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9월 05일 07시5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술수출은 종종 제약·바이오 기업의 최종 목적지처럼 여겨진다. 조 단위 계약 소식에 시장은 즉각 반응하고 주가는 급등한다. 하지만 기술수출 계약의 총액보다도 실제 구조를 신중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기술반환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수출 성과는 공개된 계약 총액 기준 올해 이미 10조원을 넘어섰다. 작년 연간 거래금액 8조원을 이미 초과한 가운데 연말까지 추가 성과가 더해진다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2021년의 13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연초부터 알테오젠, 에이비엘바이오를 비롯해 올릭스, 알지노믹스 등이 잇따라 조 단위 계약을 성사시켰다. 표면적으로는 기술수출 확대와 함께 K-바이오의 전반적 위상이 높아진 듯 보이나 단순 계약 총액만으로 기술의 실제 가치를 가늠하긴 어렵다.
톱딜을 기록한 뉴로바이오젠은 올해 4월 6조50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발표했다. 그러나 계약금 총액 대비 NDA(신약허가신청)까지 마일스톤은 700억원으로 전체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아직 확실한 치료제가 없는 치매를 겨냥하고 있지만 후보물질은 이제 1상을 마친 초기 단계다. 신약 임상 3상의 평균 성공률이 50%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상업화 가능성 역시 아직 미지수다. 계약 총액과 계약의 실제 구조를 분리해 해석해야 하는 이유다.
에이비온 역시 1조8000억원 규모로 계약을 체결했으나 이는 5개 단백질 표적 항체를 모두 합산한 금액이었다. 항체 한 개당 선급금은 68억원으로 계약 총액만큼의 실질 수익을 창출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반환 가능성도 보수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 기술수출 후 시간만 소모한 채 기술은 진전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노벨티노빌리티는 파트너사의 경영권 변동으로 기술이전한 파이프라인이 반환되면서 IPO(기업공개) 계획이 예정보다 미뤄지기도 했다.
한미약품의 사례가 기술반환에 대한 모범답안을 제시한다. 한미약품은 2015년 기술수출한 에페글레나타이드가 5년 만인 2020년 반환됐다. 그러나 이에 그치지 않고 해당 물질을 비만치료제로 다시 개발했다. 내년 국내 상업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기술수출은 단순한 숫자의 총합으로 평가할 수 없다. 화려한 계약 규모에 매몰돼선 안 된다. 기술수출을 토대로 시장 환경 속에서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기술반환 등 단기적 악재에 대응하는 자세 역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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