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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그룹 리스트럭처링]형제경영 일진그룹, 분리 쉬운 한 지붕 2개 중심축②장·차남 독립된 구조, 교차지분 거의 없어…일진홀딩스 내부거래 규제 회피 수혜도

이민우 기자공개 2022-08-30 13:22:45

[편집자주]

전기차·수소차를 중심으로 그려졌던 일진그룹 청사진에 변화의 바람이 분다. 동박 제조 기업인 일진머티리얼즈가 갑작스레 매물로 나오며 미래 양대축 중 하나인 전기차 사업의 그룹 내 이탈이 유력해졌다. 다른 핵심 계열사인 일진하이솔루스는 수소 시장의 투자 둔화 우려에 시달리는 등 그룹 전반의 미래사업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기로에 놓인 일진그룹과 주요 계열사의 현황과 전망을 들여다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26일 08: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진그룹과 창업주 허진규 회장은 2010년대 초 2세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했다. 장남 허정석 부회장은 일진홀딩스를 물려받아 일진전기와 일진다이아몬드, 손자 회사인 일진하이솔루스 등의 지배력을 확보했다. 차남인 허재명 사장은 일진머티리얼즈의 지분 과반 이상을 소유해 일진유니스코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구축하며 2개 중심축으로 주력 계열사를 분배한 일진그룹 형제경영체제의 서막을 알렸다.

허정석 부회장과 허재명 사장은 승계 작업 마무리 후 나란히 친환경차 관련 사업에 집중하며 경쟁구도를 형성했다. 일진하이솔루스는 타입4 수소탱크를 개발해 현대자동차 납품에 성공하며 기업공개 당시 증거금 36조원을 모으는 등 흥행가도를 달렸다. 전기차 배터리용 일렉포일(동박)을 제조하는 일진머티리얼즈 역시 완성차 시장의 전기차 전환 흐름에 탑승하며 실적을 꾸준히 우상향시켰다. 지난해 이후 시총 3조와 4조를 연이어 돌파하는 등 만만치 않은 저력을 뽐냈다.

형제경영체제로 나뉜 일진홀딩스 계열과 일진머티리얼즈 계열은 일진이라는 이름으로 묶여있을 뿐 사실상 서로 다른 2개 기업 집단에 가깝다. 허진규 회장이 2세 승계 작업을 진행할 때 경영권 분쟁 방지를 위해 철저히 분리된 구조를 목표로 한 탓이다. 때문에 과거에도 계열분리 가능성이 제기됐고 이번 일진머티리얼즈 매각을 통해 이는 간접적으로 현실화됐다. 양 계열 간 교차 지분이 거의 없는 만큼 지분을 정리하는 허재명 사장과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자 모두 추후 일진그룹에 대한 영향력은 미미하게 된다.

◇허재명 사장·일진머티리얼즈 영향력, 그룹 내에서 깔끔하게 분리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일진머티리얼즈 매물은 허재명 사장의 지분 53.3%다. 매각가는 지분 가치를 2조원 중반대로 평가하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3조 초중반대로 여겨졌다. 다만 현재 주가가 7만원대로 하락한데다 원매자도 예상보다 많지 않다. 롯데케미칼만이 사실상 단독으로 본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실매각가는 이보다 더 낮아질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허재명 사장은 매각 마무리 후에는 일진그룹 내 영향력을 대부분 상실하게 된다. 보유한 유의미한 계열사 지분이 일진머티리얼즈를 제외하면 일진제강 지분 7.39%에 불과하다. 일진제강이 비상장사인데다 아직 허진규 회장의 지분이 75.07%에 달해 승계 작업이 완료되지 않은 만큼, 이를 친족 중 가장 지분이 많은 허재명 사장이 맡는 그림도 있지만 업계는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일진머티리얼즈 매각이 허재명 사장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점쳐지는데다 허정석 부회장과 관계도 썩 좋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허재명 사장이 일진제강 지분을 상당수 보유하고는 있지만 매각을 기점으로 일진그룹에선 사실상 발을 빼게 됐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일진머티리얼즈 역시 일진홀딩스 계열 또는 일진그룹 내 다른 계열사에 보유한 지분이 낮은 만큼 계열사들과 함께 매각 후 인수자 측으로 깔끔하게 떨어져 나갈 전망이다. 일진머티리얼즈가 보유한 주요 계열사 지분은 일진다이아몬드 2.75%, 일진디스플레이 11.19%, 일진제강 10.35%, 일진홀딩스 0.61% 정도로 지배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올해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에 따르면 국내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도 낮다. 별도기준 일진머티리얼즈의 지난해 기준 국내 계열사 매출은 200만원으로 연간 매출 3529억원에 비교하면 없는 수준이나 마찬가지다. 국내계열사 매입도 75억원으로 매출보다는 많지만 연간 매입인 2985억원의 2.53%에 불과해 일진홀딩스 계열과의 내부거래 비중도 낮을 것으로 분석된다.

◇홀로 남은 일진홀딩스 계열, 대기업 지정 회피 전화위복 효과 기대

일각에서는 이번 일진머티리얼즈 매각으로 인해 허정석 부회장 및 일진홀딩스 계열이 수혜를 입게 됐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매각 이슈로 인해 일진그룹 미래 청사진과 내부 갈등에 대한 의구심이 생겼지만 이와 반대로 올해 대기업집단 지정으로 생긴 내부거래 규제 부담을 회피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현행공정거래법상 공시대상기업집단이 규제대상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는 기준은 직전 사업연도 대차대조표상의 자산총액 합계액이 5조원 이상인 경우다. 올해 상반기 기준 시총 3조 이상, 연결기준 자산총액 2조4004억원인 일진머티리얼즈가 매각돼 이탈할 경우 그룹 자산총액이 크게 줄어든다. 일진그룹 및 잔존 계열사들은 내부거래 공시의무나 대기업집단 사익편취·내부거래 규제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현재 일진홀딩스 계열은 내부거래 비중이 상당한 편이다. 일진다이아몬드의 경우 지난해 기준 내부거래액이 416억원에 달해 별도 전체 매출의 67.5%를 차지한다. 일진디앤코는 동기간 43억원으로 별도 전체 매출의 86%에 달한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사익편취 감독대상 기준을 내부거래액이 200억원 이상, 매출액 대비 12%이상으로 본다. 총수일가에서 지분 20% 이상 보유한 계열사 및 이들 회사가 지분을 50% 초과해 소유한 자회사들이 규제대상이다.

허정석 회장은 일진홀딩스에 대해 개인 지분 29.12%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분 97%를 소유한 일진파트너스를 통해서도 24.64%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일진다이아몬드는 지분 50.07%가 일진홀딩스 소유이며, 일진디앤코는 일진홀딩스의 100% 자회사다. 그동안은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되지 않아 법의 칼날을 피할 수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내부거래 관리를 하지 않을 경우 규제를 받을 수 있는 부담이 커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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