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위협받는 한진칼]"8700억 태운 호반그룹, 결국 경영권 분쟁할 것"⑥김상열 회장 M&A 수완 뛰어나...경영권 분쟁이 시세차익 전략에도 유리
고설봉 기자공개 2025-05-27 07:04:22
[편집자주]
한진그룹 지배구조가 또다시 흔들리고 있다. 건설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호반그룹이 한진칼 지분율을 늘리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모습이다. 양측간 지분율 격차는 단 1.5%다. 호반그룹은 ‘단순 투자’라며 경영권 분쟁 의도를 드러내지는 않고 있다. 재계에선 특정 이슈를 분수령으로 적대적 M&A 시도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더벨은 한진칼 지배구조를 들여다보고 양측간 분쟁 가능성을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23일 14시4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무조건 호반그룹에 유리하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가 밝힌 의견이다. 아직 호반그룹이 한진칼 경영권 분쟁을 시도하고 있지 않지만 중장기적으로 경영권 분쟁을 일으킬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적어도 투자금 회수 측면에선 명확하다는 설명이다.2022년 3월 KCGI로부터 대규모 지분을 취득한 이후 호반그룹은 추가로 장내외매수를 통해 꾸준히 한진칼 지분율을 늘려왔다. 현재까지 호반그룹이 확보한 한진칼 지분율은 18.46%다. 이 과정에서 호반그룹은 호반, 호반건설, 호반호텔앤리조트 등 3개 계열사를 동원해 총 8662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경영권 분쟁에서 패하더라도 호반그룹으로선 분쟁이 격화해야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미 한진칼 주가는 경영권 분쟁 가능성만으로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호반그룹으로선 지속적으로 분쟁을 만들어야 투자금 회수 규모도 커진다.
◇사업수완 남다른 투자 전문가 김상열 회장
호반그룹을 일군 김상열 회장은 금융업을 매개로 시행업에 뛰어 들어 빠르게 성장했다. 단순 시행사와 시공사를 넘어 금융을 활용해 전국의 택지를 대거 사들였다. 제도의 헛점을 노려 계열사 수십 곳을 LH 등 택지입찰에 참여시키는 이른바 ‘벌떼 입찰’로 알짜 사업부지를 대거 확보하며 마진이 높은 주택사업에서 승승장구했다.
김 회장은 인수합병(M&A)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2014년 금호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며 명분과 실리를 다 챙겼다. 당시 건설업을 넘어 항공업 등 진출 의지를 드러냈다. 결과적으로 M&A에는 실패했지만 대거 차익을 남기고 재계 서열도 높이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거뒀다. 대한전선 인수를 통해 사업 다각화에 성공하며 건설 일변도를 탈피했다.
그동안 김 회장이 보여온 경영 스토리에 비춰보면 전략 없이, 단순 투자 형태로 호반그룹이 한진칼 지분을 20%가까이 매입했다는 것은 사실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오히려 치밀한 전략과 계산을 통해 한진칼 지분을 매입했고 추가로 지분율을 늘려 후일을 도모하고 있다는 평가가 더 신빙성이 높다.

◇호반그룹은 얼마를 투자했나
호반그룹이 최초 한진칼 지분을 취득한 시기는 2022년 3월이다. 18일부터 21일까지 장내외매수를 통해 KCGI로부터 지분 총 1106만6917주를 인수했다. 호반과 호반건설을 앞세워 지분 확보에 뛰어들었다.
인수 단가는 최저 5만6889원부터 최고 6만원이다. 당시 종가의 98% 수준에 매입했다. 또 80만주는 별도로 신주인수권이 표시된 주식을 주당 2만5000원에 인수했다. 이에 따라 총 투입한 비용은 6839억원이다.
이후 호반그룹은 지속적으로 한진칼 지분을 매집했다. 2022년 4월 5일 매도청구권을 행사하면서 주식매매계약을 신규 체결했다. 총 161만4917주를 주당 6만123원에 취득했다. 당시 종가 대비 96% 가량에 취득했다. 투입한 비용은 총 971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9월 8일엔 호반이 나서 1만300주를 주당 4만1023원에 매입했다. 당시 종가 대비 100.3%에 거래하하며 총 5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이어 2022년 12월 6일 호반건설은 보유하던 한진칼 지분 333만8090주를 주당 3만7715원에 매각했다. 당시 종가 대비 95% 가량에 매각했는데 이로써 총 1259억원 회수했다. 다만 이 거래로 호반건설은 약 40% 가량 손실을 입었다. 이전까지 매수한 한진칼 주식 평단가가 약 6만원이었다.
한동안 잠잔하던 호반그룹은 2023년 10월17일 호반호텔앤리조트를 동원해 한진칼 지분 390만3973주를 장외매수했다. 팬오션이 보유하던 한진칼 지분을 당시 종가 대비 101.48% 가량 프리미엄을 주고 매수했다. 총 1628억원을 투입했다.
본격적인 지분확보 경쟁에 나선 것은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3월 11일부터 28일까지 총 13만64주를 77억원을 투자했다. 이어 4월 3일부터 25일까지 55억원, 5얼 30~31일 5억원, 6월 3일부터 18일까지 13억원 등을 투자했다. 하반기에도 지속적으로 한진칼 지분을 매입했다. 8월 5일~8일 11억원, 9월 4230만원, 12월 19일~30일 29억원을 투자했다. 2024년 투자액은 총 190억원이다.
올해도 호반그룹은 한진칼 지분 매입에 활발히 나섰다. 1월 2일부터 31일까지 총 117억원, 2월 3일부터 28일까지 총 37억원, 3월 4일부터~31일까지 총 30억원, 4월 1일부터~30일까지 총 104억원 등 올해만 벌써 288억원을 들여 한진칼 지분을 늘렸다.

◇호반그룹의 한진칼 투자수익 최소 2배 이상
현재까지 호반그룹이 투자한 자금은 총 866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2일 종가 기준 호반그룹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의 가치는 총 1조3887억원 정도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주가가 상승한 덕분이다.
특히 호반그룹의 한진칼 지분 대량 매집 사실이 보고된 지난 15일 한진칼 주가는 연중 최고가를 갱신했다. 당일 종가 기준 호반그룹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가치는 1조9776억원까지 뛰었다. 이미 투자금의 2배 이상 수익이 불어난 셈이다.
이처럼 경영권 분쟁은 현 시점에선 호반그룹에 유리하다. 호반그룹이 대한항공 등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분쟁을 본격화 해 성공한다면 사업 다각화 꿈을 이룰 수 있다. 설사 경영권을 차지하지 못하더라도 주가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은 보장돼 있다.
결과적으로 호반그룹 입장에선 한진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피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분쟁의 요소를 찾아 갈등을 만드는 것이 자신들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일이다.
재계 관계자는 “호반그룹이 추구하는 경영권 분쟁의 본질은 적대적 M&A를 통한 사업 다각화 및 신사업 진출”이라며 “그 과정에서 확보한 주식의 가치가 상승하면 투자수익이 그만큼 커지는 것으로 경영권 분쟁에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지분 매각을 통해 대규모 현금을 회수할 수 있어 호반그룹이 분쟁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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