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X300 포커스]상반기 KRX300 지형은…방산·조선 봄바람, 2차전지 '한파'[총평]현대로템·한화오션 질주, 엘앤에프 위축…바이오는 '선별 국면'
고진영 기자공개 2025-09-22 08:17:57
[편집자주]
산업의 사이클을 단면 하나로 가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실적과 현금흐름, 투자규모와 부채 변화를 모두 모으면 역동하는 계절의 바뀜이 보인다. 더벨 SR(서치앤리처치)본부가 코스피·코스닥 우량종목을 묶은 KRX300을 기준으로 시장의 기상을 측정해봤다. 업황의 흐름과 경영의 선택, 시장의 판정이 겹겹이 얽힌 숫자의 오르내림을 해석하고 기업생태계의 중심 이동을 포착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11일 08:1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RX300은 한국 주식시장을 가장 잘 나타내는 지수로 꼽힌다. 그 소속종목 가운데 펀더멘털 변화가 두드러진 기업들을 분석해보니 산업별 동향이 선명히 드러났다. 방위산업과 조선업은 지표 전반에서 동시다발적 청신호가 켜진 반면 2차전지 밸류체인은 혹독한 시련에 직면했다.바이오의 경우 업종 내부에서도 적잖은 양극화가 관찰됐다. 폭발적 성장과 만성적 현금 부족이 공존하는 양상이다. 성장산업인 만큼 기업간 옥석 가리기가 계속되는 것으로 보인다. 또 미디어 분야는 스튜디오드래곤의 고전이 산업의 어려움을 대변하고 있다.
◇'완벽한 선순환' 방산·조선
더벨 SR본부는 KRX300 기업들의 매출과 영업이익, 영업활동현금흐름, CAPEX(무형자산 제외 기준), 부채비율, 순조달, 그리고 시가총액 등 7개영역 데이터를 바탕으로 올 상반기 산업의 흐름을 짚어봤다. 가장 뚜렷한 상승기류를 형성한 업종은 방위산업과 조선이다.
특히 현대로템을 선순환의 교과서적 사례로 뽑을 수 있다. 6월 말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92% 급증했는데, 벌어들인 이익을 미래 투자와 재무 개선에 썼다. CAPEX를 211%나 확대했으며 부채비율도 크게 낮췄다. 시장 역시 화답하면서 현재 시가총액은 연초 대비 300% 넘게 점프한 상태다. 실적과 투자, 재무, 시장 평가가 완벽하게 맞물린 사례다.
한화그룹도 방산과 조선 중심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매출(154%)과 영업이익(260%)이 동반 급등하면서 시총이 연초 대비 196% 올랐다. 한화오션 역시 극적인 턴어라운드를 이뤄냈다. 영업이익이 14배 넘게 뛴 데다 영업현금 흑자전환까지 달성했다. 질적 성장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오션 외에도 조선업 전반에선 강력한 이익 개선세가 눈에 띄었다. HD현대미포와 HD현대중공업은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375%, 317%씩 증가했다. 이밖에 삼성중공업도 부채비율을 지난해 말 보다 70%p 이상 낮추는 등 조선3사가 모두 슈퍼사이클의 수혜를 증명하고 있다.

◇하강국면 진입한 2차전지, 혹독한 조정
반면 2년 전만해도 주식시장 랠리를 주도했던 2차전지 업종은 전방위적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엘앤에프가 업계의 고전을 확연히 보여준다. 상반기 매출이 작년보다 26% 감소했으며 영업현금흐름은 적자 전환했다. CAPEX를 84% 줄여 긴축 경영에 돌입했지만 부채비율은 오히려 지난해 말 대비 174%p 올라 460%를 넘겼다. 연초보다 시총도 19% 떨어지는 등 전형적인 하강 국면에 빠진 상황이다.
재무적 압박은 배터리업계 전반에 걸쳐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금양은 상반기 매출 감소(-23%)와 함께 CAPEX를 97% 삭감했고 시가총액도 반토막(-49%) 났다. 포스코퓨처엠 역시 매출과 이익이 함께 둔화하면서 영업현금흐름이 적자로 돌아섰으며, 분리막 기업인 더블유씨피는 매출이 77% 급감했다. 배터리소재 전해액 전문기업 엔켐의 경우 시가총액이 45% 이상 미끄러졌다.
셀 메이커인 삼성SDI조차 매출이 33% 꺾이고 1조원대의 대규모 영업적자를 냈다. 삼성SDI의 영업손실은 상반기 적자전환한 KRX300 기업 중 최고 규모다. 2차전지산업이 마주친 위기가 일부 소재기업에 국한한 것이 아니라, 생태계 전반의 문제라는 점이 데이터로 드러난다.

