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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원 K-가전 기술]6초 공정의 마법…SK매직 직수정수기 1위 굳힌다⑦업계유일 필터 소재 '카본' 블록화 성공, 생산효율 향상…무인 자동공정률 99%

화성(경기)=손현지 기자공개 2023-04-04 11:06:21

[편집자주]

가전업계가 소비 절벽에 부딪혔다. 위기를 타개할 방법은 뚝심 있게 개발해온 '기술' 경쟁력과 오랜 기간 다져온 '제조 공정' 노하우다. 불황 속 고군부투하고 있는 국내 생활가전·보일러 10곳 업체를 선정해 생산현장과 연구개발(R&D) 현장에서의 생생한 노력들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31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매직은 가전업계의 쿠팡에 비유된다. SK에 편입된 이후론 강점을 지녔던 가스·오븐레인지 분야를 넘어 정수기, 식기세척기, 공기청정기, 비데, 안마의자, 음식물처리기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사업 축을 '구독경제'로 전환하면서 다양한 고객들의 제품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행보다.

그 중에서도 '직수 정수기' 경쟁력은 독보적이다. SK매직은 지난 2015년 업계에서 최초로 물탱크 없는 직수형 정수기를 내놓으며 시장 패러다임을 바꿨다. 단순히 선구자 역할에 그치지 않고 이후로도 매년 기술고도화를 통해 경쟁력을 배가시키는 노력을 해왔다.
특히 혁신 공정 기술 개발로 후발주자들과 격차를 벌리고 있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필터에 들어가는 카본 소재를 블록화하는데 성공, 생산 효율성을 한층 끌어올렸다.

◇3만평 달하는 화성공장, SK매직 핵심기지

SK매직의 생산공장은 국내, 해외 통틀어 화성공장이 유일하다. 말레이시아 등 해외로 수출하는 정수기나 식기세척기 제품도 모두 화성공장에서 탄생한다. R&D조직들도 모두 화성공장 내부에 일원화해 있다. 신제품 개발과 선행기술 등을 연구하는 SK가전연구소120명의 연구진과 먹는 물 수질검사기관 내 8명의 연구진들이 모두 화성공장에서 근무 중이다.
*SK매직 화성공장 전경
사실상 화성공장이 SK매직 전체의 생산과 기술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 경영진들도 전략 회의나 수출 진행사항 등을 논의하기 위해 자주 찾곤 한다. 지난주 공장에 직접 방문했을 때도 당일 오전 윤요섭 SK매직 대표가 현장에 다녀간 뒤였다. 도착했을 때 간단한 안전사고 예방 교육을 받은 뒤 생산라인과 연구소 등을 둘러볼 수 있었다.

화성공장은 총 10개의 크고 작은 개별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높은 층의 건물이 없는 터라 얼핏 보기엔 좁아보였지만, 다 둘러보는데는 꽤 시간이 걸렸다. 전체 부지는 대략 3만1000평에 달했다. 이 곳에서 정수기, 식기세척기, 공기청정기 등 대부분 제품 생산을 모두 소화한다. 필터 등 정수기 부품 상당수를 국산화시킨 터라 필터 공장도 별도로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김재근 SK매직 생산기술팀장은 "정수기 캐파(생산능력)은 주 40시간 기준으로 했을 때 47만대"라며 "가스·전기레인지는 72만대, 공기청정기는 19만대, 그리고 필터 부품은 940만개 생산 능력치를 갖췄다"고 말했다. SK매직이 OEM과 ODM 방식으로 제조하는 건 전체 제품 중 전자레인지, 안마의자, 샤워필터 정도 뿐이다.

◇남다른 '필터' 공정 기술력, 카본블록

화성공장 8개동 중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카본블록' 필터 생산 공장이다. 김 팀장은 "이 곳은 외부에 거의 공개를 안하는 곳"이라며 "SK매직만의 제조설비 노하우가 집약된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SK매직 화성공장 내 카본블록 필터 생산 라인. 화성(경기)=손현지 기자
공장에 들어서자 거대한 장비들이 높은 층고까지 솟아있었다. 작업자들수는 5명이 채 안됐다. 오롯이 기계들의 마찰소리만 공허히 들리고 있었다. 생산 라인 위에선 정체 모를 원통형 플라스틱들이 빠르게 공정작업을 거치는 중이다.

이 곳은 필터에 들어갈 카본 소재를 '블록화'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무인화 공장이다. 국내에서 카본 블록을 자체 생산해서 제품에 적용하는 회사는 SK매직 뿐이다.

카본은 쉽게 말하면 식물성 성분인 야자수 가루다. 물 속에 포함된 염소 등의 화학 물질들을 흡착해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정수기 필터의 소재로 쓰인다. 대부분 회사들은 카본을 수입하거나 필터 완제품을 수입하지만 SK매직은 카본 원료를 직접 화성공장에서 압축해 블록화를 시켜 사용한다.

김 팀장은 "카본을 블록화하는 기술력은 경쟁우위에 있다"며 "일종의 모듈화를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법인데 저희들만의 기술로 내재화를 시켰기 때문에 자랑할 만하다"고 말했다.

공정 방식은 간단했다. 협력사(BP)사로부터 카본의 원료를 공급받으면, 이를 생산라인 맨 앞단에 투입하기만 하면 된다. 이후엔 알아서 만들어진다. 로봇이 가장 먼저 두개의 사일러 안에 카본 가루와 바인더 부품을 넣는다. 바인더를 섞는건 바인더가 고운 입자의 카본 가루가 잘 뭉쳐지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소재라서다.

두 물질은 사일러를 통과하면서 덩어리 채로 압출된다. 이른바 '카본블록'이 생성된 것이다. 이후 로봇은 자동으로 4인치, 8인치, 12인치 등 세가지 필터 사이즈에 맞게 절단을 해준다. 재단된 카본 블록은 라인을 따라 이동해 1차 검사 구획으로 떨어진다.

검수가 끝난 제품은 카본가루가 날리지 않도록 겉면을 부직포로 감싸는 작업 구간으로 옮겨진다. 공정을 통해 위아래가 고정되면 최종 2차 검사 구간을 거쳐 비로소 완제품으로 승인된다.

여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단 6초다. 이후 로봇이 자동으로 박스에 넣어 포장한 뒤 필터공장으로 이송시킨다. SK매직 화성공장의 경우 정수기 필터 생산라인이 카본블록 완제품이 탄생하는 바로 옆칸 쪽에 이어져 있다.
*SK매직 직수형 얼음정수기, 올인원 플러스
필터 생산라인도 살펴봤다. 방문날엔 4인치 필터가 제조되고 있었다. 필터캡을 올려주고 회전융착을 거치니 마찰이 일어나면서 부착됐다. 융착이 끝난 부품들은 자동으로 라벨링되고 비닐 포장된다. 이렇게 필터 하나를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3초다. 카본 블록을 만드는 것부터 최종 필터를 만들기까지 10초가 채 안 걸리는 셈이다.

김 팀장은 "이 곳에서 사람이 하는 공정은 거의 없다, 자동화율은 99%"라며 "부품들이 제대로 투입되는지, 어떤 공정에 트러블이 나는지를 확인하는 관리자만 있고 작업자는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SK매직은 카본을 블럭화하기 위해 일찍이 노력해왔다. 2020년 자체 설계한 제조설비를 가지고 자재 투입부터 출하까지 무인 자동화 생산을 구현해내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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