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분할합병 체크포인트]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 지분을 왜 '못 샀나'두산밥캣 지분 매입시 필요자금 3조 육박…차입·증자 가정해도 현금여력 불투명
이민호 기자공개 2024-08-05 14:28:58
[편집자주]
두산그룹이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에 붙이는 지배구조 개편을 발표했다. 일련의 개편 과정이 끝나면 계열사간 사업 전문성이 강화되는 동시에 그룹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에 대한 지주사 두산의 실질적인 지배력도 높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지배구조 개편을 시작하기도 전에 가치평가 적정성과 지주사 두산의 편의적 지배력 확대가 논란이 되고 있다. THE CFO가 이번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의 문제점과 각 계열사에 미칠 영향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6일 07:3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로보틱스가 두산밥캣을 자회사화하는 가장 '깔끔한' 방법은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두산밥캣 지분을 사오는 것이다. 하지만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신설법인을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인적분할하고 두산로보틱스가 이 신설법인을 흡수합병하는 '복잡한' 방법을 고안했다.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을 모두 매입하려면 3조원 가까운 자금이 필요하다. 굳이 자금이 소요되지 않는 분할합병 방법을 이용한 것은 두산로보틱스에 그만큼의 현금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보유한 현금성자산에다 차입과 증자를 가정해도 현금여력이 불투명하다.
◇두산밥캣 지분 매입시 2.3조 이상 소요…분할합병시에는 '0원'
두산그룹의 이번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현재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만드는 것이다. 두산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의 이유로 "두산에너빌리티는 차세대 원전(SMR)과 가스터빈 등 친환경 성장사업 및 대형원전을 비롯한 기존 에너지사업에 집중할 예정"이라며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을 자회사로 편입해 그룹 내 스마트머신 부문 관련 계열사 간 기술교류와 업무협력이 강화된다"고 밝혔다.
두산로보틱스가 두산밥캣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납득할 수 있으려면 두산에너빌리티에 적정한 가격을 지불하고 사오면 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을 떼어주지만 그에 상응하는 현금을 갖게 돼 이번 지배구조 개편의 취지대로 에너지사업을 키울 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현금을 지불하지만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을 자회사로 확보해 사업적인 시너지 효과와 현금창출력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 지분(46.06%) 전량을 보유한 신설법인을 인적분할하고 두산로보틱스가 이 신설법인을 흡수합병하는 '복잡한' 방법을 내걸었다. 이렇게 되면 일련의 분할합병 과정에서 두산로보틱스는 한 푼도 들이지 않고 두산밥캣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반면 두산에너빌리티는 한 푼도 받지 못한다.
두산로보틱스가 두산밥캣 지분을 사올 경우 지불해야 할 가격은 얼마일까. 두산밥캣은 유가증권 상장사이므로 가치평가는 기준시가법을 따른다. △최근 1개월간의 거래량 가중산술평균종가(5만543원·배당락기간 반영 기준) △최근 1주일간의 거래량 가중산술평균종가(5만292원) △최근일의 종가(5만1000원)를 산술평균한 기준시가는 5만612원이다.
이에 따라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 46.06%(4617만6250주)의 가치는 2조3371억원이 된다. 이 숫자가 두산로보틱스가 두산밥캣 지분을 사올 경우 지불해야할 최소 금액이다. 여기에 경영권 지분이므로 프리미엄이 붙으면 지불해야할 금액은 3조원까지도 불어날 수 있다.
두산로보틱스가 두산밥캣 지분을 사오면 지주사 두산의 두산밥캣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기도 하다. 이 경우 지주사 두산의 두산밥캣에 대한 실질적인 지분율은 31%가 된다. 하지만 두산로보틱스가 두산에너빌리티에서 인적분할한 신설법인을 흡수합병할 경우 실질적인 지분율은 27%까지만 상승한다.
◇자체 현금으로는 매입자금 불충분…차입·증자 가정해도 현금여력 불투명
그럼에도 두산로보틱스가 두산밥캣 지분을 매입하는 방법을 쓰지 못한 데는 그만큼의 돈을 마련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먼저 두산로보틱스의 올해 1분기말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은 현금및현금성자산(3179억원)과 단기금융상품(489억원)을 합한 3668억원이다. 자산총계(4552억원)에서의 현금성자산 비중이 81%나 된다.
이는 대부분 두산로보틱스가 지난해 10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면서 모은 공모자금이다. 당시 두산로보틱스는 구주매출 없이 신주모집으로 4212억원의 공모자금을 끌어들였다. 이 공모자금을 거의 이용하지 않고 대부분 쌓아두고 있는 것이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에서 두산로보틱스는 이 돈을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D20캐피탈(D20 Capital) 지분 100%(644억원)를 사오는 데 일부 이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정도 현금성자산으로는 두산밥캣 지분을 사오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추가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으로는 차입이 있다. 두산밥캣은 올해 1분기말 차입금은 없고 리스부채만 40억원 있어 부채비율이 3.2%로 크게 낮기 때문에 차입여력은 있다. 하지만 부채비율을 300%까지 끌어올린다고 가정해도 현재 부채총계(142억원)에서 조달할 수 있는 차입금은 1조3087억원에 그친다.
두산로보틱스는 이 정도 차입금을 끌어오는 데 필요한 담보여력이 부족하다. 자산의 대부분(81%)인 현금성자산은 두산밥캣 지분 매입에 써야하므로 나머지 19%의 자산 중에서 담보로 내놓아야 한다. 하지만 담보로 주로 이용하는 종속기업 투자지분은 올해 1분기말 84억원(장부금액 기준), 유형자산은 82억원, 장기투자증권은 26억원뿐이다. 결국 모회사이자 지주사인 두산의 지급보증에 기대를 걸어야 하지만 비록 두산의 자본총계가 3조원이 넘더라도 지주사로서 1조원이 넘는 자회사 차입금에 대한 지급보증을 제공하기는 부담이다.
또 다른 자금 조달 수단으로는 두산에 대한 유상증자가 있다. 하지만 두산의 출자 여력도 크지는 않다. 올해 1분기말 현금성자산은 3481억원뿐인 데다 차입금의존도가 이미 30%를 넘겨 현재 1조5000억원 수준인 차입금을 급하게 늘리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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