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주주정책 점검]'배당 일관성' 확보 샘표, 시험대 오른 자사주 전략①대규모 매입 후 경영권 방어 및 지주사 전환 활용, 소각 위한 재무적 여력 '충분'
정유현 기자공개 2025-07-29 07:54:12
[편집자주]
식품업계는 주주환원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오너 중심의 지배구조와 낮은 수익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새 정부의 주주환원 확대 기조에 따라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더벨은 주요 식음료 기업들의 주주 정책을 짚고, 변화에 발맞춘 전략과 실행 방안을 살핀다.
이 기사는 2025년 07월 23일 15시1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샘표식품의 지주사 샘표가 보수적이지만 꾸준한 배당 정책을 통해 주주 환원을 이어가고 있다. 구체적인 중장기 배당 성향이나 목표치는 제시하지 않았지만 사업보고서에는 향후에도 배당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 명시돼 있다. 배당금 규모는 크지 않지만 상장 이후 반세기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배당을 실시하며 높은 일관성을 유지해왔다.배당 외에도 여러 차례 자사주를 매입해 장기 보유하면서 현재 자사주 규모는 발행주식의 30%에 육박한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면서 그동안 '보유'에만 머물렀던 샘표의 자사주 전략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53년 연속 보수적이지만 일관된 배당 정책 유지, 자사주 비중 29%까지 확대
샘표는 1946년 설립 후 1971년 샘표식품공업주식회사로 법인을 설립했다. 1976년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에 상장한 후 2016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현재의 지배구조를 갖췄다. 샘표의 주력 사업 회사는 샘표식품이다. 법인 전환 후인 1972년부터 2024년(53기)까지 매년 배당을 실시했다.
배당 추이를 보면 2006~2011년에는 주당 250원, 2012년부터 2015년까지는 300원, 2016년 이후부터 최근까지는 주당 200원 안팎으로 고정됐다. 최근 10년간은 배당총액도 4억원대에서 큰 변동 없이 유지되는 등 보수적이지만 현금흐름에 기반한 일관된 배당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오너 측의 지분율이 높은 만큼 배당 확대에 더욱 신중한 태도를 보여온 것으로 풀이된다.

수십 년간 배당을 꾸준히 이어온 기업이지만 자본시장에서는 사실상 배당보다 자사주 정책 측면에서 더 주목받고 있다. 이는 단순히 보유 규모가 크기 때문만이 아니라 자사주를 '전략적 카드'로 활용한 이력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가족간 분쟁, 큰 흐름에서보면 사모펀드와의 분쟁을 할 당시 자사주 대량 매집을 통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었다.
2012년 샘표는 공개매수를 통해 사모펀드인 마르스1호의 지분 120만주(80%가량)을 사들였다. 같은 해 5월과 7월 추가로 자사주 15만주를 시장에서 매입했고 이때 총 334억원 규모의 현금을 썼다. 당시 자사주 매입 이후 샘표식품의 자사주 비중은 발행 주식 총수의 30.4%까지 확대됐다.
샘표는 이후 2016년 인적분할을 단행하면서 보유 중이던 샘표식품 자사주를 지주사인 ㈜샘표로 이관했다. 이 과정에서 샘표는 별도의 대규모 지분 매입 없이 샘표식품 지분 30.4%를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자사주였던 지분에 의결권이 부여되면서 자연스럽게 지주사 요건도 충족하게 됐다.
이후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자사주 비중은 한때 22%까지 희석이 됐고 2022년과 2023년 신탁 계약 방식을 통해 자사주를 매입했다. 작년 말 기준 자사주 보유 비중은 발행 주식의 약 29.9% 수준이다.
◇2024년 말 잉여금 1965억 규모, 임직원 본상 등 '전략적 활용' 가능
지난 10년간 샘표는 자사주 처분이나 소각 없이 보유 기조를 유지해왔다. 현재 박진선 대표의 오너십과 리더십이 굳건한 기업이지만 과거 자사주 매입을 통해 경영권을 안정화한 경험이 있는 만큼 시장에서는 샘표의 자사주를 '지배력 유지를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인식하는 시각이 뚜렷하다. 특히 기업 설명회(IR) 등 대외적 소통이 제한적었 점이 이러한 인식을 고착화시킨 배경으로 해석된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을 살펴 보면 자사주는 취득 후 소각해야 한다. 만약 보유할 경우 구체적인 활용 계획을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보유가 허용되는 예외 사유는 △직원 보상 △우리사주 △복지기금 등으로 이 용도가 아니면 소각이 원칙이다.
샘표도 자사주 활용을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소각을 선택할 경우 감내할 수 있는 재무적 여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연결 기준으로 자사주 소각에 활용되는 이익잉여금 규모를 살펴보면 2024년 말 기준 1965억원 규모다.
7월 22일 종가 5만1100원 기준으로 자사주의 단순 가치는 약 440억원 수준이다. 샘표가 이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이익잉여금에서 차감이 되는데 소각 후에도 1000억원이 넘는 잉여금이 남아있다. 회계적으로 소각 여력은 충분한 상태로 볼 수 있다.
소각 외에도 선택지는 있다. 샘표식품의 글로벌 진출과 R&D 강화를 위해 자사주 일부를 임직원 보상이나 상여금 형태로 활용하는 방안도 열려 있다. 정부의 정책 기조에 발맞춰 향후 자사주 활용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샘표 관계자는 "현재 상법 개정이 진행 중인 만큼 방향성과 내용을 주의 깊게 살피며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기반으로 한 주주가치 제고를 중요한 목표로 삼고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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