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관료 리포트]CJ, 전직 관료 세대교체 시동…전 정부 장·차관 등용문⑤윤석열 정부 이창양·정황근 전 장관 사외이사 데뷔…"정치 코드 및 전문성 독립성 감안한 결과"
이돈섭 기자공개 2025-09-10 08:22:09
[편집자주]
전직 관료 사외이사는 기업의 대외 전략과 정책 대응 방향을 드러내는 일종의 ‘신호’다. 이들을 통해 이사회가 외부 리스크에 어떻게 대응하고, 어떤 정책 환경에 주목하는 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theBoard는 국내 주요 상장사를 중심으로 전직 관료 출신 사외이사들의 면면을 들여다본 데 이어 최근 수년 간 관료 출신 사외이사 면면을 분석해 기업들이 선호하는 전관 유형과 그 배경을 분석했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03일 09시17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그룹은 윤석열 정부 장·차관 출신 인사를 최근 2년 사이 집중 영입하고 있다. 삼성그룹과 롯데그룹 등 타 그룹의 경우 시차를 두고 과거 정부 출신 인사를 기용하고 있는 점과 구별된다. 전직 판·검사 출신 인사와 산업부 및 금융당국 출신 인사 비중이 다른 그룹에 비해 낮은 점도 차이점 중 하나다. 특정 정권 인사를 선호한다고 간주하긴 어렵지만 이사 후보의 정치적 성향을 무시하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 설명이다.공직자윤리위가 공개한 최근 6년 5개월 간 퇴직 공무원 사외이사 취업심사 신청자 428명 데이터에 따르면 CJ그룹은 해당 기간 퇴직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전직 관료 7명의 영입을 시도했다. 구체적으로 CJ가 1명, CJ CGV 1명, CJ대한통운 2명, CJ제일제당 2명, CJ프레시웨이 1명 등이었다. 이중 CJ와 CJ제일제당 대상으로 사외이사 취업을 신청한 2명의 전직 관료는 공직자윤리위 승인을 받지 못했다.
CJ그룹 계열사의 전직 관료 영입은 타 그룹에 비해 적은 편이다. 롯데그룹과 삼성그룹 등 타 그룹의 경우 대부분 이 기간 두 자릿수 규모의 전직 관료를 영입했다. CJ그룹이 기용하는 전직 관료의 경우 장·차관급 인사에 집중됐다는 점과 최근 2년 사이 기용 시도가 몰려 있다는 점이 특기할 만한 점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고위 관료로 활동했던 인사들이 그룹 계열사 이사회에 진입하고 있는 점도 구별되는 점이다.
구체적으로는 윤석열 정부 초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역임한 이창양 전 장관(2022년~2023년)이 지난해 CJ CGV 이사회에 합류했다. 29회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한 이 전 장관은 주로 산업부에서 이력을 쌓았다. 산업부 장관으로 취임하기 전에는 TCK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에서 이사회 경력을 쌓았다. LG디스플레이 이사회 재직 중 산업부 장관 후보로 임명되면서 사외이사직을 내려놨다.
이 전 장관과 같은 기간 윤석열 정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2022년~2023년)으로 근무한 정황근 전 장관은 올초 CJ제일제당 이사회에 합류했다. 관료 출신인 그는 이사회뿐 아니라 감사위원회를 비롯 내부거래위원회와 보상위원회, 지속가능경영위원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주OECD 대사로 임명돼 윤석열 정부에서 임기를 마친 안일환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올초 CJ프레시웨이 이사회에 합류했다.
CJ그룹 외에도 윤석열 정부 당시 고위 관직들이 기업 이사회로 진입하는 경우가 속속 관측되기 시작하고 있다. 윤태식 전 관세청장(2022년~2023년)의 경우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롯데손해보험 이사회로 진출했으며 정권 초기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2022년)이었던 박순애 서울대 교수는 KG모빌리티와 BC카드 이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관료 이사회 진출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아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외이사 후보 롱리스트를 추리는 과정에서 정권 코드를 고려할 수는 있지만 특정 정권 인사를 선호한다는 등 뚜렷한 요구 사항을 관철시키긴 사실상 어렵다"면서 "비단 정치색뿐 아니라 전문성과 독립성 등을 두루 감안한 결과 사외이사 후보로 채택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장·차관 출신은 정치색이 뚜렷하기 때문에 그 성향 자체를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물론 CJ그룹이 직전 정부에서 일한 관료만 영입한 건 아니다. 2014년부터 2022년까지 문재인 정부 시절 포함 8년간 한국은행 총재를 역임한 이 전 총재는 CJ 사외이사뿐 아니라 감사위원장과 보상위원장, 내부거래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CJ 이사회에는 문재인 정부 금융위원장을 지낸 최종구 사외이사도 포함돼 있다. 최종구 사외이사는 현재 삼성전기 사외이사직을 겸직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CJ의 경우 이주열 전 총재와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등을 포함해 문재인 정부 국세청 차장으로 일한 문희철 회계법인 해솔 고문과 박근혜 정부 대법원 재판연구관이었던 한애라 성균관대 교수가 사외이사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사외이사 정치 스펙트럼이 넓은 셈. 이주열 전 총재를 제외한 나머지 이사는 공직 사회를 떠난지 3년이 지난 시점 이사회에 합류, 별도의 신고 의무가 있지 않았다.
CJ대한통운의 경우 지난해 이억원 전 기획재정부 차관이 합류한 데 이어 올해 초 박선호 국토교통부 차관이 가세했다. 이억원 사외이사의 경우 이재명 정부 금융위원장 후보로 낙점되면서 지난달 중순 CJ대한통운 이사직과 당시 겸직하고 있던 LF 이사직을 모두 내려놨다. 현재 CJ대한통운 이사회에는 사외이사 3명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모두 국세청, 법무부, 국토부 등을 거친 전직 관료인 점이 눈에 띈다.
한편 CJ그룹 계열사 중에는 검찰청과 법무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감독원 등 기업이 사외이사 출신으로 선호하는 정부부처 및 유관기관 출신 인사가 비교적 적은 점도 눈에 띈다. 2017년 7월 퇴임한 검찰청 소속의 전직 검사장이 올초 CJ제일제당 사외이사 취업심사를 신청한 바 있으나 승인받지 못했다. 그룹 계열사 중에는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 등 일부 계열사가 판·검사 출신 현직 법조인을 기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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