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분석/두산밥캣]두산 체제 18년, 매출액 170% 성장[크로스보더]③북미 기반 굳히고 글로벌화 박차…포트폴리오 대폭 확대
허인혜 기자공개 2025-07-31 08:33:06
[편집자주]
글로벌 M&A가 흔해진 시대, 기업의 '국적'은 여전히 상징적·실질적 의미를 지닌다.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을 인수하거나 반대로 해외 기업이 국내 기업을 사들였을 때 단순한 소유권 이전 이상의 다층적인 변화가 발생한다. 지배구조와 계열사, 경영환경의 재편과 그 과정에서의 거버넌스 충돌 등이다. 글로벌 M&A를 앞둔 기업들이 미리 대비해야할 어젠다이기도 하다. THECFO는 국적 변화가 지배구조와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조망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7월 29일 08시21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밥캣은 두산그룹 피인수 직전 해인 2006년 연간 매출액 26억달러를 기록했다. 두산그룹에 소속된 후이자 건설경기 둔화 전 최고 성과를 낸 2023년 연간 매출액은 9조7600억원, 미화로 약 70억7800만달러다. 매출액이 170% 넘게 불어난 셈이다. 한국형 지배구조 아래에서 현지 맞춤형 전략을 펼쳐온 18년간 착실히 성장해 왔다.이 과정에서 두산밥캣은 소형 건설장비 포트폴리오에 머물지 않고 물류장비부터 조경, 전동화 장비까지 사업을 넓혀왔다. 미국 웨스트파고 본사를 거점으로 하지만 코스피 상장을 통해 자본시장에서 투명성을 확보하고 그룹 핵심 캐시카우 역할을 수행했다. 북미 중심이던 사업구조는 유럽·중국 등으로 확장했고 인수합병(M&A)을 성장축으로 삼았다.
◇소형 건설중장비 업체에서 종합 컴팩트 기업으로
밥캣은 두산그룹 피인수 이후 처음부터 위기를 맞았다. 외부의 대형 악재였던 글로벌 금융위기가 하필 2008년 찾아온 탓이다. 건설 경기가 얼어붙다보니 두산밥캣의 주력 사업도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두산그룹은 위기를 수차례 극복해온 경험을 갖췄다. 사업재편으로 라인업을 정비하고 소형 장비 등에 기술력을 집중했다.
북미 주택경기가 회복되면서 매출액이 반등했다. 2012년부터 서서히 기지개를 켠 실적은 상장 직전 한 차례 더 성장하며 기업공개의 기반을 마련한다. 2015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대비 약 1조원 확대된 4조400억원이었다.
2016년 코스피 상장은 두산밥캣의 자금 정책을 바꾼다. 글로벌 밥캣 브랜드가 한국 자본시장에서 성장하는 조건이 맞춰진 셈이다. 자본 조달 창구가 확보된 만큼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했다. 대면 과제는 사업 확장. 북미와 건설시장이 '큰 손' 고객이지만 의존도가 높아 영향도 크다는 점은 해결해야할 숙제였다.
두산은 밥캣을 사들인 후에도 북미 중심 구조를 계속 유지 중이다. 매출의 7할이 여전히 북미에서 나온다. 관세 불확실성이 큰 지금 강점으로 꼽을만 하다. 북미 매출액은 견조하게 유지하면서 타 지역 매출액을 확대해 기반시장을 넓혀가야 한다.

두산밥캣은 포트폴리오를 넓혀 시장을 다각화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사업부문을 통합하거나 인수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2019년 미국 조경장비 전문업체인 쉴러그라운드케어(Schiller Ground Care)의 잔디깎이 부문을 사들였다. 2021년 두산의 산업차량 부문을 인수했다. 같은 해 유압부품 전문기업 모트롤의 지분도 매입했다. 두산포터블파워(DPP)와 두산산업용에어(DIA), 두산산업차량(DIV)을 두산밥캣 아래 통합했다.
