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지주, 자사주 13%로 EB 발행…주가 관리 시험대표면이자율 0%·할증 교환가로 유리한 조건 확보…상승 배팅한 NH투자증권
안준호 기자공개 2025-09-08 07:46:10
이 기사는 2025년 09월 05일 10시3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표적인 저평가 기업으로 꼽혀 왔던 하림지주의 자기주식 활용 계획 윤곽이 나왔다. 총 1474만4440주(지분율 13.16%)를 바탕으로 주당 9713원에 1432억원 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다.재무 전략의 차원에서는 이번 EB 발행으로 얻는 이득이 크다. 표면이자율이 0.0%이기 때문에 기존 대출이나 회사채를 상환하면 현금흐름에도 긍정적이다. 현재 8000원 수준인 주가를 교환가액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점은 과제다.
◇누적된 자사주 13%, 대규모 조달 자원으로 사용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림지주는 NH투자증권을 대상으로 약 1432억원 규모의 교환사채 발행 계획을 전날 공시했다. 회사가 보유한 1474만4440주의 자기주식 전량이 기초자산이다. 이는 총 발행주식 대비 13.16%에 해당한다. 사채 만기일은 오는 2030년 9월이며 발행 3년 뒤인 2027년부터 조기상환청권 행사가 가능하다.
하림지주가 자사주 활용 방안으로 EB 발행을 선택한 배경에는 늘어난 재무 부담이 자리한다. 부채비율은 2023년 말 155.1%에서 올해 상반기 말 180.5%로 뛰었고, 순차입금 비율 역시 같은 기간 92.8%에서 120.2%로 늘었다. 그룹 차원의 투자가 이어지면서 차입 구조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EB는 자사주를 활용한 사실상 무담보 조달 수단으로 기능한다.
재무적 측면에서 이번 발행 조건은 회사에 유리하다. 표면금리 0.0%, 만기금리 1.0%의 초저금리에 더해 교환가액은 기준주가 대비 115%인 9713원으로 책정됐다. 일반 회사채 대비 훨씬 낮은 조달 비용으로 장기간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가 본격화된 시점이기에 선제적으로 활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림지주의 재무 부담도 커지는 추세다. 회사 부채비율이 2023년 말 155.1%에서 올해 상반기 180.5%로 뛰고, 순차입금 비율도 92.8%에서 120.2%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시장성 조달도 늘리는 추세다. 지난해 7월 회사 출범 후 처음으로 공모채 시장을 찾아 1160억원 규모를 조달했다. 올해 초에도 15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하림지주 역시 유리한 조건의 EB 발행을 통해 기존 차입을 상환하는 것이 목적이다. 전체 조달 금액 가운데 약 1290억원은 금융권 대출 및 지난해 발행한 회사채 상환에 쓰인다. 남은 금액은 업무자동화 시스템 구축 등 설비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다. 기존 대출과 사채 금리가 연 4~5%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재무적으로 얻는 이득이 큰 상황이다. 인수자인 NH투자증권은 만기가 다가온 일부 대출에 대해선 브릿지론도 제공할 계획이다.

◇이자율 0%, 조건은 유리하지만…향후 주가 흐름 '과제'
시장은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 발의를 주시해왔다. 하림지주 역시 13%가 넘는 자기주식을 보유했던 만큼 상법 개정 시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여 있었다. 향후 주가가 교환가액을 상회하면 투자자가 주식 회수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상법 개정 이후 시점이기 때문에 의무적 소각이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주가가 부진하다면 투자자는 현금 상환을 택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하림지주는 1500억원에 달하는 현금 지출 부담을 떠안게 된다. 단기적으로는 싼 금리에 리파이낸싱할 수 있는 이득이 있는 반면 향후 3~5년 동안 주가 관리에 나서야 한다. 반대로 말하면 NH투자증권은 주가 상승 가능성을 높게 봤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재 자사주 물량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누적된 결과다. 하림지주는 2010년대 초 복잡한 4중 지주 체제를 정리하며 2018년 하림홀딩스를 흡수합병했다. 당시 양사가 서로 보유했던 지분이 자기주식으로 전환되며 1765만 주 규모가 한꺼번에 발생했다. 지난 2022년에도 엔에스쇼핑과 포괄적 주식교환을 단행하면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물량 189만 주가 추가됐다.
하림지주는 이 가운데 일부를 2023년 EB 발행의 기초자산으로 삼았다. 당시 트러스톤자산운용을 상대로 442억원 규모 교환사채를 발행했고, 398만 주에 대해 교환권이 행사됐다. 결과적으로 자사주는 단순히 소각이나 주주환원이 아닌 자금조달 수단으로서 반복적으로 활용돼 왔다. 이번 발행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법개정안 입법이 구체화되면서 증권사들도 자기주식 보유 규모가 큰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달전략 제안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림지주 발행의 경우 인수자인 NH투자증권은 브릿지론도 제공하고, 이자도 취득하지 않아 사실상 향후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참여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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