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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그룹 리스트럭처링]일진머티리얼즈·디스플레이 매각, 속내는①몸값 3조 머티리얼즈 '동박사업 투자 부담', 1000억 일진D 사업악화 계열사 털기

이민우 기자공개 2022-08-26 10:52:38

[편집자주]

전기차·수소차를 중심으로 그려졌던 일진그룹 청사진에 변화의 바람이 분다. 동박 제조 기업인 일진머티리얼즈가 갑작스레 매물로 나오며 미래 양대축 중 하나인 전기차 사업의 그룹 내 이탈이 유력해졌다. 다른 핵심 계열사인 일진하이솔루스는 수소 시장의 투자 둔화 우려에 시달리는 등 그룹 전반의 미래사업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기로에 놓인 일진그룹과 주요 계열사의 현황과 전망을 들여다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24일 11: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진그룹이 일진머티리얼즈와 일진디스플레이를 매물로 내놨다. 시장에 나온 두 기업에 대한 평가와 가치는 천지차이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전기차용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사용되는 동박을 제조한다.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미래 사업 경쟁력을 설계했던 일진그룹 내에서도 중요한 위치에 있다. 반면 일진디스플레이는 3년 이상 지속된 업황 악화와 적자로 재무건전성이 크게 나빠지는 등 사업 상태가 좋지 못한 상황이다.

업계는 일진그룹 핵심인 일진머티리얼즈 매각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중이다. 갖가지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유력한 매각 이유로는 장기적인 동박 사업 설비 투자 부담이 꼽힌다. 동박 사업 경쟁이 심화되면서 추후 자금 경쟁에서 승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일찌감치 가치 회수에 나섰다는 것이다. 현재 몸값 3조원으로 평가받는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는 롯데캐미칼 등이 참전한 상태로 투자 부담 등을 이유로 인기가 적어 매각가가 더 낮아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반면 1000억원 정도로 평가받는 일진디스플레이는 인수자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부채비율도 상당한데다 결손금만 360억원에 달해 인수 이후에도 추가적인 자금 투입이 요구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고객사의 내재화 경향이 짙어지고 있는 터치스크린 패널(TSP)과 마이크로LED TV 시장 개화가 늦어지고 있는 사파이어 웨이퍼 등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탓에 사업적 매력도 낮게 평가받고 있다.

◇경쟁 심해지는 동박 사업, 투자 부담 증가한 일진머티리얼즈

일진머티리얼즈의 사업 실적은 매년 성장하며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7년 4540억원 규모였던 매출은 거의 매년 성장해 전기차 확산이 본격화된 2021년 6889억원까지 증가했다. 영업이익률도 동기간 대부분 10% 내외를 유지했고 2022년 2분기에는 13.38%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기까지 했다. 설비투자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이익잉여금도 2727억원으로 불어나 2017년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창업주인 허진규 회장 역시 올해 신년사에서 "친환경자동차의 양대 축인 전기차, 수소차 관련 사업에서 보람된 성과가 있었고, 일진머티리얼즈가 말레이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국 진출을 위한 수 조원 넘는 투자금을 유치했다"며 추켜세우는 등 그룹 미래의 한 축을 일진머티리얼즈가 담당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때문에 관련 업계는 일진그룹에서 애지중지했던 일진머티리얼즈의 매각 소식이 전해졌을 때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사업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영해온 데다 유망 사업인 만큼 더 성장할 여지가 충분한 계열사를 매각한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현재 유력한 매각 이유는 지속적인 투자 부담이다. 동박 산업은 꾸준한 투자를 통해 생산물량(캐파, CAPA)을 늘려야만 시장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이를 위해 현재 4만톤인 캐파를 2025년까지 20만톤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이를 위해 재무적투자자(FI)인 사모펀드사 스틱인베스트먼트로부터 해외계열사에 사용하기 위한 총합 1조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전환사채(CB)를 발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동박 캐파 1만톤 증설에 1500~2000억원의 자금이 소요되는 점을 생각하면 16만톤 증설에는 여전히 부족한 금액으로 평가된다. 당장 필요한 설비투자금을 충당한다 하더라도 신규 설비의 가동률과 수율 정상화 시점까지 감수해야 하는 적자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업계는 최근 인플레이션을 비롯해 전반적인 공장 운영비가 증가하고 있는 점을 들어 신규 동박 공장에 대한 지출 규모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2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동박 사업이 최근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고 각광받는 전기차 배터리 등에 사용되는 동박은 기술적으로 진입장벽이 높다"면서도 "최근 SKC 등 글로벌 동박 기업들이 앞다퉈 큰 규모의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종국에는 자금 조달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고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도 "FI로부터 조 단위 투자를 유치했음에도 지분 및 경영권 매각을 서둘러 단행한 것을 보면 내부에서 현재 구조로는 장기적인 투자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엑시트 경로로 고려했던 해외중간지주사 IMG테크놀로지의 기업공개(IPO)가 투자시장의 둔화 및 모자회사 동시상장에 대한 부담으로 쉽지 않아진 점도 매각에 한몫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몸값 1000억원 일진디스플레이, 3년 연속 적자·결손금 360억원 부담

