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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조명받는 공동재보험]옛말 된 생보사 중심, 예열 중인 손보사③한화손보 이어 메리츠도…초기라 규모, 방식 보수적이지만 확산 가능성 기대

정태현 기자공개 2025-08-05 12:07:08

[편집자주]

보험업계 역마진 리스크 부각으로 공동재보험이 재조명받고 있다. 금리 하락과 자본 규제 강화가 동시에 닥치면서다. 앞서 판매했던 고금리 저축성보험의 마진이 크게 떨어졌다. 기본자본 중심의 새로운 킥스비율 규제까지 예고되면서 공동재보험이 대안으로 부상했다.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힌 시장 구도와 금융당국의 제도 지원을 중심으로 공동재보험의 현주소와 향후 과제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7월 30일 07시44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손해보험사가 공동재보험 계약을 속속 체결하고 있다. 생명보험사 중심으로 형성된 공동재보험 시장에 가세하는 모습이다. 한화손해보험이 올해 3월 500억원 규모로 첫 공동재보험을 체결한 데 이어 메리츠화재가 이달 6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성사했다.

한화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의 공동재보험 거래 규모나 방식을 보면 두 곳 모두 아직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다만 손보사의 공동재보험 가능성을 입증한 데다 시장 수요를 키우는 외부 요인을 고려하면 계약을 맺는 손해보험사가 점차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NH농협손해보험처럼 공동재보험을 검토하는 곳도 계속 등장하고 있다.

◇메리츠, 약정식 자산유보형으로 손보사 첫 빅딜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이달 중 외국계 재보험사인 스위스리(Swiss RE)와 6000억원 규모의 공동재보험 계약을 맺었다. 방식은 약정식 자산유보형을 택했다. 스위스리는 그간 약정식 자산유보형으로만 공동재보험 계약을 맺고 있다.


약정식 자산유보형은 부채만 재보험사에 이전하고 자산은 원수사에 유보하는 방식을 말한다. 원수사는 자산운용을 직접 하는 대신 재보험사에 약정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일반적인 자산이전형에 비해 신용위험과 유동성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원수사가 자산을 직접 보유해 재보험사의 부실 리스크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메리츠화재는 2024년 2월부터 적극적으로 공동재보험에 관심을 보였다. 당시 재보험 고도화 프로젝트라는 입찰 공고를 내고 공동재보험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명시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공동재보험은 생명보험사에 수요가 쏠려 있었다. 생보사가 집중 판매하는 장기 저축성보험 구조상 금리위험을 분담하는 공동재보험의 장점에 더 부합하기 때문이다.

메리츠화재는 공동재보험의 방식도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이전형과 유보형 모든 방식을 가능한 수단으로 올리고 입찰 제안서를 받으려 했다. 당시엔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손해보험사 중 앞서 공동재보험을 추진했던 점과 국내에 통용되지 않은 방식도 검토 옵션에 넣었던 것을 고려하면 진취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메리츠화재는 자본적정성 관리가 시급했다기보다는 선제적으로 관리 방식을 늘리려는 목적이 더 컸던 만큼 보수적으로 첫 계약을 맺었다. 상대적으로 위험 분담이 적은 자산유보형을 택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메리츠화재가 계약을 체결한 시기도 스위스리가 2023년 삼성생명에 이어 올해 4월 신한라이프와 1조원가량의 대규모 계약을 맺고 나서다. 대형사에서 스위스리와 잇달아 자산유보형을 체결한 것을 확인하고 난 뒤에서야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한화손보, 일종의 테스트딜로 손보사 필요성 입증

겉으로 드러난 공동재보험 계획은 메리츠화재가 더 빨랐지만 손해보험업계 첫 계약은 한화손해보험이 따냈다. 한화손보는 올해 3월 코리안리와 500억원 규모의 공동재보험 계약을 맺었다. 자산이전 방식을 택했다.

공동재보험 거래 규모가 1000억원 미만인 계약은 이번이 두번째다. RGA와 ABL생명보험이 지난 2021년 100억원 규모로 체결한 게 처음이었다. 이 건은 국내 첫 공동재보험으로 테스트딜에 가까운 계약으로 평가된다.

한화손보는 애초 일반적인 자산이전형처럼 2000억~3000억원 규모로 계약을 추진했지만 손보사 첫 계약이다 보니 실무적으로 몇 가지 제약이 따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코리안리와 계약 규모를 목표치보다 5분의 1가량 줄여 진행하기로 선회한 것이다. 손해보험 특성상 상대적으로 만기, 유동성이 다양하게 분포해 자산을 대규모로 일괄 이전하기 까다로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자산을 이전하지 않고 유보하기로 한 메리츠화재가 더 수월하게 거래를 체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손보의 계약이 손해보험업계에 일종의 테스트딜이 된 만큼 자산이전형도 거래 규모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 공동재보험을 체결할 손보사는 NH농협손해보험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NH농협손보는 지난해 한화손보, 메리츠화재와 함께 공동재보험 가능성을 타진했다. 현재도 출재 담보와 가격 등 계약 요건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몇몇 손해보험사도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와 금리 인하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공동재보험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손보와 메리츠화재의 올해 1분기 기본자본 지급여력(킥스·K-ICS) 비율은 각각 96.2%, 83.2%다. 글로벌 규제 스탠다드인 50~80%를 웃도는 견조한 수준이다. 열위한 자본적정성으로 관리가 시급해 공동재보험을 활용했다기보다는 자본 확충 방안을 추가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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