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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크래프톤 이사회, 일본 ADK 인수에 힘 실어준 이유는사외이사 여은영 중앙대 교수 "이사회, 합리적 판단 끊임없이 도와야"

이돈섭 기자공개 2025-07-28 08:04:18

이 기사는 2025년 07월 21일 14시01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크래프톤의 최근 거침없는 행보를 뒷받침하는 곳은 이사회다. 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을 기록한 데 이어 최근 일본 주요 광고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유의미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이사회는 경영진이 테이블로 가져오는 안건을 입체적으로 분석해 정확한 판단을 내리도록 돕는다. 지난 15일 중앙대에서 만난 여은정 사외이사(사진) 겸 감사위원장은 이사회의 '합리적 의사결정의 도우미' 역할을 강조했다.

여 사외이사가 크래프톤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이다. 2021년 당시 상장을 앞두고 있었던 크래프톤은 장병규 의장 중심 회사 안팎 전문가로 구성된 이사회를 꾸릴 준비를 하고 있었고, 이에 걸맞는 인사를 찾고 있었던 헤드헌터가 재무 전문가 여 교수에게 연락을 취해왔다. 서울대 화학공학과에서 학·석사를 마치고 미시간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한 여 사외이사는 2009년부터 중앙대에 재직하고 있다.

크래프톤의 첫 인상은 이사회 구성에 진심이라는 점. 사외이사 후보로 선임되기 전 그는 장병규 이사회 의장과 김창한 대표 등과 각각 두 시간여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여 사외이사는 현실 참여도가 높은 공부를 위해 전공을 바꿔 경제학을 전공하게 된 이야기를 시작으로 그간의 연구 성과들을 설명했고 장 의장 측은 크래프톤 상장 계획과 중장기적 비전, 과거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 위원장 활동 내용 등을 소개했다.

여 사외이사는 "상장을 앞둔 기업 입장에선 이사회 구성에 심사숙고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면서 "이사회 멤버 간 합을 중요시했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었다"고 전했다. 교수 출신 사외이사는 경영 경험이 풍부하진 않지만 중장기 비전을 제기하거나 트렌드를 예리하게 읽어낼 수 있다. 크래프톤은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4명 등으로 이사회를 꾸렸지만 현재는 사외이사를 5명으로 확대해 이사회를 운영하고 있다.

코스피 시장 상장 이후 크래프톤은 폭발적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상장 직전 1조6704억원이었던 매출액은 지난해 2조7098억원으로 커졌고 7738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1조2086억원으로 성장했다. 지난달에는 일본의 종합광고기업 ADK홀딩스의 모회사 BJC-31의 지분 100%를 750억엔(원화 7104억원)에 인수키도 했다. 크래프톤이 인수한 기업 중 사상 최대 규모였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사업을 다각화할 생각이다.

ADK 인수를 위한 이사회 결의는 지난달 말께 이뤄졌지만 해당 기업 인수와 관련한 논의 자체는 1년여 전 시작했다. 경영진은 ADK 인수에 상당히 의욕적이었지만 사외이사 대부분은 회의적이었다. ADK는 광고 사업과 애니메이션 및 콘텐츠 비즈니스에 주력하고 있는데 일본 광고업 수익성 전망이 높지 않다는 게 주요 반대 이유였다. 여 사외이사 역시 ADK 인수가 자칫 부차적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여 사외이사는 "광고업 수익성 확대 측면에서 제한이 존재하는 상황 속에서 기업 가치가 지나치게 과대평가됐다는 점과 함께 무역 전쟁 등 영향으로 각국이 국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분위기인데 많은 국가 중에서도 일본 기업을 인수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란 의견을 냈다"면서 "과거 라인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네이버가 일본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강요받았던 사태가 재현되지 않으리란 법은 없었다"고 회고했다.

다른 사외이사들 역시 일본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이 문화적 차이 등을 고려했을 때도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점과 일본 시장이 상당히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 등 다양한 우려를 내비쳤다. 하지만 경영진은 글로벌 시장에 크래프톤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는 점을 꾸준히 어필했고, 경영진이 사업을 추진하고 그 과정에서 이사회가 전폭적으로 지원하도록 관련 논의를 마무리지었다는 전언이다.

여 사외이사는 "기업 오너의 경우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사업에 대해 이사회가 다른 의견을 냈을 때 잘 안 듣는 분이 있으신 반면 합리적으로 판단해 이견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는데 장 의장의 경우 분명한 후자의 케이스"라면서 "리스크 관리 등에 소홀한 점이 있다면 그 부분을 짚어주고 본업에 충실한 경영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더 나은 길을 제시하는 것이 이사회 본연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1년 9000억원을 투자해 인수한 미국의 개발사 언노운월드의 경우에도 AKD와 비슷하게 경영진이 이사회를 설득하는 모양새였지만 매번 모든 안건 주도권이 경영진에 있는 건 아니다. 장 의장이 도합 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할 계획을 세워 이사회에 해당 내용을 공유한 적이 있었는데 이사회 멤버 대부분이 단계적 투자를 권유해 재검토를 의뢰했고 그 결과 해당 투자 건이 무산된 사례도 비교적 최근 있었다.

최근 경영 고문을 영입한 것도 보다 객관적 경영 판단을 위한 것이란 해석이다. LG그룹 부사장과 네이버 대표이사, 우아한형제들 부회장 등을 두루 역임한 김상헌 전 판사가 크래프톤 이사회 안팎에서 경영에 대한 조언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 장 의장은 평소 주변에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훌륭한 분을 모셔오고 싶다'고 말하곤 하는데 이사회 안팎으로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영입해 경영 조언을 구하고 있는 셈이다.

여 사외이사에게는 과거 KT 사외이사 경험이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가 사외이사로 재직하던 시기 KT는 정치적 외풍에 휩쓸려 흔들리곤 했다. 여 사외이사는 "기업이 승승장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사업 판단을 과신하는 경향이 커질 수 있는데 과신이 지나치게 되면 합리적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면서 "기업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해선 이사회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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