 기대감이 큰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계열사로 가득찬 이력서, M&A 과정서 역할할까

사실 김 사장은 일반 오너기업의 대표이사(CEO)와는 역할이 다르다. HMM이 채권단 체제에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 등 대주주들은 CEO를 포함한 최고경영진 선임은 물론 HMM의 경영활동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대주주 측 인사들로 구성된 경영진추천위원회는 2월 초 김 사장을 CEO 후보로 최종 낙점했다.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진 않았지만 그가 현대차그룹 출신이라는 점이 고려됐을 거란 해석에 힘이 실렸다. 물류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에 오랫동안 몸담았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으로 알려졌다.

HMM이 조만간 새주인 찾기에 나설 거란 이유 때문이다. 아직 정식으로 딜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현대차그룹은 시장에서 수년째 잠재적 원매자로 거론되는 기업 중 하나다. HMM 매각 자체가 산은이 추진하는 딜인 만큼 정부차원의 바람이 반영됐다고도 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과 물류업 양쪽을 잘 아는 김 사장이 중간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란 기대다.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 사장은 성남서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현대모비스의 전신 현대정공에 입사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98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비서로 근무했고 2000년 현대차 미주법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시작으로 주요 계열사를 골고루 돌았다. 2003년엔 현대글로비스 미주법인으로 옮겨 CFO를 지냈고 이때 처음 임원을 달았다.

2006년 다시 현대모비스로 돌아와 기획실장과 인사총무실장을 역임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비서실장을 맡은 건 2007년으로 오너일가 2대를 지근거리에서 보필했다. 이후 2009년부터 현대글로비스에서 9년간 근무하다 2018년 현대위아 대표에 취임했다. 2년의 임기를 마치고 1년간 고문으로 활동한 뒤 올 초 HMM에 왔다.

업계에서는 올해를 기점으로 산은의 HMM 매각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동걸 전 산은 회장은 "단계적으로 산은 보유 지분을 처분하겠다"며 끊임없이 시그널을 줬다. 올 초 산은 없이 해진공 측 인사들로만 구성된 HMM 지원단이 새로 꾸려지기도 했다. 산은 수장이 강석훈 회장으로 바뀌는 변수가 있긴 했지만 채권단 입장에서 매각은 피할 수 있는 이슈가 아니다.

이는 채권단이 그를 실적 구원투수로 HMM에 투입한 게 아니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 외에 임기 내 성공적으로 완수해야 하는 역할이 추가로 있다는 뜻이다. 다만 김 사장은 "민영화 시기나 방법에 대해선 대주주와 논의해본 바 없다"며 아직까진 거리를 두고 있다.

HMM은 이달 4일 연지동 현대그룹 사옥을 떠나 여의도 파크원으로 둥지를 옮겼다. 13~21층까지 총 9개층을 임대해 사용한다. 기존 현대그룹과 체결하고 있던 임대차 계약이 끝난데 따른 것이다. 이번 공간 분리로 현대그룹과의 마지막 연결고리까지 모두 사라졌다. 김 사장 사무실이 있는 21층엔 감사실과 인사지원실이 함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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