코로나 시기와 조경 수요가 맞물리면서 매출이 반등하는 효과도 누렸다. 2020년 전후로 새로 진출한 소형 트랙터, 제로턴 잔디깎이, 소형 로더 등 신규 제품 라인업이 안착하게 됐다. 현지 생산과 한국에서의 투자결정 구조도 이 과정에서 자리를 잡았다. 두산밥캣은 분당 본사에서 기업전략과 IT, 재무 등을 담당한다고 명시했다. 체코와 중국, 인도 등에는 생산기지와 R&D센터 등을 설치해 뒀다.
◇두산 진두지휘 '글로벌화', 의존도 균형 맞추기
제품 라인업을 확대한 만큼 글로벌 마케팅에도 주력해야 한다. 인수 당시에도 밥캣은 글로벌 각지에 16개 생산공장을 보유하는 등 글로벌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두산 인수 후에는 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글로벌화를 가속화했다.
덕분에 2021년 1분기 두산밥캣은 10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의 분기 매출을 기록한다. 주목할 만한 점은 EMEA 지역(유럽, 중동, 아프리카)에서의 매출 성장이다. 미니 굴삭기가 잘 팔리면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4% 늘었다. 또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 신흥시장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42.5% 늘었다.
중국은 소형 건설기계 어스포스(Earthforce)로 공략했다. 일부 부품을 현지 생산으로 조달해 가격 경쟁력을 키웠다. 두산인프라코어 소유였던 중국 쑤저우 공장을 인수하면서 중국 진출을 준비했다. 두산이 이미 중국 내에서 건설기계 산업을 해본 경험이 있었던 터라 밥캣의 소형 장비 강점과 시너지가 가능했다.
두산밥캣의 실적은 2023년 사상 최대치인 매출 9조7000억원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2024년부터 북미 건설경기 둔화와 선진 시장에서의 재고 조정 등의 영향으로 매출이 전년 대비 12.38% 줄었다.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5억6700만달러, 영업이익 1억45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8%, 16.3% 줄었다.

두산밥캣은 선제적으로 딜러 재고를 줄이고 공장 가동률을 조정했다. 각지 공장 가동 속도를 조정하는 한편 비교적 짧은 기간마다 전략을 수정해가며 기민하게 대응했다는 평가다.
북미 시장에서의 어려움은 글로벌 전략으로 상쇄되고 있다. 중동과 동남아시아 등 인프라 투자가 기대되는 지역들이다. 인도에서는 첸나이 공장에 미니 굴착기 생산동을 늘리고 2028년 인도 시장 판매 목표도 2023년의 2배인 8900대로 잡았다.
◇지주사 주도 아래 적극적인 M&A 추진
두산밥캣은 M&A를 통해 성장해온 기업이다. 2021년 두산산업차량(DIV) 편입으로 지게차 시장에 진입하며 건설·물류 장비를 아우르는 컴팩트 장비 전문기업으로 변모했고 농기계·조경장비 라인업도 M&A와 신규 투자로 강화됐다.
지난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이 정체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스캇 박 부회장은 M&A와 혁신의 두 가지 키워드로 미래 성장을 견인하기로 했다.
두산밥캣은 M&A 후보군으로 인접 사업군을 폭넓게 제시했다. 기존 경쟁력을 살리면서 사업군을 확장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건설과 조경, 농업과 물류 및 창고부터 채굴과 도로관리, 산림 산업, 도로건설 등으로 넓힌다는 계획이다. 인공지능(AI) 분야 기업 발굴에도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기계 무인화와 자동화 등을 주요 비전으로 언급해서다.
농기계 분야에서는 북미 주택 리모델링 시장과 맞닿은 소형 트랙터·제로턴 잔디깎이 라인업 보강이 핵심이다. 유럽 등 시장 다각화를 위해 북미 지역 외에서의 M&A도 전망된다.
투자자 환원 정책 역시 한국식 지배구조 전환 이후 두드러졌다. 지난해 12월 주주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면서 배당정책을 강화했다.
연결 당기순이익의 40%를 주주환원에 쓰는 주주환원율을 도입했다. 최소 배당금은 연간 주당 1600원으로 정했다. 연 2회 중간 배당은 매 분기 배당으로 확대했다. 향후 3년간 이행한다는 목표다. 이러한 주주친화 정책은 과거 잉거솔랜드 산하 사업부 시절에는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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