업계에서 판단하는 일진디스플레이 매각 이유는 명확하다. 재무건전성 악화에 빠진 현재 그룹 차원에서 사업을 유지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진디스플레이는 최근까지 사업정상화를 위해 평택 공장 대신 베트남 공장 생산 물량을 늘려 수익성을 제고하는 등 자체적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무 상태 정상화는 아직 가야할 길이 먼 상태다. 부채 및 결손금 등이 상당한 만큼 자체적으로 정상화 계획을 완주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인수후보자를 물색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기준 일진디스플레이는 영업손실 355억을 기록했다. 2020년과 2019년에도 각각 305억원, 308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해 3년 연속 적자를 냈다.


부채총계도 2019년 759억원에서 2020년 855억원, 지난해 1067억원까지 늘어났고 부채비율도 동기간 151%에서 997%까지 치솟았다. 2021년말에는 연결기준으로 자본금 172억원, 자본총계 107억원으로 자본잠식에 빠졌다. 3월 유상증자로 217억원 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해 급한 불은 껐지만 재무상태는 여전히 어둡다. 올해 상반기 부채 총계 및 비율이 1078억원, 333%에 달한다. 결손금도 360억원으로 투자 여력을 발휘하기도 힘들다.

재무건정성 문제를 매각을 통해 해결한다고 해도 걸림돌은 남아 있다. 일진디스플레이의 2가지 주력사업의 전망을 무조건적으로 낙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매출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TSP는 주력 고객사인 삼성전자의 와이옥타(Y-OCTA) 적용 확대 등에 따라 영향력이 다소 줄었다. 와이옥타는 TSP를 제외한 채 패널에 터치 센서 전극을 증착해 만드는 삼성전자의 독자 터치 일체형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7% 비중을 차지하는 사파이어 웨이퍼 사업도 있지만 마이크로LED TV 같은 관련 시장의 개화가 가격적인 문제로 인해 지지부진한 상태라 성장세가 더디다. 현재 삼성전자의 89인치 마이크로LED TV 가격이 1억원대다. 98인치 크기 네오 QLED TV도 2000만원대 출고가로 인해 10배 넘는 가격을 주고 구매해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소비자 사이에 맴돈다. 가격 하락으로 소비자의 구매 욕구가 열리지 않는 이상 사파이어 웨이퍼 납품이 제한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TSP와 사파이어 웨이퍼 등 주력 사업을 견인해야 할 전방 산업의 불확실성에 따라 일진디스플레이의 재고관련 지표도 악화되는 추세다. 2018년 90억원 규모였던 재고자산은 올해 2분기 194억원까지 늘었다. 재고자산회전율도 동기간 24.4회에서 7.3회로 낮아지면서 재고자산회전일수가 15일에서 49.7일로 3배이상 늘어 유동성도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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