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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와 CFD '프레임 데자뷔' [thebell desk]

양정우 자산관리부 차장공개 2023-06-01 07:57:32

이 기사는 2023년 05월 26일 07: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테슬라를 설립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는 "공매도는 사기"라고 말했다. 한때 세계 시가총액 1위였던 테슬라는 물론 스페이스엑스(CEO), 솔라시티(회장)를 이끌면서 인류의 혁신에 앞장서는 그마저 공매도를 욕했다. 공매도는 일론 머스크의 말대로 진정 죄악일까.

글로벌 선진 자본시장에서 공매도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머스크의 발언은 공매도가 합법인지 여부보다 깊은 원한을 살 수 있는 기법임을 드러낸다. 테슬라는 가장 많은 공매도 투자자가 몰린 기업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자신의 재산을 직접적으로 감소시키는 타인의 수단이다. 국내 개미 투자자 대다수가 악의 축으로 여기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공매도는 불법의 뉘앙스를 풍기는 '없는 것을 판다'보다 '빌린 것을 판다'는 풀이가 진정한 구조에 더 부합한다. 국내 시장에서 무차입 공매도는 금지된 지 오래다. 차입 공매도만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에 한정해 공매도가 인정된다.

누군가는 공매도 탓에 주가 하락의 상처를 입었을 수 있다. 그렇다고 공매도라는 시장의 거래 유형을 옥죄는 게 타당한지는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한국 증시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 지수 편입에 실패하는 배경엔 공매도의 제한적 허용이 자리잡고 있다. MSCI 선진 지수에 오르는 건 간판만 바뀌는 이벤트가 아니다. 16조달러(약 2경)가 이 지수를 추종한다. 수백억달러의 순유입 효과를 누리는 게 결국 모두에게 유리할 수 있다.

이런 죄악 프레임이 차액결제거래(CFD)에도 씌워질까 봐 우려된다. 물론 국내 자본시장을 뒤흔든 CFD 사태는 투자자와 증권사에 상흔을 남겼다. 하지만 수습 과정에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고강도 제도 개선은 자칫 선진 금융시장의 흐름에 역행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CFD가 태생적으로 악한 기법일까. 레버리지와 총수익스와프(TRS)가 원천 봉쇄해야 하는 기형적 방식이라는 데 동의하기가 쉽지 않다. 금융 시스템 자체가 레버리지로 쌓아올린 탑이며 TRS 구조를 최대한 단순화시키면 결국 돈을 빌린 것이다. 개인 중에서 스스로 라이선스를 선택한 전문투자자만 접근할 수 있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민심이 선량한 개미 투자자의 상심 쪽으로 기울더라도 분명히 구별해 짚어봐야 하는 대목이다

아이러니한 건 CFD가 기관 투자자와 개인 투자자 간 힘의 균형을 맞추는 데 일조해왔다는 점이다. 공매도 금지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불공평성을 핵심 논거로 삼는다. 공매도는 기관만 쓸 수 있는 카드이기에 증시를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만든다는 논리다. CFD는 개인 신분으로 공매도에 나설 수 있는 유일무이한 루트다.

강력한 철퇴를 맞는 건 CFD를 범죄의 도구로 쓴 이들이면 충분하다. 보여주기식으로 제도를 어중간하게 손질하는 건 비합리적이다. 도둑을 모조리 없앤다는 일념으로 집보다 담벼락을 높게 쌓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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