◇성장산업 분화…바이오 '옥석 가리기'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바이오섹터는 기업별 전략과 성과에 따라 크게 양극화됐다. KRX300 기업 중에서 상반기 매출 증가율 1위를 SK바이오사이언스(545.1%), 3위를 에이비엘바이오(375.6%)가 차지하는 등 무서운 외형 성장세를 기록했다.
특히 에이비엘바이오는 바이오업계에서 드물게 실적과 현금유입, 투자 확대를 모두 챙긴 케이스다. 매출 점프와 함께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영업현금도 플러스로 돌아섰다. 자체적인 현금창출력을 입증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150억원 규모의 과감한 CAPEX 지출을 단행하기도 했다. 전년 동기의 4배를 넘는다.
덕분에 시총은 연초 대비 281% 치솟았다. 에이비엘바이오는 KRX300 기업 가운데 에이피알, 현대로템에 이어 올해 시총 상승률이 세 번째로 높은 기업이다.
반대로 제약·바이오 업종에서 고질적인 현금 부족에 시달리는 기업들도 많았다. HLB와 녹십자, 펩트론, 루닛, 메지온 등은 3년 연속 영업현금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외부 자금에 기대야 하는 구조적 한계를 뜻한다. 이중에서도 HLB과 자회사 HLB생명과학은 연초 대비 시가총액이 각각 48.2%, 65.9% 급강하하면서 시장의 차가운 반응을 피하지 못했다. 두 기업의 시총 낙폭은 KRX300 종목 중에서 각각 3위와 1위로 집계됐다.

현대바이오의 이례적 행보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상반기 매출이 93% 급감하고 영업이익도 적자 전환했지만 투자는 오히려 확대했다. 작년까지 3년간 지출한 CAPEX가 8억원인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7억원 이상을 썼다. 무형자산을 포함할 경우 상반기 자본적지출은 198억원으로 뛴다. 전년 동기(4600만원)와 비교해 430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상반기에 이 회사의 자산 대비 순조달 비율이 50%를 기록, KRX300 기업 중 최고를 기록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외부 조달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에서 리스크 높은 베팅이다.
이밖에 새로운 성장 동력의 부상이 눈에 띈다. 뷰티 디바이스 업체 에이피알은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95%, 149%씩 훌쩍 뛰었다. 올해 시총 상승률도 올해 KRX300 전체 1위(328.4%)를 기록하며 성장 스토리를 쓰고 있다.
반대로 미디어산업은 활력을 잃고 투자도 위축됐다. K-콘텐츠 대표주자인 스튜디오드래곤은 상반기 영업이익이 96% 대폭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CAPEX를 93% 가까이 삭감해 허리띠를 조여매는 모습이다. 상반기 스튜디오드래곤이 지출한 CAPEX는 1억원을 밑돈다.
◇현금흐름·투자 '양극화'…미래 준비 vs 긴축 경영
기업의 체력을 나타내는 현금흐름에서도 산업 지형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현대차는 작년 말 영업현금이 5조원대 순유출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상반기 기준 9600억원의 영업현금을 창출하면서 성차업계의 견조함을 증명했다. 반면 같은 그룹사 현대건설은 3년 연속으로 현금흐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움츠려 있는 건설업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또 투자 전략의 차이는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현대로템, ‘불닭 열풍’이 지속 중인 삼양식품은 CAPEX를 3~4배로 늘리면서 성장을 위한 선제적 준비에 나섰다. 반대로 2차전지와 콘텐츠 업종, 이오테크니스 등 일부 첨단제조 기업들은 CAPEX를 대규모로 축소하는 등 현금과 비용효율을 먼저 방어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자금조달의 흐름이 2차전지 쪽으로 쏠리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LG에너지솔루션,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머티, 이수페타시스, 더블유씨피 등의 순조달 확대는 빠듯한 현금을 외부에서 끌어오는 전략을 나타내고 있다.
시장의 판정은 어떨까. 에코프로머티처럼 매출과 현금흐름 개선에도 불구하고 부정적 업황의 영향으로 시총이 떨어진(-19.8%)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는 펀더멘털 방향과 주가 흐름이 호응했다. 전면에서 상승세를 탄 에이피알과 현대로템, 가파른 조정세에 직면한 금양과 HBL 등이 차별화 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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