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프로파일]성공 경험 전수 서윤복 신한증권 본부장3년전 이직 후 '축적의 시간'…올들어 활발한 예심청구 성과
이정완 기자공개 2025-07-07 07:59:10
이 기사는 2025년 07월 03일 11: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PO(기업공개) 주관은 IB(투자은행) 비즈니스 중에서도 특히나 긴 호흡이 필요한 분야다. 상장 후보 기업을 찾아 주관 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증시 입성에 도전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3년 전 신한투자증권에 영입된 서윤복 IPO본부장(상무)은 20년 넘는 시간 동안 NH투자증권에서 쌓은 IB 성공 경험을 신한투자증권에 이식하는데 집중했다. 1등 자리에 오르기 위해선 더욱 집요한 태도를 갖춰야 한다며 조직 문화를 새롭게 바꿨다.
시간이 흐르자 '트랙레코드'가 쌓이고 있다. 지난해 초 코스피 빅딜이었던 에이피알 IPO가 대표적이다. 시장에 레퍼런스를 선보이다 보니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 상반기 동안 신한투자증권이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만 10곳에 육박한다.
◇성장 스토리: CEO의 눈으로 바라보는 IB 업무 '매료'
1973년생인 서윤복 본부장(사진)은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NH투자증권의 전신인 우리투자증권으로 입사했다. 처음부터 IB 조직에 몸담기 시작했던 건 아니다. 커리어 초기 지점에서 3년 가량 현장 경험을 쌓았는데 점점 IPO 비즈니스가 가진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매료됐다.
서 본부장은 "늘 새로운 업종에 있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매력적인 비즈니스라는 생각을 품고 있었는데 함께 일하자는 제안이 들어와 결심을 내렸다"며 "예비 상장사 대표이사에게 내가 가진 아이디어를 전하고 실제로 반영된다는 점에서 짜릿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IB 업무를 시작하면서 업계 내 거물과 함께 일하는 경험을 쌓았다.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대표를 비롯 조광재 전 NH투자증권 ECM본부장이 이 무렵 당시 우리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IB 육성 과정에 실무자로서 함께 했다.
우리투자증권 기업금융팀, ECM2부 부장을 거친 그는 2018년 말 NH투자증권 ECM1부 부서장으로 승진하며 존재감이 커졌다. IPO 호황기에 SK바이오사이언스 같은 빅딜을 주도하면서 상장 실무 능력은 물론 대기업 발행사와 스킨십도 인정 받았다.
신한투자증권에는 2022년 IPO본부장으로 합류했다. 마찬가지로 IB 전문가인 김상태 전 신한투자증권 대표가 그를 설득해 영입한 건 유명한 일화다. 김 전 대표는 저조한 IPO 주관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서 본부장을 찾았다.
서 본부장은 "신한금융그룹은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금융 지원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며 "이 같은 역량을 바탕으로 IPO 비즈니스에서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새로운 도전을 결심했다"고 했다.

◇업무 철학 및 스타일: '역지사지'로 성장 조력자 역할
서 본부장은 IPO 조력자로서 기업과 소통을 강조했다. 그는 "고객의 기억에 남기 위해선 자주 찾는 것 외에는 특별히 보여줄 만한 게 없다"며 "단순히 상장 주관 제안만 하고 기다리기보다 우리가 가진 밸류를 어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신한투자증권에서 일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역지사지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고객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해할 때 더욱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 본부장은 "투자자에게 주관 기업을 마케팅할 때도 회사에 대해 많이 알고 있으면 설명하기 훨씬 용이하다"며 "증권사 입장에서 IPO는 수익만 추구하는 비즈니스가 아니라 기업과 첫 단추를 꿰는 역할을 하기에 장기 투자자 관점에서 성장 조력자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역지사지는 투자자의 심리를 이해할 때도 주효한 키워드다. 발행사 입장에선 지금 현 시점에서 거래되는 경쟁사 주가만 보고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주관사는 마냥 발행사 의견을 따를 수 없는 처지다.
그는 "시장에 고객사를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면서 조율하는 과정을 거친다"며 "처음 증시에 입성할 때 투자자로부터 환영 받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 고객을 설득하는 역할도 동시에 맡는다"고 전했다.
◇트랙레코드1: 만도 IPO
20년 넘는 경력을 쌓은 서 본부장은 지금의 그를 만든 딜(Deal)로 제일 먼저 만도(현 HL홀딩스) IPO를 꼽았다. 2010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만도는 서 본부장이 IB 초년병 시절 담당한 대형 IPO였다. 당시 우리투자증권과 JP모간이 대표주관사를 맡았다.
만도는 국내 기관투자자와 해외 기관투자자를 구분하지 않고 원북(One Book)으로 통합해 주문을 받은 최초 딜이라 더욱 의미가 크다. 서 본부장은 "이전까지는 국내와 해외 기관투자자 물량을 나눠놓고 주문을 받아 국내 주문 물량이 만족스러워도 해외 주문이 저조하면 공모가가 떨어지는 구조였다"며 "원북으로 합쳐서 국내외 수요를 확인했고 결과도 만족스러웠다"고 평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투자자 설득 과정이었다. 현대자동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만도는 당시 현대모비스보다 높은 밸류에이션을 제시했는데 외국인 투자자가 이에 의문을 품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보다 어떤 점이 우위에 있냐는 것이었다.
