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사 마진 리포트]농심, 내수 판가 '제한적' 조정‥수익성 해법은 '글로벌'국내 주요 제품 가격 2022년 수준 상향, 북미 제품 믹스 개선·스낵 사업 강화 성장 모색
정유현 기자공개 2025-06-23 07:44:41
[편집자주]
새 정부가 본격적으로 물가 안정 대책을 수립하고 나섰다. 정권 교체 이전에도 주요 식품사들은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을 받으며 인고의 시간을 버텼다. 일각에서는 원재료와 인건비의 상승 과정 속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더벨은 주요 식음료 기업의 수익성과 원가율 등의 현황을 종합적으로 진단해 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9일 13시5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심은 내수 시장 중심의 면류 사업 매출 비중이 높아 수익성에 영향을 받는다. 글로벌 원재료 가격의 변동성이 커져도 가격을 즉각 조정하거나, 판가를 높인다고 해도 시장 수용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제한적이다. 라면 4사 중 영업이익률이 낮은 편에 속하는 배경이다.최근 원재료 가격 상승 및 환율과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이 상승하자 국내서 라면을 포함한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하면서 수익성 방어에 나섰다. 중장기적으로는 면류 매출 비중을 낮추기 위해 스낵 사업을 강화하고 고수익 시장인 해외 사업 확대를 통해 이익 볼륨을 키울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영업이익률 10% 달성 목표를 포함한 '2030 비전' 실현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수입 원재료 '소맥·팜유' 가격 수익성 영향, 수직 계열화 덕 원가율 관리
2025년 1분기 연결 기준 농심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정한 매출원가율은 71.65%로 계산된다. 71.03%를 기록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비슷한 수치가 유지됐다. 국내 사업 수치를 살펴보기 위해 별도 기준으로 보면 매출원가율은 73.84%다. 74.15%를 기록한 작년 1분기 대비 소폭 줄어든 수치다.
최근 3년간 연간 기준으로 살펴보면 2022년 별도 기준 매출원가율이 75.54%, 2023년 연결 원가율이 69%대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70% 초반대가 유지되고 있다. 오랜 기간 라면 사업을 펼치면서 농심은 원료 생산부터 판매에 걸친 수직 계열화를 구축하면서 원가 구조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원가율에 변동이 있었던 시기를 살펴보면 글로벌 원재료 가격과 연관성이 크다. 특히 라면의 비중이 큰 만큼 특정 원자재 가격 변동에 취약하다. 소맥분과 팜유는 라면의 제조원가에서 80%를 차지하는 주요 원료다. 두 원료 모두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글로벌 공급 환경, 환율 등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높고 원가에 영향을 미친다.
2022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공급망 불안이 확산되며 라면의 핵심 원재료인 수입 소맥 가격이 전년 대비 약 40% 급등한 해였다. 팜유 역시 톤당 1254달러로 최근 4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흑자를 유지했지만 농심은 같은 해 2분기 별도 기준으로 24년 만에 첫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국내에서 가격 인상을 단행하지 못한 가운데 원가 부담이 고스란히 반영되며 별도 기준 영업이익률은 2.64%에 그쳤다.
이듬해 원재료 가격이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고 해외 법인의 실적 기여가 확대되면서 연결 기준 매출원가율은 70% 아래로 내려갔다. 2022년 5월 가동을 시작한 미국 제2공장의 효과가 2023년부터 본격 반영됐고, 일본·호주·베트남 등 고마진 해외 법인의 매출 비중이 높아졌다. 해외 사업의 수익성이 더해지며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도 6%대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원재료인 소맥의 가격은 낮아졌지만 팜유가 작년 말 대비 3개월 새 12%가 오른 1080달러를 기록했다. 환율과 인건비 상승 등 대외 비용 부담이 다시 커지면서 농심은 제품 가격 인상 카드를 들었다. 2023년 6월 정부의 압박에 따라 가격을 낮췄지만 원가 상승 압력이 누적되며 더 이상 가격 유지가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농심 측은 가격 인상에 대한 입장으로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원가절감과 경영효율화를 추진하는 등 인상 압박을 견뎌 왔다"며 "원재료비와 환율이 상승함에 따라 가격 조정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주요 제품 가격 인상 '수익성 개선' 긍정적, 신제품 해외 시장 확대
농심은 3월 17일 신라면과 새우깡 등 17개 브랜드의 출고가를 평균 7.2% 올렸다. 분기보고서의 제품 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2022년 신라면은 5개짜리 번들 8팩이 들어간 라면 한박스의 가격이 2만9040원이었는데 2023년과 2024년에는 2만7588원으로 동결됐다. 올해 3월 가격을 인상하면서 신라면 1박스 가격이 2022년 수준인 2만9040원을 회복했다.

