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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이 돌아왔다 [삼성물산은 지금]①회장 승진·미전실 부활 등 관측 무성, 물산 중심 지배구조 재편 움직임 주목

신민규 기자공개 2022-09-08 07:41:15

[편집자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미뤄덨던 현안인 지주사 전환 결정을 비롯해 순환출자 고리 끊기, 금산분리 해결과 같은 필수 재편 작업은 모두 삼성물산이 움직여야 해결이 가능한 숙제들이다. 이를 위해 삼성물산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또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지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06일 16: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했다. 지난달 '광복절 특사'로 사면 복권되며 삼성 경영에 전면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본격적인 경영 복귀 행보도 곧바로 시작했다. 이 부회장은 최근까지 주요 계열사 4곳을 잇따라 방문하고 현장에서 임직원과 소통하는 자리를 가졌다. 올해 내에는 회장으로 승진하고 경영권 강화에 나설 것이란 소문이 돈다.

이 부회장이 복권과 동시에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시장의 관심이 유독 집중되는 부분이 있다. 다름 아닌 삼성의 지배구조 재편 절차 개시 여부다. 이 부회장의 수감으로 '올 스톱'된 삼성 최대 현안이다.

이를 둘러싼 소문이 무성하다. 그 중에서도 미래전략실(미전실) 부활 얘기가 대표적이다. 미전실의 재건은 곧 지배구조 정리를 위한 컨트롤타워가 다시 만들어진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지배력 강화가 최대 숙제다. 결론적으로 이 같은 지배구조 정리 핵심 축은 삼성물산이 될 수밖에 없다. 삼성은 비록 지주사 체제 전환을 한 상황은 아니지만 지배구조 상으로만 보면 삼성물산이 지주사 위치에 서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을 통해 그룹 전반을 지배한다. 삼성전자만 예외다.

우선 삼성은 총수일가 지배력이 컸던 에버랜드를 제일모직이 흡수하고, 다시 제일모직을 삼성물산에 합병하는 절차를 거치면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했다. 삼성물산 최대주주는 이 부회장(지분율 17.9%)과 이부진·서현(각 6.19%), 홍라희 씨(0.9%) 등 삼성 오너일가다. 이들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31.6%다. 삼성물산은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전기 등을 지배한다.

이 부회장은 이처럼 제일모직 합병을 통해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을 확실히 굳혔으나 그룹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배력은 여전히 부실하다. 삼성전자 최대주주는 지분 8.2%를 보유한 삼성생명이다. 삼성물산이 5%, 이 부회장 등 총수일가와 복지재단 등이 5.6%, 삼성화재가 1.5%대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를 모두 합쳐야 20%를 조금 넘는다.

그룹 총 자산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향한 이 부회장의 부실한 지배력은 적대적 M&A 위험을 키우는 요인이다. 자칫하면 그룹을 뿌리째 뒤흔들 수 있는 약점이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높이는 게 최대 숙제인 배경이다. 또 지배구조 재편 없이는 해결하기 힘든 숙제다.

문제는 각종 법적 리스크가 산재해 있다는 점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개정안은 보험사가 사들인 주식을 취득가가 아닌 시가를 적용해 가치를 산정하는 게 요점이다. 삼성생명이 들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수는 5억2983만8713주, 장부상 취득가는 5746억원이다. 시가(6일 종가 기준 5만7000원)로는 30조원에 달하는 주식이다.

그런데 보험사는 계열사 유가증권을 자산총액 대비 3% 넘게 보유할 수 없다. 올 6월 말 별도기준 삼성생명 자산총계는 281조다. 이 기간을 기준으로 보면 보헙업법 개정안 통과 시 삼성생명은 계열사 주식을 8조4300억원어치 이상 가지고 있을 수 없다. 가격으로 21조원 가량의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이는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8.4%) 중 2%가량만을 남기고 모두 해소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과거 유력하게 거론됐던 시나리오가 삼성물산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다. 삼성전자를 투자회사와 일반회사로 인적분할하고, 또 삼성생명도 같은 방식으로 분할해 전자와 금융 각 중간지주사를 만들어 지주사인 삼성물산 아래 재배치하는 그림이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과 스왑하는 방식, 이 부회장이 갖고 있는 삼성생명 지분과 삼성전자 주식을 맞바꾸는 방식 등을 동원하면 삼성전자 지배력을 강화하는 게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은 현실성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이다. 일단 삼성생명이 해소해야 할 삼성전자(투자회사) 지분을 삼성물산이 모두 가져와야만 그나마 꿈꿀 수 있는 시나리오다. 문제는 이 부회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됐다는 점이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을 하려면 지주사가 보유해야 하는 자회사 의무지분율이 30%에 달한다. 기존에는 20%에 그쳤던 제한 요건이다.

삼성물산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려면 삼성전자 지분 25%를 더 확보해야 한다. 삼성생명이 보유 중인 지분 8.2%를 모두 가져온다고 해도 추가로 확보해야 할 지분이 17% 가량이다. 수십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수반돼야 가능한 일이다. 올 상반기 말 별도기준 삼성물산이 보유한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8000억원 가량에 불과하다. 이를 전액 쏟아붓는 현실성 없는 가정을 해도 확보할 수 있는 삼성전자 지분율이 1% 남짓이다.

이밖에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중간금융지주 제도 역시 여전히 막혀 있다. 금융계열사 지분을 모두 보유한 삼성생명을 중간금융지주로 전환하는 방안이 수년 전부터 얘기됐지만 중간금융지주 도입이 무산되면서 뒤로 밀려 있는 상황이다.

또한 ISDS에서 조만간 답을 내놓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국제 분쟁도 삼성이 재편 속도를 내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삼성그룹은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과 메이슨캐피털이 한국정부에 제기한 투자자-국가 분쟁해결 절차(ISDS) 결과가 곧 나온다. 법조계에선 앞선 대법원 판결 사례를 감안할 때 패소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도 있다. 이 경우 그룹이 원하는 계열사간 합병이나 지주사 전환같은 지배구조 작업은 다소 요원해질 여지가 있다.

다만 지주사 체제 전환이 사실상 어렵다 해도 이 부회장이 뉴삼성을 만들 단초를 삼성물산에서 찾을 것이란 점은 여전하다. 지배구조 최정점에 서 있는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묘수를 둬야만 이 부회장의 꿈이 완성될 수 있다.

지주사 전환이 아니더라도 다양하게 동원할 수 있는 재편 카드들이 엿보인다. 눈에 띄는 부분은 삼성전자가 지분 19.6%를 갖고 최대주주로 올라 있는 삼성SDI, 삼성SDI가 지분 11.7%를 보유한 삼성엔지니어링, 이 부회장이 9.2% 지분을 갖고 있는 삼성SDS 등이다. 이 부회장이 들고 있는 지분이 많은 계열사들 경우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언제든 활용할 수 있는 곳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를 위한 삼성 재편의 시작점으로 여겨지는 게 다름 아닌 항간에 거론되고 있는 미전실의 부활이다. 미전실 해체로 삼성은 지배구조 정리를 단행할 구심점을 잃었다. 사업지원TF, EPC경영지원TF, 금융경쟁력제고TF 등 3개 부문으로 쪼개지면서 원동력을 잃은 영향이다. 동시에 이 부회장은 수감으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이제는 이 부회장이 복귀한 만큼 지배구조 정리 절차를 단행하기 위한 컨트롤타워를 부활시킬 필요성이 분명 존재한다. 그 조직이 자리할 곳은 삼성물산이 될 것이란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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