그는 "만도가 내재화한 기술력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연구소장을 전면에 내세워 여의도에서 IR을 실시했다"며 "입소문이 퍼지면서 아예 경기도 평택 연구소로 자동차 애널리스트를 초청해 회사가 개발한 신기술을 시연했다"고 말했다. 결국 투자자도 만도의 기술력과 성장성에 공감했다.
서 본부장은 "업무 경험이 그리 많지 않던 시기 외국계 IB와 함께 글로벌 딜을 진행하면서 IPO 절차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다"며 "이 때 했던 고민이 지금까지 일할 수 있는 기틀이 됐다"고 회상했다.
◇트랙레코드2: LIG넥스원 IPO
2015년 상장한 방산기업 LIG넥스원은 영문 투자설명서(OC)를 작성하지 않고 Reg S로만 진행한 최초 코스피 IPO였다. Reg S 기준을 적용해 미국이 아닌 아시아 투자자를 중심으로 수요를 모았다.
하지만 IPO를 앞두고 LIG그룹에 갑작스런 대외 변수가 생겨 국내 투심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서 본부장은 금융감독원을 찾아 그룹이 처한 사법리스크와 IPO와는 무관하다고 당국을 설득했다. 이와 관련해 시나리오별로 예상되는 결과를 신고서에 기재하겠다고 강조했다.
변수에도 불구하고 해외 투자자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였다. 그는 "국방비 지출 계획에 따라 향후 5개년 동안 실적 전망이 가능해 해외에선 긍정적인 분위기였다"며 "당시 정영채 IB사업부 대표, 조광재 ECM본부장, 한흥수 이사 같은 선배들이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고 배운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트랙레코드3: 에이피알 IPO
신한투자증권으로 옮긴 뒤에는 2024년 2월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뷰티테크 기업 에이피알이 단연 대표 딜이다. 에이피알은 뷰티 디바이스 에이지알의 판매 증가세에 힘입어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공모가 밴드 상단보다 25% 높은 공모가를 확정하면서 1조원대 중반으로 예상됐던 상장 시가총액이 2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뛰었다.
서 본부장은 "신한투자증권에 합류한 뒤 회사를 대표할 만한 트랙레코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에이피알은 과거 다른 증권사와 상장을 도전했다가 예심 도중 철회한 경험이 있어 고민도 있었지만 이른바 핫한 딜로 제대로 선보이겠다는 의지가 더 컸다"고 말했다.
공모 흥행을 위해 에쿼티 스토리 핵심으로 뷰티 디바이스를 앞세웠다. 애널리스트 대상 간담회를 20회 넘게 실시하면서 에이피알은 물론 뷰티 디바이스 시장에 대해 소개했다. 해외에서 NDR(Non Deal Roadshow)도 여러 차례 실시하며 회사가 말한 비전이 현실화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공모 구조도 이전과 다르게 짰다.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바꾸고 공모 물량을 상장 예정 주식 수의 5%로 줄이며 유통 물량을 최소화했다. 서 본부장은 "수수료를 많이 받기 위해선 공모 물량을 늘려야 하는데 에이지알이 인기를 끌면서 IPO를 통한 현금 유입 수요는 그리 크지 않던 상황이었다"며 "일단 뷰티 디바이스를 시장에 알리는데 집중하기 위해 최적의 공모 구조를 짰다"고 말했다.
에이피알은 올해 매출 1조원이 기대될 정도로 상장 후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2660억원, 영업이익 546억원을 기록했다. 주가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상장 후 이뤄진 5대 1 액면분할을 감안하면 공모가 대비 약 3배 높은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다.
에이피알 흥행 뒤 K-뷰티 관련 기업이 신한투자증권과 손잡는 사례도 크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 예심을 청구한 비건 화장품 아로마티카는 물론 뷰티 라이프스타일 전문 다중채널네트워크 레페리, 화장품 유통전문 기업 아시아비엔씨, K-뷰티 플랫폼 기업 블리몽키즈, 피부 시술전문 플랫폼 여신티켓을 운영하는 패스트레인 등과 대표주관 계약을 맺은 상태다.
◇향후 목표: '1등' DNA 이식
서 본부장은 에이피알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신한증권에 1등 DNA를 이식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가 오랜 기간 몸담았던 NH투자증권 역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IPO 강자가 아니었다. 정영채 전 대표 같은 인물이 2000년대 중반 외부에서 영입되면서 서서히 실적이 가시화됐다
그는 "경험을 많이 해보는 게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지름길"이라며 "최대한 많이 주관계약을 수임해 다양한 형태의 딜을 경험하게끔 했다"고 말했다. 이어 "1등이 되기 위해서 어떻게 일했는지 알기에 RM(Relationship Manager)의 경우 더 꼼꼼하고 타이트하게 일하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서 본부장은 IPO 조직이 '원팀(One team)'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본부 안에 회계사인 직원도 있고 사내 네트워크가 좋은 직원도 있고 개개인마다 강점이 다르다"면서 "IPO 비즈니스가 1~2년 동안 장기 관점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협업을 많이 하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각자가 생각하는 영업 방향성이나 고민이 되는 부분을 공유할 때 효율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각자의 자리에서 적극적으로 일할 때 자신만의 브랜드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서 본부장은 "PM(Project Manager)에게는 무조건 딜에 대한 욕심을 내라고 조언한다"며 "하나의 IPO 딜을 끝마쳤을 때 상대가 자신의 이름을 떠올리게 해야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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