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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뜨는 중동 허와실]포스코건설, 철강·발전플랜트 강점에도 추진력 '약화'사우디 PIF와 협력 사업 '조기 중단' 영향, 중남미 시장에 집중

전기룡 기자공개 2022-11-03 08:22:50

[편집자주]

중동시장은 과거 한때 우리 건설사들에게 '수주 텃밭'이었다. 국내 건설업계가 세계에서 수주액 2위로 거듭난 배경에는 중동발 오일머니가 있었다. 그러나 2013년경 저유가 충격으로 인한 '중동 쇼크'가 걷잡을 수 없이 지속되자 국내 상당수 건설사가 현지 부실로 인해 골머리를 앓았다. 그런 중동 시장에서 최근 들어 네옴시티 등 대규모 개발 소식이 들려오자 국내 건설사들이 너도 나도 수주전에 뛰어드는 양상이다. 중동 시장 리스크는 과연 사라진 것일까. 이를 짚어보고 각 건설사별 주요 프로젝트 실황은 어떤지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01일 15: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건설의 중동 시장 트랙레코드는 미흡하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이 중동 시장서 따낸 계약은 국내 건설업체 전체 규모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해외 시장 중에서 포스코건설의 수주 텃밭은 아시아나 중남미로 봐야 한다.

하지만 포스코건설과 중동시장을 완전히 동떨어져 보기 힘든 배경도 있다. 포스코건설은 중동 시장에서 남들과는 확연히 다른 이색적인 건설산업 수주 이력이 있다. 국내 건설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이란에서 제철소 건립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철강·발전플랜트 역량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중동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술력도 그만큼 뛰어난 기업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중동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만한 동력을 내지 못하고 있다. 과거 수주 프로젝트가 전면 중단됐던 게 충격을 준 영향으로 풀이된다.

◇설계로 시작해 철강·발전플랜트까지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이 중동 시장에 진출한 원년은 1991년이다. 그해 포스코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각각 '페트로케먀 올레핀공장', '아부다비 LNG 기지 3단계'에서 상세설계 업무를 맡았다.

포스코건설의 설립 과정과 무관하지 않다. 포스코건설은 제철소를 지으며 축적된 엔지니어링·시공 역량을 응집하자는 취지에서 설립됐다. 이 과정에서 토건사업부를 지닌 거양개발을 주축으로 포스코엔지니어링, 포스코 엔지니어링·건설본부가 한 자리에 모였다.

특히 포스코엔지니어링은 설계용역에서 나아가 기술용역까지 가능했던 국내 굴지의 엔지니어링 업체였다. 여기에 설계관리를 담당했던 엔지니어링본부와 사업관리(CM)를 맡았던 건설본부 인력도 합세하다 보니 설계용역으로 먼저 중동시장의 문을 두드릴 수 있었다.

본격적인 중동 진출은 1999년 이란 국영 철강사인 니스코의 '타바존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시작됐다. 이 프로젝트는 니스코 산하 철강사인 에스코의 에스파한 제철소에 제선설비를 짓는 게 골자였다. 국내에서 해외에 고로를 수출한 첫 사례로 규모만 2억3300만달러에 달한다.

포스코건설의 철강플랜트 역량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사례이기도 하다. 포스코건설은 일본·영국·독일에 위치한 철강전문 엔지니어링사와 수주전을 펼친 끝에 계약을 따냈다. 이후 니스코로부터 6800만달러 규모 '코크스 공장'를 추가 수주하며 입지를 공고히 했다.

철강플랜트와 더불어 발전플랜트 역량도 포스코건설이 중동시장에서 저변을 확대할 수 있던 원동력이다. 당시 포스코건설은 2009년 해외건설대상에서 칠레 '벤티나스 석탄화력발전소'가 플랜트 부문 최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기술력을 지니고 있었다.

대표적인 성과로는 중동 발전시장으로의 첫 진출작인 이라크 '쿠르드 프로젝트(6억6303만달러)'가 꼽힌다. 한국전력과 1억8700만달러 규모 요르단 '푸제이스 풍력발전 건설 및 운영사업'에도 참여했다. 시공은 포스코건설이, 준공 후 운영은 한국전력이 각각 맡는 구조였다.


◇타바존 프로젝트 공기 지연…지급 보류 공사비 계상

다만 중동시장의 산적한 리스크에 역풍을 맞기도 했다. 중동시장 첫 성과였던 타바존 프로젝트는 당초 공기가 36개월이었으나 10년가까이 지연됐다. 한때 지급이 보류된 공사비 규모만 154억원에 달한다. 이후 고로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면서 미수금 문제를 가까스로 해결했다.

해외에서 발생한 부실로 2016년 5090억원 상당의 영업손실(연결)을 기록하기도 했다. 물론 영업손실의 직접적인 원인은 브라질 제철소 프로젝트였지만 이후 무디스가 포스코건설의 신용등급을 'Baa3'에서 'Ba1'로 한 노치 낮추다 보니 해외시장에 보다 보수적인 잣대를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포스코건설이 중동시장에 대한 관심을 완전히 거둬들였던 것은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지사를 설립하고 주요 시장으로 삼았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PIF)가 사업협력 차원에서 3965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등 긴밀한 관계도 유지했다.

PIF와 조인트벤처(JV)를 결성해 1조원 규모 '메디나 하지 시티'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메디나 하지 시티 프로젝트가 발주처의 사정으로 조기 중단됐다. 이후에는 중동시장에서 신규 수주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기보고서 기준으로도 2012년 수주한 이라크 쿠르드 프로젝트와 2015년 계약한 사우디아라비아 '사우디 아람코 황이송 설비공사' 정도만 공정률이 남아있다. 하지만 두 건 모두 공정률이 99%를 상회하고 있어 정산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중동 소재 사업장이 전무한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포스코건설은 중동보다 아시아나 중남미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 포스코건설이 지금까지 중동에서 따낸 계약금 규모는 34억852만달러에 불과하다. 아시아시장(148억1879만달러), 중남미시장(147억2527만달러)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최근에는 핵심 시장인 중남미에 무게를 두는 추세"라며 "최근 중동에서의 신규 수주는 없지만 여전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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