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기후정책 전문가가 영원무역과 일하는 방법고려대 교수 정서용 영원무역 사외이사 "사외이사는 기업 원팀의 일원"
이돈섭 기자공개 2025-09-16 08:13:07
이 기사는 2025년 09월 11일 15시23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원무역은 이사회와 경영진 간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고 있는 대표적 기업 중 한 곳이다. 국가 차원의 기후변화 어젠다를 발굴하기 위해 전방위로 활약해 온 1세대 기후정책 전문가인 정서용 고려대 교수(사진)는 2021년 영원무역에 사외이사로 합류한 뒤 글로벌 트랜드와 그에 기반한 경영 조언을 꾸준히 전달하는 한편 다양한 대외활동 전개 기회를 제공했고 회사는 그 내용을 바탕으로 그간의 ESG 활동을 체계화시켰다.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에서 만난 정 사외이사는 '사외이사는 기업 원팀의 일원'임을 강조했다. 오너십과 경영진을 감시·견제하라는 주문도 결국은 이사회와 기업을 한 팀으로 제대로 묶기 위한 방편이라는 취지다.
고려대 국제대학 국제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서울국제법연구원 원장직을 겸임하고 있는 정 사외이사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미국 스탠포드대 로스쿨에선 글로벌 기후정책 석학 토마스 헬러 교수 지도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정 사외이사가 영원무역과 인연을 맺은 건 4년여 전이다. 주로 다양한 정부부처들과 기후정책 어젠다를 발굴하고 정책을 개발하는 작업에 주력해 온 그에게 여러 기업들이 손을 내밀기도 했지만 바쁜 일정으로 고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랬던 그가 영원무역 오퍼를 받아들인 건 개발도상국 내 영원무역 활약상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래은 부회장이 미국 스탠포드대 후배인 터라 더 가깝게 느껴진 영향도 있었다.
영원무역은 주로 섬유제품 OEM 생산에 주력하고 있는데 주로 방글라데시와 베트남, 엘살바도르, 에티오피아, 우즈베키스탄, 인도 등 개발도상국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방글라데시를 중심으로 대규모 태양광 발전 설비를 운영하고 있으며 매년 수십반 그루 이상 나무를 식수하고 대규모 호수 조성 사업도 추진했다. 방글라데시 정부가 미국 관세 이슈로 곤란해 할 때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이 직접 나서 돕기도 했다.
정 사외이사는 "매년 연말이 되면 전직원 송년회를 하는데 성 회장님이 테이블을 돌아다니면서 인사를 하면 한 테이블에 한 명 이상 친한 직원들이 있더라. 그렇게 많은 인사들 속에서 친한 직원이 있다는 건 그만큼 현장 경영에 적극적인 의미"라면서 "오랜기간 기업을 경영하면서 구축해 온 성과들을 구슬로 실로 꿰듯 하나로 엮어내면 훌륭한 ESG 활동으로 자리잡을 것이란 말을 자주 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과정에서 그의 네트워크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그가 몸담고 있는 서울국제법연구원은 조태열 전 장관을 비롯해 박진·윤병세·유명환 전 장관 등 수많은 외교부 장관을 배출했고 현재도 국제법 분야 싱크탱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서울대 법대를 매개로 한 인맥은 법조계 안팎으로 뻗어있고 오랜기간 글로벌 기후정책을 주요 테마로 활동해온 만큼 이 분야 국내외 네트워크 파워 역시 상당하다.
정 사외이사는 그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난해 11월 제29차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행사를 영원무역 명동사옥에서 개최하여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는데 기여했고, 유엔 총회 기간 중 개최된 대한상의 행사에 좌장으로 참여해 개발도상국 비즈니스 노하우를 전하기도 했다. 정 사외이사는 "영원무역의 그간 성과를 모으면 소도시 하나를 만든 격"이라면서 "기업이 변화를 이겨내온 만큼 그간의 노력을 시스템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법학 박사 이력을 살려 각종 법률 조언에 나서기도 한다. 영원무역은 스위스 고급 자전거 제조업체 스캇 지분 매입 후 경영 과정에서 기존 주주와 갈등을 겪고 제상업회의소에서 다툰 적이 있었는데 이사회 멤버로 관련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일부 주주는 영원무역에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할 것을 요구했고 영원무역은 이사회 논의를 거쳐 배당성향 단계적 확대안 등을 담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했다.
정 사외이사는 "가끔 주총에서 일부 주주들이 영원무역이 대규모 현금(지난 6월 말 연결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 포함 약 9800억원)을 비축하고 있는 걸 지적하곤 하는데 개도국에 다수의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선진국 대기업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개도국의 경우 정치적 상황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위기 대응 차원에서 일정 규모 현금을 준비해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초에는 태광그룹 산하 흥국자산운용 사외이사직을 추가로 맡았다. 미국 유학 시절 태광산업에서 장학금을 받았는데 이사회 활동을 보답의 기회로 삼기로 했다. 정 사외이사는 "많은 사람들이 사외이사의 견제와 감시 역할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그 역할이 중요한 건 회사가 제대로 성장하도록 도울 의무가 있기 때문"이라며 "이사회 활동에 참여하면서 회사가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 굉장히 보람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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