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어 人사이드]30년 쌓은 델리 코너 노하우, 경쟁력 강화 핵심 '열쇠'[이마트] 델리팀 이슬 바이어 "전용 기획 상품 출시로 방문 고객 경험 강화"
정유현 기자공개 2024-05-03 08:30:24
[편집자주]
바이어(Buyer)는 유통업계의 꽃이라 불린다. 상품 기획력에 따라 유통가의 매출 지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최근 고물가 한파가 몰아치고 대규모 자본을 등에 업은 중국 커머스가 불을 지핀 유통가의 '쩐의 전쟁'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바이어들을 더벨이 직접 만났다. 바이어의 입을 통해 각 사별 바잉 파워를 살펴보고 실무진의 시각으로 오프라인 강화 전략까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6일 15: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마트는 한국 대형 유통마트의 역사라고 해도 무방하다. 1993년 11월 12일 '상시 초저가'라는 콘셉트로 오픈한 창동점이 대형마트의 효시다. 대량 매입을 통한 상시 저가와 농수산물 산지 직매입 등 유통 혁신 등 전 국민의 쇼핑 문화를 만드는 데 이바지했다. 1호점은 미국식 '디스카운트 스토어'를 모델로 삼고 식품 판매를 보강한 형태였다. 영화에서 봤던 '미국식 쇼핑'의 시작이었다.공간에서 이뤄지는 '고객 경험'은 오프라인 매장을 다시 찾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30년이 흐르며 형태가 바뀌고 있지만 과거와 현재, 그리고 유통 채널이 고민하고 있는 미래형 마트의 공통점은 바로 '델리 코너'다. 델리 코너는 쉽게 말해 즉석 조리 코너다. 마트에 방문해 침샘을 자극하는 음식을 직접 보고 구매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포인트가 온라인 쇼핑과 다른 고객 경험을 주는 것이다.
델리는 식품을 파는 가게라는 의미의 델리카테슨(Delicatessen)의 줄임말이다. 델리 샵 문화가 정착된 유럽 및 미국은 간편한 브런치 메뉴, 일본은 도시락, 세트메뉴 등으로 발전했다. 한국은 치킨, 초밥 등 간편식 위주의 메뉴뿐 아니라 최근에는 양장피 등 가족 단위 구매에 적합한 음식의 형태가 자리 잡았다.
최근 고물가에 따라 식사 대용 식품 등으로 메뉴가 발전하고 있고 매출 신장세도 눈에 띈다. 올해 1월부터 4월 21일 기준 델리 카테고리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5% 증가했다. 이마트뿐 아니라 주요 대형 마트들은 델리 코너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을 쓰고 있다. 호텔과의 협업을 통해 상품 경쟁력을 키우거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등 다양한 상품을 기획하고 발굴하기 위해 바이어들이 뛰고 있다.
◇2021년 이마트 입사 전 츠지 요리학교 졸업, 조선호텔 협업 제품 출시 후 인기
한국 대형마트에 즉석 코너가 시작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최근 서울 중구 이마트 본사에서 만난 이슬 델리팀 바이어(사진)는 "1993년 이마트의 오픈 당시부터 델리 코너가 있었다"며 "초기에는 수산팀 옆에 위치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해물탕 등의 국탕류 종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즉석 조리 코너를 '키친델리'라고 부른다.
이슬 바이어는 최근 이마트 '키친델리'에서 주목받고 있는 조선호텔 협업 중화요리를 기획한 담당자다. 이슬 바이어와 피코크 중식 전문 함동우 셰프가 웨스틴 조선 서울의 중식당 '홍연' 레시피를 기반으로 이마트 전용 상품을 개발하고, 조선호텔 셰프팀이 최종 감수를 진행했다.
이마트는 먹거리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지난해 11월부터 델리 메뉴의 레시피 개선 작업에 착수했고 그 결과물 중 하나다. 이 바이어는 이마트 입사전 제일기획 광고기획자, 투썸플레이스, 오리온, 계절밥상 등 F&B 업체도 두루 거쳤다. 특히 전문 경력을 쌓기 위해 일본의 대표 요리학교인 츠지 요리학교에서 공부를 했다. 요리 분야 특별한 경력을 지닌 것이 음식의 맛에 더 집중했던 배경으로 풀이된다.
