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이사회는 기업 본연의 역할 충실케 돕는 것"SM·신세계I&C 사외이사 김태희 변호사, 재무·회계 전문성에 '러브콜'
이돈섭 기자공개 2025-07-18 14:08:44
이 기사는 2025년 07월 16일 14시28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와 신세계I&C 등 두 곳의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법무법인 LKB평산의 김태희 대표 변호사(사진)는 조세와 회계 분야 전문 법조인이다. 그가 사외이사 커리어를 시작한 건 2023년이다. 판사를 거쳐 변호사로 활동하며 법조인 경력이 무르익은 데다 회계·재무 전문성으로 무장한 그를 향해 여러 기업들이 러브콜을 보냈다. SM과 신세계I&C 두 곳 역시 그 기업들 안에 포함돼 있다.두 기업을 선택한 건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코스닥 상장사 SM의 경우 일련의 경영권 분쟁 뒤 기틀을 다져가는 작업에 참여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고 코스피 상장사 신세계I&C의 경우 안정적 사업 모델을 갖춘 점에 끌렸다. 서로 다른 매력의 두 기업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다는 건 좋은 기회였다. 지난 11일 만난 김 변호사는 이사회는 기업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토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로 15년차 법조인인 김태희 변호사의 커리어 이력은 독특하다. 국립세무대를 졸업한 그는 국세청 8급 공무원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을 심판한 헌법재판소 판결문을 구성하고 있는 문장이 엄중하고 간결한 점에 매료된 것을 계기로 사시 준비를 시작했다. 당시 그는 아기를 키우던 워킹맘. 육아와 공부를 2년여 병행한 끝에 그는 사시에 합격,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판사 시절에는 각종 증여 상속 이슈와 조세 분쟁 등을 다뤘다.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변호사로 전직한 그는 대형 로펌을 거쳐 개인 사무소를 차리기도 했다. 지금은 정부부처 각종 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면서 대학 겸임교수를 병행하고 있다. 사외이사 활동을 시작한 이후에는 한 달에 5~6일 정도는 이사회 활동에 할애하고 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했을 때 삶이 풍성해졌다'는 게 김 변호사의 소회다.
김 변호사는 "사외이사 활동을 통해 사회와의 접점이 더 커질 것으로 기대했다"면서 "기업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토록 돕는 것이 사외이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효율을 초래하는 갖가지 요소들을 해소하는 것 역시 사외이사의 주요 역할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분 단위로 시간을 나눠쓰는 변호사 생활 속에서도 김 변호사는 2023년 이후 두 기업 이사회 출석률 연 평균 99%를 기록하고 있다.
사외이사로선 이례적으로 소속 기업 주식을 사 모으기도 했다. SM 창업주 이수만 씨가 회사를 떠나고 하이브와 카카오가 그 자리를 메우는 일련의 과정 속 일반주주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 사외이사인 자신이 직접 주식을 매입함으로써 시장에 긍정적 시그널을 주고 싶었다. 거버넌스 효율화 작업을 통해 SM이 더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이 저변에 깔려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김 변호사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SM 이사회를 경험해보니 사업 능력이 탁월해 거버넌스를 효율화하고 컴플라이언스를 강화하면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면서 "다양한 분야의 이사회 멤버들이 독립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면서 밀도있는 논의가 이뤄지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강화한 상법이 화두이지만 SM 이사회에선 이미 상식처럼 다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하이브가 그간 보유해 왔던 SM 지분 전량을 중국 텐센트 측에 매각하면서 주주 구성에도 상당한 변화가 생겼다. 주주 간 거래로 이사회 차원에서 개입할 여지는 없었지만 주주 구성 변화 이후 중국 사업 전망과 컴플라이언스 이슈 등을 밀도 있게 검토했다. 김 변호사는 "엔터 기업 입장에선 중국 시장 진출이 중요한데, 텐센트 측과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세계I&C에서는 감사위원장을 겸직하며 그룹 내부거래 면면 속 위법 요소가 없는지 살펴보기도 한다. 판사 재직 시절 오랜 기간 회계와 재무 관련 사건을 맡아 온 만큼 재무제표 안에 숨겨져 있는 위험 요소를 감지해 내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계열사 회사채를 인수하거나 자사주를 소각하는 과정에서도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시장 여파를 가늠하는 데 김 변호사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인터뷰 말미에서 그만의 소통 노하우를 밝히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법조인 경험에 비춰봤을 때 의견이 엇갈릴 때 서로 전투적으로 주장을 하면 어느 한쪽 의견이 관철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면서 "갈등이 일어나면 소통이 더 안 되고 정보 교환도 어려워진다. 반대를 하면 그 이유를 설명하면 되고 납득이 안 되면 수정하면 된다. 이사회 의견이 엇갈릴 때 해결하는 방식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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