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는 지금]존재감 확 키운 김헌동 사장 '광폭행보'③취임 직후부터 파격적 사업, 분양원가 공개·반값 아파트 '초유의 관심'
성상우 기자공개 2022-09-19 07:33:36
[편집자주]
SH는 서울 내 대형 개발 사업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성장해왔다. 그동안 축적해 온 도시개발 사업 노하우가 지방 공기업 중에서 압도적이다. 다만 최근 몇 년 사이 다양한 부분에서 '부침'이 엿보인다. 10년간 이어졌던 급성장세가 주춤하다. 현 정권에선 주택 공급의 '공공성' 강화 기조가 이어져 수익성 약화가 보다 심화될 우려도 있다. SH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지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14일 07: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지난해 사장 임명 과정은 공사 역사상 가장 주목도가 높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례적이고 파격적인 장면이 무수히 담겼다.보수 정당의 대표격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 산하 SH공사 사장으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출신 사회운동가를 내세웠다. 시의회의 반대에도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그렇게 선출된 사장 후보는 2차 공모에서 임추위의 반대를 받고 탈락했으나 단일 후보로 최종 내정됐다. 인사청문회의 반대도 넘어섰다.
지금의 김헌동(사진) 사장이다. 새 정부가 출범한 상황에서도 임기 보장이 유력한 공기관 수장 중 한 명이란 점에서 보면 SH는 향후 몇 년 동안 그의 지휘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 특히 올해는 김 사장이 취임 후 9개월 동안 준비한 SH의 '파격적' 사업안이 곧 나올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취임 직후부터 파격의 연속, 5개 지구 분양원가 전면 공개
높은 주목도에 걸맞게 김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눈에 확 띄는 '광폭 행보'를 이어왔다. 기본적인 경영 관행부터 체질 개선 및 사업 방식 변화에 이르기까지 그의 주도 하에 이뤄진 'SH 바꾸기'는 여러모로 파격적이었다.
가장 왕성하게 진행 중인 쇄신 작업은 '열린 경영'이다. 기존SH는 어떤 공기업도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의 정보 공개와 경영 관행 개선을 공격적으로 추진 중이다. 그 중에서도 시장의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게 분양원가 공개다.
분양원가 공개는 김 사장이 인사청문회에서부터 밝힌 공약사항이었다. 취임 후 정확히 한 달 만인 지난해 12월 15일에 고덕강일 4단지의 분양원가를 처음 공개했고 올해 상반기 들어서는 28개 단지·5개 지구(마곡·내곡·세곡2·오금·항동)의 분양 원가를 차례대로 모두 공개했다. 분양원가 첫 공개 당시 내걸었던 공개 계획을 빠짐없이 모두 이행했다.
공개 세부내역을 보면 택지조성원가와 건설원가를 합친 분양원가를 비롯해 분양가격과 분양 수익률을 모두 기재했다. 오금1~2단지와 내곡 1단지의 경우 30%대의 수익률을 거뒀고 마곡지구의 경우 6개 단지에서 마이너스 수익률이 났다는 내용을 담은 게 눈에 띈다. 내년 상반기 중 준공과 정산을 마칠 예정인 5개 단지(마곡9단지, 고덕강일8·14단지, 위례신도시A1-5BL·A1-12BL)에 대해서도 분양원가를 알릴 계획이다.
공사가 보유한 주택·토지·건물 등 자산 내역도 전면 공개했다. 분양원가 공개와 마찬가지로 서울시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열린 경영을 실천하겠다는 취지다.
기존 추진해 오던 ESG 경영 역시 김 사장 취임 이후 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김 사장 취임 5개월만인 앞서 4월 새 비전과 미션이 포함된 ESG경영 실천 선언을 내놨다. 전담조직인 사회적가치부를 중심으로 전문인력 충원을 포함한 조직 확대 작업이 현재 진행 중이다.
◇반값 아파트 공급 실험, LH·민간건설사 관심 집중
과거 공사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김 사장의 파격적이고 새로운 시도는 민간 건설사에서 시작해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두루 겪은 그의 성장 배경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
김 사장은 1981년부터 2000년까지 쌍용건설에서 근무하다 부장 시절 퇴직했다. 이후 2002년까지 한국건설정보시스템 대표이사를 맡았다.
주된 경력은 시민단체 활동이다. 1997년부터 경실련에서 활동을 시작해 국책사업 감시단장,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장 등을 맡았다. 2016년부터 약 2년간 정동영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오 시장 지명으로 SH 사장에 취임하기 전까진 경실련에서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으로 활동했다.
시민단체 활동 시절 김 사장의 활약상 대부분이 건설업계의 '거품빼기'에 집중돼 있다. 취임 이후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새로운 사업도 그간 활동의 연장선으로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게 바로 '반값 아파트' 공급 사업이다. 민간 건설사들을 비롯해 LH 등 다른 유관기관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파격적 시도다.
반값 아파트 공급의 원리는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이다. 기존 주택분양이 토지까지 함께 분양하는 방식이었다면 반값 아파트의 경우 토지는 SH가 소유한 채로 토지 임대부 방식으로 건물 소유권만 넘기는 방식이다. 이 기준을 적용했을 때 25평 아파트 건축비용은 2억원이 채 안되기 때문에 분양가를 반값으로 낮추는 게 가능하다는 의미다.
빠르면 올해 상반기 내에 추진이 가능하다는 게 당초 김 사장 측 생각이었지만 일정이 미뤄졌다. 공사 측도 당장은 '신중론'을 펼치고 있어 일정이 조금 더 밀릴 가능성은 열려 있다.
SH 관계자는 "내부적으론 준비가 다 됐지만 제도적으로 변경돼야할 부분이 있다"면서 "서울시 및 국토부 등과 관련 협의를 하고 있으며 정확하게 언제부터 시작하겠다는 일정이 나와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의 남은 임기 동안 최대 과제는 실적 방어가 첫번째로 꼽힌다. 체질 개선 및 새로운 사업적 시도에 긍정적 평가를 이끌어내고 있지만 실적 전망을 두고서는 그리 우호적인 말이 들리지 않는다.
김 사장 취임 직후 SH가 내놓은 첫 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절반 수준이다. 최근 수년간 진행해 온 대형 개발사업들이 최근 마무리된 영향이다. 당장 올해 연간 매출은 지난해의 반토막 수준인 1조원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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