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9월 03일 07시0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너무 빠르고 가혹하다. 미뤄놓은 숙제를 벼락치기하듯 기업과 직결된 법들이 일사천리로 통과되고 있다. 집권 초반 기세를 놓치지 않으려 속도를 내는 듯 하나 여당 내부에서조차 혀를 내두른다고 한다.기업인들은 황망하다. 떼를 좀 써서라도 막고 싶으나 손 쓸 새 없이 경영환경이 너무 무겁게 바뀌고 있다. 이사회 재정비는 물론 외부 공격에 대비한 실탄 마련 등 만만치 않은 거버넌스 이슈를 한꺼번에 준비해야 한다. 사고 방지와 노조와의 관계 재설정은 풀기 어려운 숙제다.
옥죄기와 더불어 제시된 당근책은 유야무야 분위기다. 대선 후보 시절 강조했던 상속·증여세법은 이미 물건너갔고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초기 버전과는 너무 멀어졌다. 부자 감세 프레임은 늘 기업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법이다.
실용주의를 내세운 이재명 정부. 취임 초기 기업인들은 우려도 많이 했지만 한켠으로는 기대의 마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취임 전후 대기업 총수들을 먼저 만났고 취임 이후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기업인들에게 산업 분야 인물을 추천해 달라고도 했다. 진보정권이지만 친기업적인 방향성에 대한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들 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확연히 바뀌었다. 기대감은 식고 '역시나'를 뱉어낸다. 기업들을 옥죄는 규제와 법안들이 대거 쏟아지면서 말 그대로 '넉다운'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으레 행해지던 기업들에 대한 구태도 여전하다. 항상 리더가 공격받아왔던 포스코와 KT에 대한 압박 뒷이야기는 벌써부터 재계 내부에서 흘러 나온다. 줄을 잘 서야 하는 이 기업들의 임직원들은 혼란스럽다. 모 기업 임원은 내부를 '아사리판'이라고 말할 정도다.
여당 내에서도 기업과 관련된 합리적인 목소리들이 힘을 잃어 가고 있다는 전언이다. 기업들과의 소통이 일방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선 전에 합리적인 이야기들을 하던 의원들이 용도가 다 된건지 집권 이후 주요 자리에서 밀려나는 분위기입니다."
정치 논리가 다시 산업과 자본시장 방향성을 바꾸고 발목을 잡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이념을 내세웠다면 기업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기보다 소통을 통해 출구전략도 만들어줘야 한다.
실용주의 친기업을 외쳤던 정권 정점의 변심일까, 아니면 그 아래 표를 먹고 사는 여의도 정치권의 숨겼던 본심일까. 그럼에도 아직 '혹시나'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꺾지 않은 건 기업들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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