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3월 03일 16: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우선은 품질'. 정대헌 부사장이 에너지소재사업부장 부임 초기부터 강조한 경영 모토다. 정 부사장은 품질을 향상시키는 기술적인 노력만이 포스코퓨처엠이 글로벌 1위 양·음극재 업체로 도약하게 되는 유일한 길이라고 내다본다.

후발주자인 만큼 성능에 역량을 더 결집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라임 사업본부에서 적잖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개인적인 경험도 이런 믿음의 바탕이 됐다. 36년간 회사와 인연을 맺어온 그는 요즘도 공장을 오가며 "품질은 기본, 생산성까지"라는 말을 외친다.

◇포스코켐텍 출신 대표주자...기술전략팀장 역임

포스코퓨처엠 인물들은 크게 둘로 나뉜다. 양극재 사업을 중심으로 한 포스코ESM 사람들과 입사 이래 20년 이상 내화물과 라임(생석회) 등을 만들어 온 포스코켐텍 사람들이다. 합병(2019년)의 흔적인 셈인데 정 부사장은 이중 후자를 대표하는 인물로 꼽힌다.

그는 연세대 신소재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7년 회사에 발을 들였다. 당시만 해도 회사의 이름은 염기성내화물을 제조하는 '포항로공업'이었다. 내화물이란 고온에 견딜 수 있는 비금속 재료다. 1994년 삼화화성과 합병하며 포철로재로 상호가 다시 바뀌었다.

2001년 포철로재는 포스렉으로 이름을 고쳐 달았다. 이곳에서 줄곧 내화물 관리 업무를 담당하던 정 부사장은 2008년 변곡점을 맞이한다. 그는 회사 내 최고의 전문 인력이라는 평가를 기반으로 라임 사업본부 기술전략팀장에 선임됐다.


라임은 철강 제품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철의 품질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상영 당시 포스렉 사장은 회사의 신사업으로 라임 사업을 키우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이에 정 부사장은 기술전략팀장으로서 고품위 라임 개발이라는 중책을 안았다.

그는 라임 사업부의 공정 개선을 이뤄내며 제조원가 절감에 공을 세웠다는 평을 받는다. 또 치밀한 기획력을 발휘해 생산라인 투자를 이끌어내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라임 사업은 현재 회사 전체 매출에서 약 3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3년간 음극소재실장 역임, 인조흑연 기틀 마련

정 부사장의 이후의 역할에 더 주목해야 한다. 그는 지난 2010년 9월 회사가 LS엠트론으로부터 음극재사업부를 사들인 시점을 기점으로 음극재 기술통이란 별명을 얻었다. 포스렉이 포스코켐텍으로 이름을 재차 교체한 시기이기도 하다.

음극재는 양극에서 나온 리튬을 저장했다가 방출하면서 전기를 발생시키는 탄소소재다. 회사는 자사 부산물인 콜타르를 기반으로 음극재 사업을 키우고자 했다. 정 부사장은 탄소소재사업실장, 경영기획실장, 마케팅실 등을 역임하며 사업 발전에 일조했다.


특히 탄소소재사업실장 당시 인조흑연의 원료인 침상코크스 생산 전략을 기획하며 인조흑연 사업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이다. 인조흑연은 천연흑연 대비 배터리 수명을 늘리고 충전 시간을 단축하는 강점이 있어 2차전지 시장에서 선호도가 더 높다.

2017년부터는 아예 음극소재실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사업 성장에 힘입어 이듬해 전무로 승진했다. 그는 세종 천연흑연 음극재 2공장, 포항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 건설 등을 이끌며 생산능력을 연 2만톤(t)수준에서 5만5000톤으로 키우는 데 공헌했다.

회사는 2019년 양극재 생산 기업 포스코ESM과 합병하며 포스코케미칼로 사명을 다시 교체했다. 음극재소재실장으로 일하던 정 부사장은 2021년 에너지소재사업부 초대 사업부장으로 임명됐다. 그의 세상이 음극재 한우물에서 양극재로 넓어진 순간이다.

◇2차전지 소재 총괄...IRA 대응에 박차

정 부사장은 음극재와 기술 분야에 주로 근무했지만 전략을 기획하는 데 강점이 있고 경영 안목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성격이 쾌활하면서도 매사에 꼼꼼한 성격이라는 평을 듣고 있고, 휴일엔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자주 가는 편이다.


현재 에너지소재사업부장으로서 미국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있고, 광물 조달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사업회사 포스코와 협력 관계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그 사이 회사는 이름을 포스코퓨처엠으로 또 다시 바꿔 달았다.

포스코퓨처엠은 2023년을 미래 소재 회사로서 면모를 갖춰나가는 원년으로 삼는다는 목표다. 에너지소재사업의 매출은 지난해 처음 회사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어섰다. 광물 조달에 강점이 있는 만큼 일련의 공급망 불안을 계기로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제너럴모터스(GM)와 캐나다 퀘벡에 추진 중인 하이니켈 양극재 공장 건설에 역량을 집중하고, 북미·유럽·중국 등지에서 추가적인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힘을 모은다는 계획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달 인조흑연 음극재 2단계 공장도 착공했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정 부사장은 현장 직원들과의 소통에도 시간을 많이 쓰는 편"이라며 "평소 기술력에 대한 조언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