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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기관영업 지각변동]신한은행의 이유 있는 돌진 "기관영업, 잠재고객 승부처"④박성현 신한은행 기관그룹장 "인구감소·인뱅공습 속 활로"

김현정 기자공개 2022-09-14 07:03:14

[편집자주]

‘뺏고 빼앗기고’ 시중은행들의 기관영업 전쟁이 치열하다. 철옹성이 무너지는가 하면,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기도 하다. 주요 기관의 주거래은행이 되면 안정적으로 예금을 유치하고 새로운 영업 기회를 창출한다. 지금과 같은 금리인상기에는 수익성에도 보탬이 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 더벨은 기관 유치를 둘러싼 시중은행들의 각축전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08일 15: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BIS자기자본비율을 하나도 까먹지 않고 수익 창출에 안정적인 신규 고객 유입까지 누릴 수 있는 게 기관영업이다. 인구 감소 시대에 활동성 고객을 늘려야 하는 은행 입장에서 기관고객을 뺏겨버리면 희망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성현 신한은행 기관그룹장(부행장·사진)은 시중은행들 간 과열된 기관영업 쟁탈전 속에서도 시장 확장에 매진해야 하는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박 부행장의 지향점은 명확하다. 갈수록 척박한 영업 환경 속에서 유동성 확보와 예탁금 수익을 넘어 잠재 고객을 대거 유치할 수 있는 마지막 승부처가 기관영업이다.

올 들어 굵직한 기관영업전에서 저력을 과시 중인 신한은행은 경쟁자가 만만찮은 상황에서도 점수 차를 벌리며 승리를 거머쥐고 있다. 서울시 1금고 수성에 2금고까지 온전히 신한은행 것으로 만드는 한편, 인천시 금고 입찰전에서도 1금고를 지켜냈다. 7일엔 은평구 구금고를 따내면서 남은 24개 구금고 입찰전에서 선전을 예고했다.

박 부행장은 현재 은행이 기관영업에 힘써야 하는 이유가 무궁무진하다는 설명이다. 우선 일반적인 가계·기업대출과 달리 기관 운영 자금은 자산으로 잡히지 않는 만큼 자본비율에 영향이 없다는 게 큰 이점이다. 자본에 부담을 주지 않고 이만큼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이 그리 많지 않다.

박 부행장은 “금고 등 운용자금으로 수익을 획득하는 데 있어서 자본비율을 까먹지 않는다는 건 굉장히 큰 이점”이라며 “일반적인 사업에서는 자산이 인식되고 위험가중자산(RWA)이 잡히지만 기관영업의 경우 수신으로 받아오는 것이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지금과 같은 금리인상 기조에서는 수조원의 유동성을 바탕으로 수익도 많이 난다. 기관사업은 가계대출 규제 등 정부 정책과도 다소 동떨어져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활동성 고객 확보에 기관영업만한 게 없다는 설명이다. 물론 지자체 금고나 공공기관 주거래 은행이 돼도 해당 기관 임직원들이 은행 계좌를 바꾸는 게 아니다. 하지만 일단 진출하면 여러 프로포션과 마케팅을 통해 해당 기관의 임직원들까지 포섭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된다. 기관을 잡으면 이렇게 개인 고객까지 늘려가는 것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금고 은행이 되면 연계 사업 등 다른 수익원 창출에도 적극적으로 임하는 만큼 추가 고객 확보 성과가 크다. 예를 들면 서울시금고를 운영하면서 서울시 청년수당사업이나 예비신혼부부 전세지원사업 등 연계 사업이라는 또 다른 채널을 통해 신규 고객을 확대해가고 있다.

대학교는 MZ세대 고객 확보에 굉장히 효과적이다. 보통 대학교 때 주거래 은행이 되면 평생 고객이 되는 경향이 많다. 젊은 고객 확보가 중요한 이유다. 신한은행은 한양대와 이화여대, 서울대, 건국대, 홍익대 등 서울시 내 대학 중 절반 정도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박 부행장은 “인구 감소 시대에 이제는 지점에 오는 고객도 많지 않고 영업을 통해 고객을 늘릴 수 있는 길이 많지 않다"며 "대학교 체크카드 오픈으로 유입된 신규 활동성 고객 수가 은행 전체 신규 활동성 고객 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젊은층들의 인터넷전문은행 이용률이 높은 가운데 기관영업은 인터넷은행이 진입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기관을 안 잡고 있으면 MZ세대 고객 확보에서 인터넷은행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부행장은 2022년 서울시·인천시금고와 구금고 등 굵직한 입찰전을 앞두고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중책을 맡기기 위해 특별히 불러들인 인물로 유명하다. 우리은행이 104년간 독점했던 서울시금고지기 자리를 신한은행이 꿰차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지주에서 최고전략책임자(CSO)를 담당하며 신한금융의 지략가로 활동해왔다.

박 부행장은 올 들어 기관영업에서 많은 성과를 이뤘지만 아직 목마르다. 올해 남은 기간 서울시 구금고와 인천시 구금고, 국민연금공단, 산업통산자원부 연구사업비(RCMS) 사업에도 역량을 총동원할 예정이다.

현재 서울시 구금고 입찰전은 막을 올렸다. 지난 7일 25개 구 가운데 은평구 결과가 처음으로 나왔고 신한은행이 은평구를 가져오면서 좋은 스타트를 했다. 신한은행은 현재 강남구 1금고, 서초구 1금고, 용산구 1·2금고, 성동구, 강북구 등 5개 구에서 6개 금고를 맡고 있는데 올해 전체 서울시 구금고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6·1 지방선거로 구청장이 대거 바뀐 만큼 신한은행 입장에선 구금고를 낚아챌 절호의 기회다. 행안부 예규를 바탕으로 구청별로 대동소이한 평가기준을 정하고 있는 만큼 향후 진행될 구금고 입찰에서도 대규모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인천시 구금고도 서울시 구금고와 비슷한 일정으로 치러진다. 현재 8곳 중 7개의 구청을 신한은행이 맡고 있는 만큼 인천시 터줏대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확보 중인 모든 구금고를 지키고 나머지 한 곳인 서구청까지 가져온다는 포부다.

11월 말쯤 입찰전이 펼쳐지는 산자부 RCMS 역시 타깃 사업이다. RCMS는 연구예산을 금고에 예치하고, 수행기관이 필요한 연구비를 요청할 때마다 건별로 인출·지급하는 시스템이다. 금고 운용규모가 6조원에 이르는 만큼 많은 시중은행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현재 IBK기업은행과 신한은행이 운영 중이다.

박 부행장은 “신한은행이 독자적으로 하는 무인수납기. 전산 및 페이시스템. 메타버스 등 '초격차 디지털 금고시스템'이란 강점이 기관사업에서 좋은 실적을 거둔 배경으로 본다”며 “선의의 경쟁을 바탕으로 앞으로 남은 입찰전에서도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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