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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CS 송사, 비상장사 질권실행 기준점되나법원 “세법 기준 과소평가 부당”…DCF 가치 인정, 담보 구조 재설계 불가피

이명관 기자공개 2025-09-11 14:11:12

이 기사는 2025년 09월 05일 14시0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래CS 경영권 분쟁 1심 판결이 비상장사 지분을 담보로 한 질권 실행에 새로운 선례로 남을 전망이다. 법원이 상속증여세법 기준 가격을 인정하지 않고 현금흐름할인법(DCF)을 적용하면서, 향후 담보권 실행 분쟁에서 저가 평가가 용인되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를 준 셈이다.

이번 사건은 자베즈파트너스가 운용하던 투자목적회사 바루크·케난이 기존 대주주 보유 지분을 담보로 질권을 실행하면서 촉발됐다. 자베즈파트너스는 주당 1863원이라는 상증법 기준 가격으로 지분을 확보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 감정인 평가와 회생계획안에서 드러난 계속기업가치를 근거로 주당 1만345원이 적정가라고 판정했다. 결과적으로 기존 대주주가 지분을 되찾았고, 자베즈는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서 회수 전략에 차질을 빚게 됐다.

◇저가 실행 제동, 대주주 방어권 강화

이번 판결은 비상장사 질권 실행에서 저가 평가 논란에 제동을 건 첫 사례로 꼽힌다. 이번 송사의 핵심은 질권실행시 기업가치 평가에 대한 방법론이다. 평가 방법에 따라 기업가치가 현격하게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이번 송사에서도 상증법을 따를 때와 DCF를 적용할 때 거의 10배 이상 차이가 났다.

보통 비상장법인의 기업가치를 산정할 때 상증법을 택하곤 한다. 이때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도록 발행법인의 순자산가치와 순손익가치를 고루 반영해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의한 보충적 평가방법이라고 한다. DCF는 기업이 계속 기업활동을 한다는 전제로 미래가치를 현재로 환산하는 방법이다.

시장에서는 적정한 기준점을 두고 이야기들 오고갔다. 상증법은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DCF는 자칫 가정을 잘못했을 경우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예측될 수 있어서다. 이렇다 보니 질권을 실행한다는 측면에서 다소 보수적으로 접근을 해왔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는 법원이 세법 기준을 부정하고 DCF를 채택하면서, 앞으로 담보 가치 산정 방식이 쟁점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법원은 회생절차에서 드러난 기업 재무 구조도 중요한 판단 근거로 삼았다. 이래CS는 회생 개시 2년 반 만에 채권의 80% 이상을 변제했고, 영업이익도 2023년 91억원, 2024년 117억원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회생보고서에서도 청산가치보다 계속기업 가치가 현저히 높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일반적인 회생 기업과 달리 주식 소각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 같은 재무 성과가 반영돼 법원은 세법 기준 대신 기업가치 평가 방식을 수용했다.

대주주 입장에서는 방어 수단을 강화한 의미가 있다. 주식처분금지가처분을 통해 매각을 막는 방식이 이미 활용돼 왔지만, 이번에는 본안에서 가치 산정 자체를 인정받았다. 향후 분쟁 상황에서는 대주주가 사후 정산이나 가치 재평가를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이런 변화는 투자자와 대주주 사이 힘의 균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채권자나 투자자는 담보권을 안전한 회수 수단으로 간주해왔지만, 이번 판결은 담보권 실행이 반드시 유효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대주주가 헐값 매각 논리를 들고 나올 경우,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여지가 확인됐다. 투자자입장에선 보다 합리적인 수준에서 가치 산정을 해야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담보 구조 재설계 가능성 '촉각'

투자자와 채권자 입장에서는 담보 구조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자베즈파트너스는 질권 실행을 통해 지분 과반을 확보하고, 경영권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려 했다. 그러나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통한 매각 전략은 좌초됐다. 경영권이 없는 2대주주 지분은 비상장사 특성상 매각 자체가 쉽지 않다. 설령 매각이 성사되더라도 할인율이 크게 적용돼 회수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이번 사례는 담보권자의 회수 안전망을 약화시키는 신호다. 비상장사 투자에서 질권 실행은 회수 수단으로 널리 활용돼 왔다. 그러나 가치 산정 기준이 법원에서 뒤집힐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확인되면서, 담보권 실행의 실효성이 예전만 못하게 됐다. 투자자는 담보를 확보했다 하더라도 원금 회수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에 따라 계약 단계에서 담보 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거론되고 있다. 단순히 상증법 기준으로만 담보 가치를 정하는 방식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금흐름할인법, 멀티플, 비교기업 분석 등 복수 평가 방식을 사전에 합의하는 방향으로 상증법의 한계를 보완해나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법원이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 평가 방식을 계약에 포함시켜야 담보권자의 회수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출자자(LP) 부담 확대 가능성도 있다.자베즈파트너스의 경우 유일한 출자자인 총회연금재단이 투자금 회수 지연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상황이다. 질권 실행이 안정적 회수 장치가 아니라 오히려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앞으로는 LP 역시 담보 구조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투자계약 협상 과정에서 담보 가치 산정 방식을 직접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질권 실행이 더 이상 만능 회수 전략으로 기능하기 어려워질 것 같다"며 "담보를 잡았다고 해서 확정적 회수가 담보되지 않는다는 점이 판결로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는 계약 체결 단계에서부터 담보 가치 산정 방식을 명확히 하고, 법원에서 인정 가능한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위험을 떠안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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