기존에도 팔보채 메뉴가 판매되고 있었지만 '맛'이 아쉽다는 고객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제품을 업그레이드 했다. 전략은 통했다. 제품은 3월 31일 출시됐는데 리뉴얼 전 팔보채 대비 매출이 67%(4월 21일 기준 매출 비교) 증가했다. 조선호텔 레시피에 대한 신뢰감으로 재구매 의사를 표출하는 고객도 다수 등장했다.
이 바이어는 "양장피와 팔보채 등 델리 코너에서 생각보다 중식 제품 판매 비중이 높은데 항상 상품평 보면 아쉬움이 있었다"며 "맛을 더 끌어올리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우연한 계기로 조선호텔 쉐프팀과 연결이 되면서 리뉴얼을 진행하게 됐고 좋은 성과가 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이 바이어는 델리팀의 아웃 소싱 제품 담당이다. 직접 매장에서 튀겨서 제공되는 치킨 등이 아닌 삼각김밥 등의 제품으로 전 매장에서 판매가 가능한 카테고리다. 조선호텔 협업 팔보채와 난자완스도 아웃 소싱 제품이기 때문에 특정 매장이 아닌 전국 점포에서 판매가 된다.
아웃 소싱 분야에서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크게 기획, 개발 및 검증, 준비, 출시 등의 4단계를 거친다. 이 바이어는 "4단계 안에 수십 개의 세부 단계가 있고 걸리는 시간은 통상 3개월 정도"라며 "시장 조사를 위해서 맛집 방문, 자사 매장 방문뿐 아니라 경쟁 점포도 가서 시장 상황을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품을 기획한 후 복수의 제조사에 의뢰를 한 후 공장에서 제품이 실제로 구현될 수 있을지, 캐파를 맞출 수 있는지 등을 검토한다"며 "제조사에 의뢰해 샘플링을 한 후 상품 개발실의 '비밀 연구소'에서 맛을 보고 수정하는데 이 모든 과정에 바이어가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시피뿐 아니라 제품 디자인까지 바이어의 몫이다. 이 바이어는 "아웃소싱 바이어로서 제품을 기획하고 의뢰한 것이기 때문에 네이밍과 디자인적 요소까지 다 고려해서 만든 후 품질팀에 검수를 받는다"며 "조선호텔 협업 제품의 경우 레시피 검수와 적정 수준의 품질을 맞추기 위해 소통하며 출시되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고 회상했다.
◇분기별 델리 매장 변화 집중, 전용 식품으로 고객 경험 강화가 경쟁력 지름길
델리 카테고리의 매출이 증가하면서 대형마트들은 이 분야 전력 보강에 나서고 있다. 단순히 매출이 증가하기 때문에 힘을 쓰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 쇼핑과 격차를 벌릴 수 있는 분야가 델리 분야이기 때문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
이 바이어는 "전용 상품을 기획하면서 이마트에 방문할 수 있는 요소를 고객들에게 던지는 역할"이라며 "이를 위해 매장의 변화감을 주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분기별로 키친델리에 신상품을 대규모로 투입해서 배치하고 고객이 방문했을 때 새로워졌다고 느끼게 만든다. 계절별로 화려한 음식을 기획해 고객의 시각과 후각을 자극하고 있다.
이 바이어는 "키친델리가 만드는 메뉴들은 일반적으로 집에서 먹는 백반 메뉴가 아니고 약간 기분 전환용 메뉴가 많다"며 "경제 상황이 안좋을때 고객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가족과 함께 기분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선호텔과 협업 같은 무게감 있는 기획은 대형 할인매장 아웃소싱 바이어가 할 수 있는 접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대형 할인점의 새로운 프레시 푸드(FF)를 지속적으로 선보이면서 오프라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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