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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관료 리포트]금융회사 전직 관료 챙기기 열심…이례적 커리어도 양산④검사 출신 금융회사 사외이사 진출 활발~이석환 전 검사 3년 간 3곳 이사회 재직 이력

이돈섭 기자공개 2025-09-10 07:19:40

[편집자주]

전직 관료 사외이사는 기업의 대외 전략과 정책 대응 방향을 드러내는 일종의 ‘신호’다. 이들을 통해 이사회가 외부 리스크에 어떻게 대응하고, 어떤 정책 환경에 주목하는 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theBoard는 국내 주요 상장사를 중심으로 전직 관료 출신 사외이사들의 면면을 들여다본 데 이어 최근 수년 간 관료 출신 사외이사 면면을 분석해 기업들이 선호하는 전관 유형과 그 배경을 분석했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02일 08시28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회사도 전직 관료들의 이사회 진출을 돕는 주요 채널이다. 금융회사는 현행법상 상장 여부에 관계 없이 의무적으로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하는 만큼 사외이사 자리가 많고 그 자리를 전직 관료들이 활발히 차지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전직 관료 중에서는 검사와 판사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검사 출신 인사 중에서는 공직자윤리위 취업심사 의무 기간 3년 내 3개 기업 이사회에 차례로 몸담은 이레적인 사례도 관측됐다.

theBoard가 최근 6년 5개월 간 공직자윤리위가 공개해 온 퇴직 공무원의 사외이사 취업심사 신청자 428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금융회사가 76명의 퇴직 공무원 영입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사외이사 취업심사 신청자의 5명 중 1명이 금융회사 사외이사 취업 심사를 신청한 셈이다. 금융회사에는 시중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캐피탈, 자산운용사, 저축은행, 신탁, 금융지주, 부동산투자회사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현행 금융관련법령상 금융회사는 상장 여부와 관계 없이 사외이사를 의무적으로 기용해야 한다. 대부분 전체 등기이사 수의 과반수 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워야 한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전직 관료가 사외이사로 취업을 시도한 곳은 상장 비상자사를 가리지 않았으며 오히려 비상장 금융회사 비중(82.9%)이 훨씬 컸다. 타 업권 대비 사외이사 수가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퇴직 공무원 유입 비중도 크다는 해석을 제기할 수 있다.

금융회사 대상으로 사외이사 취업심사 신청을 신청한 이가 가장 많았던 조직은 검찰청이었다. 조사 기간 동안 검찰청 검사 출신 퇴직 관료 11명이 금융회사에 취업신청을 했다. 취업심사 신청 당시에는 법무부 소속이었지만 커리어 대부분을 검사로 활동한 이 4명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검사 출신은 15명으로 확대된다. 금융감독원 출신이 8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기획재정부와 대통령비서실 출신도 각각 3명씩 집계됐다.

금융회사 대상으로 취업심사를 신청한 전직 검사들 중에는 퇴직 이후 3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복수의 기업 이사회에 몸담았던 인사가 눈에 띈다. 2018년 퇴직한 이석환 전 서울고검 부장검사(사진)는 2019년 당시 KTB투자증권(현 다올투자증권) 이사회에 합류했고 이듬해 KTH(현 KT알파) 사외이사를 거쳐 2021년 키움증권 사외이사로 기용됐다. 이 전 검사는 1년 만에 키움증권을 떠나 KDB산업은행 이사회에 진입했다. 이 시기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을 때로 이 전 검사는 당시 금감원장 후보로 거론되곤 했다.

법무부 소속으로 취업심사를 신청한 이영주 전 춘천지검 검사장은 2020년 퇴직 이후 이듬해 KB캐피탈 이사회에 합류했고 2022년 교보생명 사외이사로 채용됐다. 현재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이사장으로 재직중인 이 전 검사장은 이후 호텔롯데 이사회를 거쳐 올초 하나은행 이사회에 진입했다. 판사 출신 김은미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은 SBI저축은행으로 향했다. SBI저축은행은 이후 김지헌 전 수원고검 부장검사를 영입했다.

금감원 출신은 절반 이상이 저축은행으로 향했다. 조사 기간 공직자윤리위에 취업심사를 한 금감원 출신 인사 8명 중 5명이 저축은행으로 취직을 시도했다. 서울고검 검사를 거쳐 금감원 국장 등을 지낸 김충우 전 국장은 올초 모아저축은행 이사회에 합류한 것이 대표적. 대한저축은행은 박광식 전 금감원 국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이 밖에 참저축은행과 JT친애저축은행 등도 금감원 출신에 러브콜을 보낸 바 있다.

구체적 업권별로 살펴보면 은행이 가장 많은 전직 관료(14명)를 영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직 관료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은행은 수협은행이었다. 조사 기간 수협은행 대상으로 취업심사를 신청한 이는 6명이었다. 전국 어업인 협동조합 수협중앙회의 완전 자회사인 수협은행은 기획재정부와 해양수산부, 금융위원회, 수협중앙회 등 정부부처와 유관기관 추천을 받아 각 부처 소속 인사를 임기 2년의 사외이사로 기용한다.

수협은행 사외이사의 경우 연임을 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거의 매년 사외이사 교체 수요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협은행 대상으로 사외이사 취업심사를 신청하는 이가 많은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취업심사 신청자들 소속 부처는 다양한데 실질적으로 이사 추천 기관에서 커리어를 쌓은 경우가 많다. 취업 신청 시점 경상남도 소속이었지만 실질적으로 기재부에서 커리어를 쌓은 경우(김병규 사외이사)가 대표적이다.

신한은행은 IBK기업은행 전무 등을 역임한 임상현 전 사외이사(2021.4~2025.3)와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 등으로 일한 김명희 전 사외이사(2021.3~2023.3) 등을 영입했다. 공직을 떠난 이후 3년 이상이 흘러 더 이상 취업심사를 받을 필요가 없는 이들도 신한은행 이사회에 합류한 점 등을 감안하면 신한은행 이사회 내 전직 관료 비중은 더 커진다. 현재 신한은행 사외이사 6명 중 공직 경험이 있는 이는 2명이다.

경남은행의 경우 한국은행 부총재보를 역임한 김민호 전 한국주택금융공사 부사장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자문위원으로 일한 강성대 영남대 객원교수에게 2023년 이사회 문을 열었다. 김 사외이사는 현재 경남은행 이사회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강 전 사외이사는 올초 임기를 마쳤다. 현재 이사회에는 언론중재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한 권희경 창원대 교수와 금감원 출신 김진성 전 대통령실 비서관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보험업권도 전직 관료의 사외이사 등용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조사 기간 12명의 전직 관료가 보험사 이사회 취업심사를 신청했다. 삼성생명은 2019년 검사 출신 이창재 법무부 차관을 영입한 데 이어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을 영입했다. 구윤철 사외이사는 이재명 정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직을 맡아 지난 6월 말 삼성생명 이사회를 떠났다. 교보생명과 흥국생명, 흥국화재, KB손해보험 등도 전직 관료를 영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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