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9월 10일 07시5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외이사를 인터뷰이로 섭외하긴 쉽지 않다. 거절할 이유는 많다. 이사회 멤버들이 지켜보는데 소속 회사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게 부담스럽다. 향후 사외이사 커리어를 감안해 너무 튀는 발언을 하는 것도 신상에 좋지 않을 것 같다. 자기 생각을 잘 전달하더라도 기자가 엉뚱하게 써버리기라도 한다면 결국 안 하느니만 못 한 일이 돼버리고 만다.그간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섭외 난관을 극복하는 좋은 방법은 누군가의 추천사를 빌리는 것이다. "그분이 저를 왜 그렇게 칭찬하셨대요" 수화기 너머 미소를 느끼면 섭외가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생판 모르는 기자가 추천자 레퍼런스를 통해 믿을 만한 존재로 변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인터뷰 안 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니"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인터뷰 섭외에도 레퍼런스가 이렇게 중요한데 기업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외이사 채용 과정에선 어떠하겠는가. 사외이사 후보에 오를 정도면 경력이야 부족할 리 만무하다. 중요한 건 '얘기가 통하는지' 여부다. 경영진 감시와 견제 역할만큼 격려와 조언 역할도 무시하기 어렵다. 얘기가 통하는 사람인지는 그 사람을 직접 겪어본 사람만 알 수 있다.
그래서 상법 개정으로 일반주주 추천 이사가 이사회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진 일련의 상황이 기존 이사회 멤버에겐 부담스럽다. 그동안 기존 이사회 멤버 레퍼런스에 기반해 새로운 이사 후보를 영입해 왔는데 불특정 다수 추천으로 생판 모르는 이가 이사회에 들어오면 레퍼런스 체크도 어렵거니와 그 과정에서 부정적 평가가 나와도 대응할 방법이 마뜩잖다.
반대를 작정한 사람이라면 그 어떤 설득에도 얘기가 통할 리 만무하다. 태광산업이 최근 교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는데 사외이사 한 명이 주주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이유로 반대표를 던진 게 시장에 회자가 됐다. 다른 사외이사들이 이 영향을 전혀 가늠하지 못했을 것이라곤 생각하기 어렵다. 반대표를 던지기 전 의견조율 기회를 만들어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일각에선 일련의 상법 개정이 초래할 주요 변화로 사외이사들이 자기 네트워크 밖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할 수 밖에 없게 된다는 점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부정적 시선으로 기업을 바라보는 이가 있더라도 그들을 설득해 함께 데리고 가라는 주문이다. 하긴 모든 주주가 좋은 레퍼런스만 갖고 있진 않을 테다. 생판 모르는 기자와 만나 얘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은 연습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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