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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HMM 인수 추진]장인화의 승부수인가, 국면 전환용인가전방위 압박 나선 정부와 관계개선 실리…주력 사업과 시너지 창출 명분도

고설봉 기자공개 2025-09-08 08:06:31

[편집자주]

포스코그룹이 국내 최대 해운사 HMM 인수를 추진한다. 그간 잠재 인수 후보로만 거론됐지만 이번에는 직접 나섰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초대형 화주라는 특성 탓에 해운업계 반발은 여전하다. 그럼에도 포스코는 결단하고 카드를 꺼냈다. 주력사업 부진이 이어지고 당국과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의미 있는 행보다. 더벨은 포스코의 인수 추진 배경과 사업·재무적 타당성 등을 종합적으로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05일 13시1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승부수를 던진 것일까. 주력인 철강업 부진과 신사업으로 육성하던 이차전지 업황 침체로 성장통을 겪고 있다. 주력사업과 연계해 수익을 창출하는 무역업도 저성장에 빠졌다. 해운업을 통해 새 성장동력 발굴에 나섰다는 해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그러나 이번 결정 이면엔 또 다른 의도가 숨어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장 회장이 국면 전환용 카드를 쓴 것이란 분석이다. 새 정부의 포스코 옥죄기는 행정과 사법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진행되고 있다. 장 회장에 대한 경고이면서 동시에 길들이기란 평가다.

이런 가운데 지난 수년간 정부의 고민거리였던 HMM 민영화에 포스코그룹이 먼저 나선 것은 의미가 크다. 장 회장이 HMM 인수 타진을 계기로 새 정부에 화해의 손짓을 보낸 것이란 평가다. 포스코그룹의 HMM 인수 검토는 과거와 다르게 진지하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출처=포스코그룹.

◇주력사업 동반침체…신사업 발굴 절실한 포스코그룹

포스코그룹의 주력사업은 현재 전방위 성장통을 겪고 있다. 핵심 사업인 철강업은 미국발 무역전쟁과 중국발 저가경쟁 등으로 힘든 상황이다.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던 이차전지 사업은 글로벌 업황 침체로 고전하고 있다.

또 다른 한 축인 무역업은 주력 사업의 부진과 맞물려 저성장을 겪고 있다. 또 자원개발 등 영역에서도 투자 대비 확실한 수익 창출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건설업은 포스코이앤씨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사고 여파로 창립 이래 가장 큰 리스크에 빠졌다.

실제 포스코그룹 실적은 최근 지속 저하되는 모습이다.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 연결 매출은 2022년 84조7502억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4조8501억원, 순이익 3조5605억원으로 수익성 측면에서도 최고치를 달성했다. 당시 영업이익률 5.72%, 순이익률 4.20%를 각각 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포스코홍딩스 연결 매출은 72조6881억원으로 감소했다. 영업이익 2조1736억원, 순이익 9476억원으로 수익성도 저하됐다. 영업이익률은 2.99%, 순이익률 1.30%로 낮아졌다. 올해도 실적 저하가 예상된다. 올 상반기 실적은 지난해 동기대비 하락했다. 매출은 4.29% 줄었고 영업이익은 11.94% 감소했다. 순이익은 62.90% 감소하며 수익성 하락세가 한층 더 가팔랐다.

그룹 전반에 걸쳐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장 회장은 해운업을 새 먹거리로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그룹은 철강의 원자재인 철광석과 석탄 등 수입과 완제품 수출을 100% 해운에 의존한다. 또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무역업과 자원개발업에서도 해운은 필수사업이다. HMM 인수는 포스코그룹 내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다각화 하면서도 기존 사업군과 연계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HMM은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최대주주로서 민영화 이슈로 인해 잠재 매물로 분류돼 있다. 당장 외형 성장과 수익성 창출이 목표인 포스코그룹으로선 시장에 바로 진입해 곧바로 사업을 펼칠 수 있는 인오가닉(Inorganic) 성장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HMM 인수합병(M&A)을 검토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왜 HMM 인가…장인화 회장의 국면 전환 카드

포스코그룹은 HMM 민영화가 추진되던 2022년부터 주요 원매자로 등장했었다. 그 때마다 포스코그룹에선 인수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2023년 1월 포스코그룹은 실적발표 IR에서 HMM 인수와 관련 "그룹의 중장기 경영 방향과 맞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선 인수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2025년 9월 포스코그룹은 아직 매물로 등장하지도 않은 HMM 인수를 위한 사전 검토에 나섰다. 이미 준비 작업은 이전부터 시작했다. HMM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민영화 발표를 하기도 전에 포스코그룹이 자발적으로 먼저 나선 것은 의미가 크다.

HMM에 대한 정부측 지분은 산업은행 36.02%, 해진공 35.67%로 총 71.68%다. 지난 4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23조5247억원을 기록 중이다. 포스코그룹이 인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은행 지분 가치만 8조5000억원에 달한다. 산업은행은 BIS비율 등 규제에 맞추기 위해 HMM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포스코그룹이 처한 상황으로 볼 때 이번 HMM 인수 검토는 단순한 사업 시너지 창출은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포스코그룹을 둘러싼 당국의 전방위 수사와 제재가 본격화했다. 경찰과 검찰에 이어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까지 가세하면서 행정과 사법 리스크가 동시에 불거졌다.

포스코그룹은 역대 정권 교체가 끝없이 도전 받아왔다. 총수 없이 내부 인재 발탁 방식으로 회장을 선임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고 국민기업이란 인식 때문에 외풍에 취약했다. 이에 따라 전 정부에서 선임된 회장에 대한 새 정부의 인식은 대체로 곱지 않았다.

역대 회장들은 정권 교체기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했다. 2000년 이후 취임한 회장들 만을 살펴봐도 이구택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1년 뒤 사퇴했다. 정준양 전 회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 1년 뒤 사퇴했다. 권오전 전 회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11개월 뒤 사퇴했다. 모두 임기를 끝까지 수행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취임한 최정우 전 회장은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임기를 끝까지 수행했지만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는 연임 의사를 확고히하며 맞섰다. 하지만 포스코 사업장 내 연이은 산업재해 사망 사고를 빌미로 정치권에서 최 회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고 결국 연임을 하지 못하고 임기 만료를 맞았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도 과거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포스코그룹으로선 출구전략도 없다. ‘안전사고’를 매개로 부처와 사법기관이 동시에 포위망을 좁히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자 가장 강력한 사례다. 비슷한 전례로 2019년 최정우 전 회장이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용노동부의 본사 압수수색을 받았던 때와 정준양 전 회장 시절 포스코건설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때 정도가 꼽힌다. 두 회장 모두 중도하차했다. 그 때보다 현재 수사 강도가 세고 제재 범위가 넓다.

일각에선 취임 1년을 조금 넘긴 장 회장에 대한 압박이 과거 어떤 회장 때보다 높자 장 회장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별도 조직이 구성됐다는 뒷말이 나온다. 해당 조직에서 새 정부와 관계개선을 위한 의견으로 HMM 인수를 추천했다는 후문이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그룹사업 전반에 대한 구조개편을 진행하고 있다”며 “철강과 이차전지 중심의 그룹 핵심사업에 더해 새로운 미래 성장을 위한 ‘New Engine’ 발굴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본 건에 대해서 포스코그룹은 향후 성장성이 유망하고 그룹사업과 전략적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하는 수준에 있다”며 “향후 인수 참여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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