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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는 지금]LH 보다 투명한 조직 강조 '대립각' 세우기⑧김헌동 사장 취임 후 분양원가 공개 등 압박, 차별화 집중

신준혁 기자공개 2022-10-04 07:49:07

[편집자주]

SH는 서울 내 대형 개발 사업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성장해왔다. 그동안 축적해 온 도시개발 사업 노하우가 지방 공기업 중에서 압도적이다. 다만 최근 몇 년 사이 다양한 부분에서 '부침'이 엿보인다. 10년간 이어졌던 급성장세가 주춤하다. 현 정권에선 주택 공급의 '공공성' 강화 기조가 이어져 수익성 약화가 보다 심화될 우려도 있다. SH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지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9일 16: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김헌동 사장(사진) 취임 후 '열린 경영'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분양 및 조성원가, 자산공개 등 어떤 공기업도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기존 관행을 깼다. 김 사장의 행보는 시장의 주목을 키운 동시에 정보공개 수준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SH는 더 나아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압박하는 모습을 보여 주목받고 있다. 전국 단위에서 국토와 관계 깊은 사업을 하는 LH가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취지를 앞세워 각종 사안을 두고 대립각을 세웠다. 반면 LH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SH의 차별화 전략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김헌동 사장, 분양원가·자산공개 약속 이행

SH는 스스로 분양원가와 조성원가, 자산공개 등 공기업 최초로 열린 경영을 실천한다고 홍보했다. 공기업이 나서 원가를 공개하면 시행·건설사들이 과도하게 가격을 올릴 수 없고 개발이익을 독식하는 효과도 억제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김 사장은 취임 직후 '강남 5억원 아파트'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고덕강일 4단지와 28개 단지·5개 지구(마곡·내곡·세곡2·오금·항동)의 분양원가를 차례대로 공개했다. 이밖에 공사가 보유한 주택과 건물, 토지의 사업지구별 취득가액과 공시가격, 장부가액을 전부 공개했다. 2023년까지 아파트와 건물 전체, 토지 전체 자산을 공개하겠다는 일정도 세웠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 시절부터 '열린 경영'을 강조한 김 사장의 묘수는 즉각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SH는 '2022년도 지방공기업 경영평가(2021년 지표 기준)'에서는 최고 등급인 '가'를 받았다. 2020년 '다' 등급에서 단숨에 2계단 상승한 셈이다. 전체 지방 도시개발공사 15곳 중에서 2곳만이 받은 등급이다.

SH는 홍보활동에도 공을 들였다. 실제 경영공시를 포함해 홈페이지 곳곳에 분양원가와 자산공개 정책을 내걸고 경영 성과를 알리는데 주력했다. 김 사장은 각종 설명회에 직접 마이크를 잡고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약속을 실제 이행한 것이다.

<마곡지구 분양원가 1차 공개내역. 사진=SH>

◇SH-LH, 분양원가 공개 '공방'

SH의 다음 수순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압박하는 절차였다. 전국 단위 개발사업을 책임지는 LH가 나서 분양원가를 낮춰야 한다는 취지였다.

SH 주장의 핵심은 국토와 관계 깊은 공기업이 과도한 시세차익을 얻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고등법원과 서울행정법원에서 LH의 원가자료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근거로 압박 수위를 높였다.

경실련도 SH의 이같은 공세에 발을 맞췄다. 경실련은 SH와 LH를 상대로 아파트 공사비 내역을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올해 초에는 LH가 2011년부터 경기도에서 분양한 아파트 62개 단지의 분양원가를 추정해 총 1조1876억원의 개발이익을 거뒀다고 주장했다.

SH는 분양원가 공개를 거부하다 김 사장 취임 후 대부분 자료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LH는 분양원가 공개시 발생할 수 있는 교차보전 부실과 시장 교란 등을 이유로 자료 공개를 거부했다.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자연스럽게 분양가를 내려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LH는 서울시 주택사업에 전념하는 SH와 달리 전국 단위에서 공익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개발이익을 지방으로 분산하는 교차보조를 이행하고 있다.

교차보조는 개발사업 부문 수익으로 임대 건설·운영 부문 매출손실을 보전한다. 원가 이상으로 판매한 이익으로 원가 이하로 판매한 손실을 보완하는 구조다. 영업이익으로 당해 이자비용을 지불하고 공적 사업여력을 확보하는 의미도 있다.

실제 LH는 임대주택 1호당 1억8300만원의 부채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도별 부채증감을 보면 임대주택 운영손실액은 금융부채 다음으로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임대주택사업을 확대할수록 부채도 함께 늘어난 셈이다.

분양원가 후 분양가 논란이 번지면 도급사도 영향을 받게 된다. 원자재값 상승분을 도급비에 반영해야 하는데 분양원가 공개시 적절한 산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공사비 절감에 따른 품질 저하 문제도 제기된다. 분양원가에 집착하다보면 수익성과 품질이 악화될 리스크가 있는 셈이다.

LH는 2020년부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 아파트에 대해 입주자모집 때 분양가를 62개 항목으로 나눠 공개했다. 그러나 분양원가 내역은 경영상·영업상 비밀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경실련이 LH를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해서는 항소를 제기한 상황이다.

김현준 전 LH 사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원가를 공개할 경우 가격 적정성 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 관계자는 "건설업은 주거와 관련된 만큼 원가를 공개하라는 압박을 거세게 받는 산업군"이라며 "물론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가격을 낮추면 서민경제와 주거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충분히 고려하고 논의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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