새우깡도 2022년 수준이지만 △짜파게티와 △안성탕면 △육개장 사발면 △김치사발면은 상대적으로 인상 폭이 컸다. 대표 품목은 소비자 인식과 가격 민감도를 고려해 제한적으로 인상한 반면 수익성 개선 여지가 있는 일부 품목은 인상 폭을 넓힌 것으로 분석된다.
가격 인상 효과는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풀이된다. 농심의 가격 인상 소식은 자본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시그널로 받아들이고 있다. 1분기 원부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으나, 2분기부터 국내 제품 가격 인상 효과를 통해 수익성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해외에서 주요 제품인 신라면 외에도 '신라면 툼바'를 글로벌 공략의 선봉장으로 키우고 있다. 작년 11월 미국 현지에서 생산이 시작됐고 아시안 마켓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 월마트 메인 매대 입점을 준비하고 있으며 온라인 몰에서는 4개입 제품이 20.98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올해 미국 매출 8000억원 달성을 목표치로 제시한 상태다. 이 외에도 제2의 코어 사업으로 스낵 사업을 키우면서 2030년 영업이익률 10% 달성 목표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손현정 유안타 증권연구원은 "2025년 상반기 단행한 판가 인상 효과가 유지되는 가운데 수요 회복이 맞물리며 하반기 마진 방어와 단기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미국향 신라면 툼바를 중심으로 믹스 개선 시도하고 유럽 출시 등에 나서는 것은 해외 비중 확대와 고ASP 제품 중심 구조 전환이라는 수익성 개선 방향과 맞물린다"고 진단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i-point]32억 투자받은 네온테크, 산불감시 AI 드론 개발 시동
- [IR Briefing]엔알비 "OSC 로드맵 발맞춤, 최초 사례로 시장 선점"
- [한화의 CFO]윤안식 한화솔루션 CFO, '태양광 사업' 안착 후 재무안정 고심
- 한화증권, 강형호 팀장 영입…프랍트레이딩 맡긴다
- 마스턴운용, M&A 다시 속도 붙을까
- 맨하탄서밋, 출범 3년만에 감자 단행
- [3분기 추천상품]'판매고 껑충' 우리은행, 지배구조펀드 추가 '차별화'
- [PB인사이드]한화증권 노동현 부장, 토지보상 1등에 오르기까지
- [3분기 추천상품]판매고 1조 불린 IBK기업은행, 국내펀드 라인업 대폭 확대
- [thebell PB Survey]자산가 투자 심리 반등…리스크 테이킹 '공격적'
정유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Red & Blue]'중복 상장' 해소 동원산업, 자본 시장 투자 심리 '회복'
- [상법 개정안 통과]현대지에프홀딩스, 지주사 리레이팅 '시그널'
- [동원F&B 상장폐지]시장가 매수로 '주주' 신뢰 확보, 글로벌 확장 '시동'
- '소스 제조사' 품는 LF푸드, 수직 계열화 전략 주목
- [지속가능경영 리뷰]'글로벌 체질 강화' 오뚜기, 중장기 목표치 전략적 조정
- [신세계사이먼 줌인]'프리미엄 아울렛 2.0' 선언, 확장 모드 돌입
- [신세계사이먼 줌인]'평효율' 기반 고수익, 안정적 재무 구조 구축
- [정용진의 이마트, 정유경의 신세계]유동성 카드로 부상한 '쓱페이', 계열분리 퍼즐 맞추나
- [신세계사이먼 줌인]한국 아울렛 판 바꾼 저력, 두 자릿수 이익률로 증명
- 1년 준비 '롯데웰푸드', 인도 통합 법인 7월 출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